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재미있어서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던 경험 (2012)

1년여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렸던 것 같은데, 작년 하반기 부터 올해 동안 읽은 책들 돌아 보고 다시 올려 봅니다.


아주 재미난 책을 읽다보면, 너무너무 재미나서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읽게 되고 완전히 몰입해서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안타까워하고,

책 속의 세상이 영영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책 내용에 푹 빠져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책을 읽으면서 남은 책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꾸 남은 분량을 의식하게 됩니다. 벌써 끝나면 안돼... 하면서 말입니다.


중독성있는 TV프로그램 볼 때에도 TV프로그램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게 느껴져서

자꾸 시각을 확인하게 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싶습니다.


작년 하반기에서 올해 사이에 읽은 책 중에는 이런 것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꼽아보자면,



1) 불과 해류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집 중 하나 입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점과 선"을 비롯해서 장편들도 많이 팔리고 유명하긴 하지만,

저는 단편들(사실상 중편 포함)이 훨씬 재밌고 장편은 명성에 비해서는 기대 이하가 많지 않나 싶습니다.

"불과 해류"는 조용하게 나온 편인 단편집인데,

첫편 "불과 해류"는 초반의 심상 제시와 인물 상황, 심경 묘사가 간결하면서도 아주 생생하고

흥미 진진 합니다. 미묘한 심리를 제시하는 것도 절묘했습니다.


그에비해서 정작 추리물로서, 속임수와 범인잡기는 그냥 "근성"으로 밀고나가는 것이 전부라서

좀 실망스러운데, 앞부분은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나머지 소설들은 더 재밌었는데,

특히 "증언의 숲" 같은 것은 추리 아이디어는 약하고 사회상, 인물심리 묘사가 강하다는 마쓰모토 세이초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어

추리 아이디어와 사회상, 인물 심리 묘사가 잘 얽혀드는 멋진 이야기였다고 기억합니다.



2) 소오강호

영화판 각색물 중 하나인 "동방불패"로 유명한 김용 무협소설 입니다.

김용 무협소설은 옛날 "영웅문"시절에 읽어 봤는데, "신조협려"의 몇몇 괴력의 기막힌 감동 장면들을 빼면,


격이 있으면서도 흥미있는 문체가 좋다는 수준이지, 다른 무협소설에 비해

재미면에서 뭐 그렇게 훌륭할게 있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안읽었는데...


듀나게시판 추천으로 붙잡은 것이 "소오강호"였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중독성 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지... 영화판 "소오강호" (쇼브라더스 영화사판 포함),

"동방불패"를 봐서 누가 죽고 누가 배신하는지 대충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독적으로 봤습니다.

중반에 주인공이 아파서 빌빌대면서 좀 시간 끌때 다음이 궁금해서 막막 장을 넘기면서도

다시 후반부에 사건이 마구 벌어지면 끝나가는게 그렇게 아까웠습니다.


비장하고 파격적인 내용, 어두운 세태 비판을 펼쳐 나가면서도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에는 웃음거리부터 잘 배치해서 기선을 잡아 나가는 것이 절묘했다고 생각합니다.



3) 룬의 아이들 - 윈터러 애장판1권

바로 얼마전에 듀나게시판에서 전형적인 검과 마법 판타지 소설 추천 받아서

읽은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시작 부분은 배경과 사건이 너무 흔하고 손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조금 진행되고 나니, 어린아이 혼자 거친 세상을 마주하는 안쓰럽고 조마조마한 감상에,

멋모르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이용해서,

독자가 배경인 가상의 세계를 구경하게 해 주는 수법하며,


풍성한 묘사들과 깔끔한 표현들이 생생하게 장면, 장면들을 떠오르게 해줘서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나 싶어 1권이 끝나는 것이 그렇게 아까웠습니다.


... 문제는 막상 1권끝 2권초가 되니, 다시 배경, 사건이 흔하고 손쉽고 우연에 기댄다는 생각에

다시 좀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만.

1권 중반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상에 정말로 어딘가에 있을 것 같고, 거기에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생생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책 읽다가 재미있어서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던 경험 있으십니까?

있으시면 무슨 책을 읽을 때였는지요?

