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결혼이라..

비혼이고, 연애 중이고, 결혼은 하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마 하기 힘들 거란 예감이 들어요.

사랑과 신뢰, 원활한 의사소통, 원론적인 말은 하기 쉽죠. 그러나 그게 아주 현실적이고 구차한 문제로 넘어간다면요.


저는 결혼이나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기왕 일을 한다면 지금처럼 빡세게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보살피면서 만족을 얻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그건 저와 맞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에 일할 걸 생각하면 머리가 빽빽하게 복잡해져요.

얼마 전 뉴욕의 부촌 어퍼 이스트에서 유모가 오랜 시간 돌보던 아이 둘을 칼로 찔러 죽이고 본인을 자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방송사의 고위직이었고 어머니는 전문직이었다가 육아를 위해 전업 중이었구요.

저 끔찍한 사건에 한국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그래서 왜 아이를 남에게 맡기냐는 것이었죠.

아이는 무조건 엄마가 길러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고

심지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데 나가 일하는 엄마들은 이기적이라는 말도 들리는 게 현실입니다.

완모를 장려하고 아이에겐 면기저귀와 유기농 식품까지 최고만 챙겨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유독 강한 게 한국에서 제 주변 현실이구요.

시간적 체력적으로 그만큼 챙겨줄 수 없는 직장엄마들에게 끊임없이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부여하는 구조 같아요.

임신과 출산만으로도 커리어에 엄청난 손해가 가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이가 자라는 내내 엄마 혼자 동동거리다 보면

직장에서는 태만하다고 찍히고 집에선 그깟 돈 얼마 번다고 애도 건사 못한다고 찍히고.

같이 낳아놓고 남편은 나가서 일하는 게 디폴트라서 고민할 필요도 없는데 맞벌이하면서 아이와 남편 밥 챙기는 여자들,

그러다가 내 애한테 못할 짓하느니 그만두고 들어앉자고 전업으로 돌아선 여자들이 제 주위에만도 여럿입니다.

선배들을 보면 아이가 어릴 땐 버티다가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전업엄마들과 정보력 싸움에서 뒤진다고 직장 그만두고 학원맘 되는 경우도 봤구요.


결혼 얘기가 꽤 진지하게 나왔던 전 애인들에게 제가 농담조로 요구했던 조건들이 있습니다.

명절마다 당신 집만 먼저 가면 딸만 있는 우리 부모님이 안됐지 않느냐, 명절마다 번갈아 가며 한 집씩 먼저 가자구요.

실제로 이걸 실행하는 경우를 가끔이지만 봤기 때문에 그렇게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네 부모 내 부모를 따진다는 말을 하기 전에 

명절마다 오후까지 자식들을 목빼고 기다려야 하는 여자 쪽 부모에 대한 동정심이 드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싶었구요.

격렬한 반대는 아니었지만 난색을 표하더군요. 격렬한 반대가 아니었던 이유는 그래 봐야 네가 결혼하면 뭘 어쩌겠냐 하는 자신감 같았구요.

그 다음 조건은 상대방의 손아래 형제들에게 아가씨, 도련님이란 말은 못 쓰겠다는 거였습니다.

내 형제들은 처형 처제인데 왜 현실세계에서 분명히 위계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는 존칭을 당신 손아래 형제들에게 해야 하느냐고.

지금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이름에 누구씨를 붙이면 안되겠느냐고 했습니다.

역시 난색을 표하더군요.

남자가 집을 해가는 한국 결혼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성토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설마 여자가 집에 팔려가니 남자 쪽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은 아닐 테고

심지어 저는 제가 집을 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문제로 헤어진 것도 아니었고, 제게 동의해 주지 못했던 상대방 개인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것도 압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결혼이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란 것, 

서로의 이해와 양보라고 말은 좋지만 양보는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는 것인데

결혼에서의 양보란 이미 이권을 쥐고 있는 쪽에서 나서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

가계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와 상관없이 관습적인 압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결혼이 손해거나 사기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맞춰 양보하고 합의하고 때로 체념하기도 하면서 둥글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죠.

