연속극이나 영화 속 대사들...

전에도 말했지만 김수현 연속극에 제가 몰입하지 못하는 건 대사 때문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대사 표현 방법이랄까. 모든 사람들이 탁구 치듯 딱딱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추어서 똑같은 어투로 말을 하지요. 배우들끼리 그러는 건 괜찮은데, 심지어 엑스트라들도 그래요. 가게에 들어와서 뭐뭐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올텐데 기다려도 될까요. 같은 말을 하는데도, 그 대사들이 주연 배우들의 대사들 사이에서 딱딱 아귀가 맞아요. 그게 너무 인공적이라 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더군요.


이끼 원작에서 대사는 상당히 좋은 편인데, 전 눈에 쉽게 들어오는 이장 대사보다는 주인공이나 검사의 대사 쪽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투리로 생생한 대사를 구사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죠. 진짜로 어려운 건 검사나 주인공과 같은 지식 노동자들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건데, 원작에서는 이게 잘 되어 있었어요. 표준말로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이러니까 당신 스타일이 나오는 건데...' 같은 대사로 살짝 능글맞은 속물성도 보여주고 말이죠. 유감스럽게도 영화에서는 이게 다 달아나고 없더군요. 모두 그냥 워드 프로세서에서 박아낸 대사들이더란 말이죠. 오로지 워드 프로세서에서 박아낸 대사만 쓰는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저도 정확히 같은 이유때문에 김수현 드라마가 별로..
      등장인물들이 어투가 비슷한 데다가 하나같이 말빨충만..
    • 저도 김수현 연속극 특유의 그런 대사들은, 개성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간의 감정이 불꽃튈 때, 아니면 일상이지만 뭔가 어수선한 상황을 표현할 때는 장점이기도 하죠.
      그러나 김수현 드라마에서는 어떤 상황, 어떤 리듬에서도 그런 대사들이 계속되고 있어서 집중을 방해할 때가 많아요.
      뭔가 필요없는 군더더기 같은 것들인데 그게 가볍게도 아니고 부담스럽게 다가오니 몰입을 깨버리죠.

      이건 대사처리 뿐만 아니라 감정이나 상황 전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지금 드라마에서도 커밍 아웃 에피소드나 몇몇 상황들을 볼 때는 "와, 이건 정말 좋구나. 이 드라마 걸작이구나!"하는 감탄이 나오지만
      소소한 일상이나 시덥잖은 갈등들을 다루는 부분들은 그냥 "못만든 아침드라마"랑도 다를 게 없어보입니다.

      근데 이건 김수현 작가가 자제할줄 몰라서, 능력이 딸려서라기보다는...
      그냥 "난 그런 거 몰라"라고 쿨하게(?!) 하고싶은대로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뭐 이런 맛에 더 좋다는 분들도 계시겠죠.
    • 몇십 년 동안 끌어온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죠.
    • 저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딱딱 주고받는 대사를 들을 때마다 어떤 이질감 같은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왜그러냐면 보통 사람들은 얘기할 때 '저..그게...그러니까...어...그건..' 뭐 이런 말들 쓰면서 버벅거리거나
      말끝을 흐리기도 하잖습니까.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그런 게 하나도 없이 말이 술술 너무 잘 나온단 말이죠.
      얘기하신 것처럼 김수현 드라마에선 단역들까지도 똑똑 부러지는 말만 하고.
    • 근데 서툰 배우가 말꼬리를 흐리면 더 어색하게 들려요.
    • 둘다 전적으로 동감요. 김수현 드라마는 다른 맘에 안드는 점도 또 있지만 특히 그 이유로 못 봐주겠고.. 이끼..아 그 부분에선 증말이지 못 들어주겠더군요. 대사 그지같음 --; ⓑ
    • 그 인공적인 느낌 이해해요. 김수현 드라마는 대사도 캐릭터도 '전형적으로 닫혀 있는' 느낌이죠. 자기 세계에서는 완결적인데 밖에서 보기엔 답답해요. 물론 그 완결된 세계를 만드는 것도 어설프게 흉내내기 어려운 내공이기는 해요. 그래서 호오는 갈려도 무시할 순 없다는 말이 나오나 봐요.
    • 저도 김수현 작가의 이상한 대사빨 때문에 김수현 드라마는 안봅니다.
      어렸을 때 배종옥과 김희선을 김수현 드라마에서 얼핏보고 배우들까지 오랫동안 싫어했었습니다.
    •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그 수다속에 들어있는 멋진 표현이나 인물들간의 멋진 의사소통[현실에서 그렇게 쿵짝이 잘 맞을 수가 있을까]을
      작품보듯이 감상해요. 현실의 대화는 너무 뒤죽박죽이란 생각에 김수현의 대사는 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 저도 김수현 드라마 대사가 너무 듣기 싫어서 안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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