    • 그럼 이제 천룡팔부를 보셔야죠!
      • 그리하여 천룡팔부 한 질을 다 사서 책장에 꽂아 놓고 있으나, 천룡팔부는 3권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개 파가 서로 싸우고 있는데, 이때 구경하던 무술은 못하지만 무술책만 엄청나게 많이 읽은 사람(부잣집 아가씨)의 조언 대로 싸워서 놀랍게 이기는 대목. 딱 거기까지. 그 이후가 잘 안읽힙니다.
        • 단예가 주인공인 초반부가 가장 재미없어요

          소봉이 나오는 부분까지는 읽으셔야...아마 4권쯤에 나왔던듯합니다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현학적이면서도 유머감각을 유지하는 문체 덕분에 읽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원래 작가 스타일이 그런 건지 책을 더 찾아 읽어볼 생각이에요.
      • 줄리언 반즈는 듀나님 소개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장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브리짓 존스 일기에 나오는 모습과 작가의 모습이 얼마나 닮은 면 있을지. 유명작가인데도 읽은 책이 없어 그냥 상상만 합니다.
    • 미하엘 엔데 '끝 없는 이야기' 읽으면서 참 슬펐어요. 끝이 없는 이야기인데 책에는 끝이 있더군요.
    • 소오강호 좋습니다. 김용이(연재소설이라 그런가?)중간에 스토리가 길을 끌면서 지지부진 지겨워지는 감이 있는데, 그것을 뺴기고 나면 흥미진진하지요.
      전 죽 읽어가면서 김용이 아빠 말 안듣는 부잣집 막내딸 에지간히도 좋아하는구나 싶습니다. 아니면 옛날에 그런 규수 좋아했었나 싶도록
      스토리라인의 감정선이 좋고 흥미가 갑니다. 보면서 몸을 배배 꼬게 되는 연애소설=0=
    • 녹정기도 빼놓지 마세요..^^
      천룡팔부, 소오강호 다 재밌게 봤는데.. 녹정기 볼때 가장 웃어가며 읽었습니다.
      요샌 구하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협객행도 정말 재밌고요.
    • 정말 분량이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로

      몰입한건 김용소설말고는 딱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젤라즈니소설도 사랑하지만 그정도는 아니었어요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천룡팔부 녹정기...당시 얼마나 흠뻑 빠져서 읽었는지 십년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이 됩니다
    • 이 게시물은 영구보존하셔야 합니다.

      저 역시 김용 소설이 그랬고,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연재 중 읽을 때 그랬어요. 몇 권 더 있을 텐데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건 이 두 가지. 인터넷 소설 중에서는 그런 경험이 꽤 있습니다.
    • 손에 땀을 쥐는 재미로만 본다면 쥬라기 공원, 다빈치 코드, 다크 하프 정도가 떠오르는군요
      요즘 이런거 찾고 있었는데 추천 감사드려요
    • 전 추리소설이 특히 그렇던데. 어렸을 때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읽으면서 미친 듯이 줄어드는 분량에 안타까워했었죠.
    • 최근에 차일드 44 재밌게 읽었어요 막판에 좀 삐끗하긴 합니다만.
    • 스타쉽트루퍼스. 이건 첫장부터 강렬해서 끝까지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읽고도 아직도 책이 끝난 게 아쉬운, 미야베 미유키의 안주요
    • 혹시 곽재식 님 예전에 같은 질문 하지 않으셨어요? 듀게에서 꼭 이런 질문에 대한 덧글을 단 기억이 나는데. (이젠 듀나뷰가 게시판 글에까지…)

      저는 앤 맥카프리의 [퍼언 연대기]랑 필립 리브의 견인 도시 연대기가 그랬습니다. 연대기 매니아(…)도 아니고, 저 책들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은 아닌데, 이상하게 읽을 때 상황에 딱 맞았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였느냐면, 둘 다 마지막 권까지 갖고 있는데도 그 앞 권까지 읽고 '아, 이제 한 권만 더 읽으면 끝이라고? 안 돼!' 하면서 독서를 중단하고 몇 개월 후 다시 1권부터 읽었을 정도입니다. 정말입니다.
    • 역시 김용은 레전드인가 봅니다. 신필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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