그러나 적어도 제게 결혼이란 현실은 효용보다는 비용이 크게 보였고

지금은 사랑하고 신뢰하더라도 결혼 후에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당하면서 애정이 식고 상대방을 비난하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다른 여자를 만나면 마음 편하게 잘 살 수 있을 상대방들에게 순교자가 되길 요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구요.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지만,  저란 개인에게 결혼은 너무 큰 도박이고 모험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래 jake 님의 글을 보고 아 그럴 법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명절은 말씀하신대로 하는 경우를 봤는데, 호칭을 ㅇㅇ씨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나요?
      처형처제 대신 ㅇㅇ씨 쓰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하물며 시댁은 더하겠죠.
      • 윗사람은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를 봤어요. 그러나 아랫사람은 아예 호칭을 생략하거나 저 존칭을 쓰게 되더군요.
    •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명절 때 누구 집에 먼저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란 생각이 들어요.

      결혼한 후 첫 추석 명절 때 차례를 지낸 뒤 친정으로 바로 떠났는데
      한참 걷다 돌아보니 시어머니가 아들,며느리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더라구요.

      그 순간, 명절 때 늦게 내려오는 빈 자리나 일찍 떠나는 빈자리나
      어느 쪽이든 부모님 마음 속 허전함을 없앨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그렇다구요. ^^
      • 저는 시댁에서 받은 상실감+자존감 하락을 친정에 가서 치유해야 하기 때문에 친정을 나중에 가는 쪽을 선호합니다 ㅎㅎ
        • 오 역시 경험자의 견해는 다르군요 ㅎㅎ
      • 그러게요. 그럼 친정 다음 시집에 들르는 건 또 뭐 그리 긴한 문제겠는가 싶은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좋게 좋게 하고 싶지만 그게 관습의 형태로 강제될 때 반발심이 드는 것 같아요.
    • 남자 형제가 결혼해서 시댁 입장인데 도련님 아가씨 소리 듣는 거 오그라듭니다. 그냥 누구씨라고 불러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자주 보지 않으니까 그냥 냅두죠.
    • 그래도 잠시익명할게요님 같은 분들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도 호칭이 아직 어색하지만, 왜 처제, 처형, 동서, 도련님 같은 용어보다 ~~씨라고 부르는게 더 나은건가요? 궁금하네요.
      • 처제, 처형은 그렇지 않은데 아가씨, 도련님은 위계를 나타내는 단어라고 본문에...;;

        이 게시판에서만도 몇번 나온 얘기지만 아가씨, 도련님, 서방님은 그 집 '종'이 쓰는 호칭어잖아요. 그렇죠?

        형부/매형은 처제/처남에게 반말을 하지만 올케가 손아래 시누이/시동생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죠. 그게 싫다는 거예요.
        • 아 그렇군요... 저는 군대를 늦게 가서 동생뻘 고참들에게 존대말 꼬박꼬박... 나중에 '가라형, 이제 말 좀 놔..' 라고 해도 그냥 꼬박꼬박해서 그런지 별 위화감이 없어서...
          • 이건 본인이 존댓말을 잘(?) 하고 말고랑은 좀 별개라고 봅니다. 전 알바할 때 동생들한테 "언니 왜 계속 존대를 해요? 말 좀 놔요" 소릴 들어도 말 못놓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공익들한테 꼬박꼬박 존대하지만 그래도 시댁 호칭 및 존댓말 문제는 매우 불쾌하거든요.
            • 좋은 지적 감사. 저도 존댓말이 더 익숙한 사람이지만 저 경우는 본인이 존댓말을 잘 하고 말고와는 상관없죠. 저도 나이어린 친구들과 야자트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이랍니다.
      • 낫지 않더라도 제가 그렇게 부르기 싫다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씨라는 호칭을 왜 쓸 수 없는 걸까요?

        까짓 거 그냥 부르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면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까짓 거 그냥 그렇게 안 부르면 안되나요? 내 맘대로 그렇게 안 부를 자유가 없다는 게 저 호칭들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잘 보여주죠.
        • 시월드를 떠나서 나보다 나이 어린 직장 상사나 선배한테 꼬박꼬박 존대말하고 ~~님 하고 불러야 하지 않나요? 어느 회사는 호칭을 모두 '매니저'로 통일하고 상호존칭하라고 한다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윗사람은 반말하고 아래사람은 존대말하던데..
          그냥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내가 이 사람이랑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 사람 동생들한테 존대말 해야 하는게 싫다!' 라는건 이해가 가는데, 그렇다면 '나보다 이 회사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존대말 해야 하냐? 반말 좀 하자' 라고 할수도 있어야 할것 같거든요. 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어렵죠.
          • 가정은 직장이 아니죠. 왜 거기서 그런 비교가 나오는지 이해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정을 직장과 동치한다면 제 상대방도 제 형제들에게 복종적인 경칭어와 존대말을 써야겠죠. 그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니 제 상대방에게 개혁가가 되기를 요구하고 싶지 않은 저는 결혼이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거구요.
          • 남자는 보통 자기 아내 동생들한테 반말하잖아요? 여자만 남편 동생한테 존댓말하는 게 강제되고 있으니까 불공평하다는 겁니다.
            • 아.. 그렇군요.. 제가 여동생도 없고 처제도 없어서 미처 생각 못했네요. 전 동생한테는 반말하는데 제수씨한텐 존대말 써서..
    • 잠시 익명할게요님에게 왠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다른건 모르겠는데 네가 쓴 이런글을 보면 네 남편은 참 속상할거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냐는 댓글은 속상했습니다.
      제가 했던 이야기는 남편과 평소에 나누던 이야기입니다.
      남녀중 누가 더 손해인지 따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조건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제가 열심히 해서 좋아질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던 철없던 사람중의 한명입니다.
      결혼생활을 겪어보기전에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수 기회나 계기가 있었다면 지금과 똑같은 형태로 살고 있었다하더라도 조금 덜 상처받고 스스로를 더 많이 아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잠시 익명님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결혼하기 전에 이것은 같이 지켜나가자, 이것은 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라는 대화와 의논을 하는것은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덜 사랑해서도 아니고 내가 손해보기 싫어서도 아닙니다.
      사랑하고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살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참고 많이 물러준다고 해서 사랑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식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에게 한없이 넉넉한 품의 어머니인것도 필요하지만 늘 자신을 잃지 않고 꿈이 있는 롤모델로서의 어머니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나이드시고 황혼에 호되게 결혼앓이를 하고 계십니다. 며느리 이야기를 고깝게만 듣지 않는 우리 어머니도 점점 앓이를 이겨나가시겠지요.
      결혼이 꼭 나쁘다고 일반화시키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노력해서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달콤한 희생만으로 좋아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편도 결혼할때와는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서로 애쓰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딸에게도 너 따위는 없는게 나았을거야라는 어조로 말하지 않습니다.
      웨딩드레스와 왕자님을 너무 좋아하는 어린 딸에게 다른 길도 있다고 계속 말해줄 뿐입니다.
      사실 제가 올린 이야기의 댓글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가서 죄송한 마음에 지울까했는데 여러 댓글들이 올라와서 제가 함부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을 사기나 악으로 정의내리며 올린 글은 아니었습니다.
      • 제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개인적인 글을 길게 쓸 용기가 났네요.
    • 저랑 굉장히 비슷한 견해를 갖고 계시네요. 특히 호칭 문제 정말 공감합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결혼이 일정부분 욕심이 나지만, 그 사람이 대한민국 남자기에 당연히 줄줄이 달고올 온갖 짜증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사/아이/종교를 인생에 끌어들일 생각이 없고, 결혼에 수반되는 모든 경제적 비용+생활비를 반반 부담하고 가사노동 절반 부담, 각자부모+집안일 최소화하고 최대한 각자 알아서 처리하고 싶은데 이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현실적으로 결혼은 포기한 셈이에요.
      • 미국에 살아본 게 자랑이라서가 아니라..
        미국은 만혼자도 많은 대신 일단 결혼을 하면 가정에 대한 존중도가 높고 남편들도 직장에서 칼퇴근해서 데이케어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미국 남자들이 대단히 훌륭한 인격자라서가 아니라 직장과 사회에서 여자 파트너와 일을 분담하는 시스템이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에서 여성이 동등하게 경제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좋아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신 직장과 사회에서의 압박을 이겨내고 가정에서 동등하게 의무를 분담할 수 있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 "배우자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결혼이 일정부분 욕심이 나지만, 그 사람이 대한민국 남자기에 당연히 줄줄이 달고올 온갖 짜증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남자들이 들으면 상당히 기분 나빠할 얘긴 것 같은데요. 정말 단 한사람도 없을까요? 줄줄이 달고올 짜증나는 것들을 견뎌낼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가 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래도 노력과 대화는 거쳐보고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 계속 님의 글을 보면서 이제 불쾌해지네요. 많은 사람들이 님이 말하는 원론적이고 뜬구름 잡는 수준 이상의 노력과 대화를 합니다. 노력과 대화를 하지 않아서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가 도출된다고 보십니까? 저도 대한민국 남자를 일반화하는 저 문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무책임하다고 몰아붙이는 님의 무례한 몰이해에는 더욱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라서 제 몸만 생각한다고 비난하거나 빈민층에게 게을러 빠져서 저따위로 산다고 말하는 꼰대를 보는 기분이군요.
          • 이 쟁점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무책임하다고 몰아붙이는" 반론을 올립니다.
            본문에 나온 "결혼 얘기가 꽤 진지하게 나왔던 전 애인들에게 제가 농담조로 요구했던 조건들이 있습니다." 이건 뒷부분에서도 밝혀지듯 자실 잠시익명님에게는 농담이 아니라 꽤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와 직결된 이슈가 아니었나요?

            참고로 불임여성, 빈민층과 오늘의 한국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진심으로 빈민층과 보편적인 한국여성이 같은 위치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한국여성들은 대학은 왜 가고 직장은 왜 들어갑니까? 자신이 선택할 삶을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 아 참 상세하게도 보셨네요. 시비를 걸어오시니 응전해 드리지요.

              다른 글에서 말도 안하고 혼자 기대했다 체념하고 어쩌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혼자 다 아는 양 하시던데, 그럼 님은 애인과 백분토론 하십니까? 저 주제를 농담조로 꺼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가고 어떤 고민이 있었을지 아신다고 자신하시는 모양이군요? 겉핥기로 남을 비판할 줄은 알아도 그 입바른 소리 외에 타인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네요. 오랫동안 노력하라구요? 인생 한 번이고 직업적 성공 님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고 사람들의 판단력이 님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는 부분 때문에 평생 싸우고 지치지 말자고, 내 행복의 총량을 가늠해 볼 때 비혼이라는 선택이 더 낫겠다는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 말하는데 님이 뭐나 된다고 구체적인 해결책은 알려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나섭니까? 님이 아무리 길게 말해봤자 구체적인 해결책은 하나도 없어요. 개인의 이기심과 소극성을 비난할 따름이죠.

              불임여성이요? 제가 저기서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할 때 그건 사회경제적 이유를 말하는 건데, 어느 쪽이 됐건 상황을 멀리서 강건너 불보듯 하면서 개인의 성정에만 원인을 돌린다는 점에선 님의 글이나 저런 꼰대스러운 태도나 다르지 않죠. 아 그리고 님이 싸잡아 말하는 오늘의 한국 여성이 어떤지 설명해 보시죠. 다른 분께는 한국 남성 싸잡는다고 불쾌해 하시더니, 님이 보시는 보편적인 한국 여성의 속성이 뭡니까? 대학가고 직장갔는데 차별 경험하고 시집 가서 고등인력이 팽팽 노는 남편 보면서 전부치고 있어야 하니까 문제되는 것 아닙니까? 자신이 선택한 삶이요? 그 선택에 끊임없이 제약이 주어지고, 그 제약에 저항하는 한 방식이 비혼 선택이고, 그리고 그 제약을 상대방에게 같이 이겨내자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이 왜 님같은 얄팍하고 순진한 원론주의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지 헛웃음이 나는군요.
              • 잠시익명할게요님, 응전에 감사드립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일하고 온 사이에 배는 이미 떠나서 뒷북치는 격이 되었으나 응전에 대한 응답은 해야겠지요.

                1. 저는 양쪽의 앙금이 사라질 때까지 아내와 몇시간이고 얘기합니다.

                2. 타인의 고민을 공감하려는 자세는 있는데요, 저의 공감이 잠시익명할게요님께서 원하셨던 공감이 아니었던듯합니다. 본문에 따르면 님은 이미 이것저것 다 재보고 결혼 안하기로 결정하신 분이고, 제가 겨냥한 사람들은 결혼이 하고 싶은데 사회적 여건이 안되서 결혼을 안하겠다고 한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그 둘의 차이는 하나는 자발적 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로 비혼의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님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싶은데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시는 거잖아요. 제가 하고픈 말은, '결혼이 하고 싶은데 사회적 악조건 때문에 결혼을 못한다' 는 약한 생각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편적인 한국 여성의 속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고 님께서 제가 하는 주장이 빈민층더러 게을러빠져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 꼰대스탈과 같다고 하셔서 진짜로 한국여성이 빈민층만큼이나 권리도 자원도 없다고 생각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그 일반화는 님이 먼저 성립하셨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비유가 그렇다는 것이었죠?

                3. 왜 그런 얄팍하고 순진한 원론주의자의 판단을 받아야 하냐고요? 듀게에 얄팍하고 순진한 원론주의자 여과기는 없나봐요. 건의하세요.
                • 님 부부만 길게 대화한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앙금이 사라진다는 것과 별개로 돈, 시간, 건강, 육아라는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타인의 현실적 고민을 대화의 부재나 배려의 부재라고 쉽게 말하는 님같은 사람을 보고 생각이 짧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현실을 고민할 때 그걸 '이것저것 다 재보고' 따위의 감정가가 잔뜩 실린 평가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님같은 사람을 보고 혼자 잘난 줄 알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제가 원하는 공감이라니, 공감을 자의적인 잣대로 정의하시는 모양이군요. 님이 무슨 자격이 있어서 사람을 겨냥씩이나 하고 훈계를 하려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너무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싶은데 못한다는 것도 현실을 고려한 선택입니다. 그게 약한 선택이든 말든 님이 무슨 자격으로 남의 현실적인 고난을 두고 그들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듯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른 분들 글에 써놓으신 내용을 보니 굉장히 흥분하셨던데, 님이 타자화하는 그런 사람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구조적 한계를 간단하게 무시하고, 님에게 뭘 원한 것도 아닌데 그들이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인양 몰아가는 근거를 찾을 수 없더군요. 그리고 저 역시 결혼과 아이를 원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자발적 선택이네 강제적 비혼의 삶이네 하시지만 틀린 분류라는 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쓰신 문장은 전혀 가치가 없는 말장난이군요. 남들이 강제로 비혼의 삶을 살건 말건 이해하거나 공감할 의도도 없는 주제에 무슨 상관이라고 본인과 아내만 인내하는 결혼생활을 하는 양 훈계하는 오지랖, 앞으로는 떠는 일 없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린 말씀이었으니, 대화 열심히 하시는 분께서 이 대화를 통해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 빈민층과 여성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를 개인의 인내심이나 노력부족으로 치환하는 님의 논리구조가 꼰대들의 그것과 정확하게 동일하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쓴 비유이니 참고하십시오.

                  당장 애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한 명은 직업을 포기해야 하거나, 당장 생활비를 요구하는 한 쪽의 부모가 있어서 가계가 흔들릴 때 어쩔 수 없이 힘들고 불평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게 개인 한 명의 잘못이 아닌 줄 알고 그걸 비난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리고 저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결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숙고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결혼을 포기하는 일이 생깁니다. 거기에다 대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고, 오랫동안 인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내뱉는 님의 사고부터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 이게 님이 다른 글에 쓰신 부분입니다. 읽으면서 내 글엔 답을 달지 말아줬으면 했는데 다셨군요. 님네 부부만 대화하면서 문제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계산하고 옹졸하게 대화 한 번 안하고 포기하는 거 아닙니다. jake님 글부터 시작해서 내 어려움을 말했지 상대방 비난한 사람 없었구요, 내 어려움을 말한다고 상대방의 어려움을 가정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저를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아래 첨부한 답글 마지막에 사회가 싫으니까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접니다. 제 선택을 님이 무슨 근거로 함부로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압력이 님 생각보다 크고, 님이 비난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행동이 님이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대화 노력 등등보다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도 알아두시죠.

                  "동의합니다. 일단 부모와 자식간의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해야한다는 그 구속감만 어느정도 없어져도 상당부분 문제가 개선될거라고 생각하고요, 정신적인 독립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식은 내 자식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산다는 태도를 가져야지 오지랖 넓게도 부부관계에까지 끼어들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정말 자식 인생을 망치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면 당신들 부부관계나 돌보세요. 그리고 시집장가 가면서 부모님한테 집내놔라 살림살이 내놔라하는 악습도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결혼해서는 힘들어도 자기네들이 돈 벌고 모아서 집을 사야지 부모님한테 거금을 내놓으라 하고서는 나중에 부모님이 아무때나 놀러오신다, 용돈 달라 하신다며 징징거리는 것도 아주 보기 싫습니다. 자식으로서 20년 받아먹었으면 그만 받아먹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키워주고 대학까지 보내줬으면 된거 아닙니까? 드릴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고, 주신다고 하면 서운해하지만 않게 최소한으로 받으세요. 어려울 때 손벌리더라도 꼭 갚으세요. 사회가 이렇네저렇네 하가 전에 내가 먼저 부모님과,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가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똑바로 말해야 대화가 될거 아닙니까. 기대를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역시 너는 안돼, 하고 돌아서 버리면 그게 인간이 옹졸한 게 아니면 뭡니까? 그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면 기적이겠지요. 좋은 관계는 평생의 노력을 통해 이뤄지는 겁니다. 노력하세요, 노력.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면 무조건 상대방만 문제다, 라고 하지 말고 나는 무엇을 내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죠. 사회 때문에, 관습 때문에 관계가 안좋아요? 사회와 관습은 개인이 만드는 거 아닌가요? 작은 부분서 부터 고쳐나가려고 개인이 노력하고 공동체가 노력해야 변화가 오지 사회가 싫으니까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낳겠다고 하면 그게 생각에서 그치지 변화가 됩니까?"
                • 잠시익명할게요님, 죄송합니다.
        • 전 제 기준에서 아무 쓸모없는 일을 억지로 해야하고 밥줄이 걸린 것도 아닌데 불합리한 상황을 참아야 하는 일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고, 인간관계가 확장되는 것도 탐탁치 않은 사람인지라 대한민국 여성으로서의 결혼생활은 밖에서 대충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더군요. 연애하면서 제가 원하는 바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한 대화를 하는 정도의 노력은 하고 있으니 걱정마시기 바랍니다.
          • 침엽수님, 아까 제가 인용했던 얘기는 지금 생각해 보니 침엽수님 입장에서 볼 때 견뎌줄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가 없다는 얘기지, 침엽수님의 입장이 모든 한국여성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신 것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 어 아직도 아가씨 도련님 호칭을 많이들 쓰나요. 전 형부가 그냥 XX야 하고 제 이름 부르던데;(물론 언니네 커플이 연애할 때부터 저랑 더러 지내와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저희 언니는 시누이한테 XX언니라고 부르고. 제 친구들 봐도 비슷해서 손 아래는 그냥 이름 부르고(안 친한 사이에서는 이름씨), 위로는 언니 정도가 보편화된 건줄 알았어요.
      • 이건 부르는 쪽에서도 듣는 쪽에서도 편치 않아해서 조금씩 개선되는 중인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도 어른들 앞에서 시가의 손아랫사람 이름을 부르는 게 가장 예민한 문제 같습니다.
    • 아 저 이글 엄청 공감가요
    • 명절 스트레스라곤 없었던 자유롭고 평등한 집에서 살다가 시집간 아는 언니, 결혼하자마자 닥친 명절에 그집 현관까지 청소하고 전부치다가 미치는줄 알았다던, 심지어 그 언니 남편이란 인간은 그 언니 혼자 시집에 두고 자기 친구들이랑 놀러나갔답니다. 악몽같았었대요.
      • ..; 현관청소도 놀랄노자인데 혼자 두고 놀러나갔다는 대목은 뭔가..; 정말 명절증후군이란게 괜히 생긴 말이 아니군요.
      • 이래놓고 이기적인 여자들이라고 넷상에서 외치는ㅇ애들보면 한숨이절러..
      • 이 얘기는 정말이지 무한반복된 주제라서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피곤해하는 얘기 같아요 (브누아님께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명절에 해외여행가고 역귀성하고 하는 얘기들이 요란한 화제로 보도되는 반면 아직도 명절이면 기름냄새가 머리카락에 쩌는 기혼여성들이 있고 그들의 불만은 명절이면 으레 등장하는 클리쉐 정도로 뒷전에 밀리는 느낌입니다.

        외국에서 한인단체에 속해 있다 보면 미혼들은 남녀 불문하고 주방에서 밥을 차리고 요리솜씨를 자랑하는데 (한국 교민 사회가 또 밥에 민감하죠) 기혼사회는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집단인데도 직업을 막론하고 무조건 여자들이 주방을 맡더군요. 기혼여성들이 미혼 학생들 밥차려주는 선심성 행사에서 비슷한 또래 여성인데 편하게 밥얻어 먹고 있는 미혼 학생들에게 적의를 갖게 되는 메커니즘도 이해가 가구요. 밥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기혼여성들의 불만이 이해될 때가 많습니다.
    • 글에 70% 정도 공감합니다. 제가 그 댓글을 기억하는 이유는, 잠시익명님께서 원글에 대해서 상당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견해로 일관하셨는데, 그 본인의 사생활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그런 면에서 본 글도 공감이 많이 가기도 하고, 또한 더 의외이기도 하네요 ^^ 아무래도 연애랑 결혼이랑 많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정도로 맞춰줄 수 있다면, 결혼생활에서의 현실적인 난관도 잘 이끌어갈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 하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개인적인 얘기라서 지웠는데 보셨군요. 그리고 그 결정의 계기는 생각하신 이유와는 다릅니다.

        제가 쓴 이 글이 특별히 객관적이지 못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반영하는지는 모르겠네요. 간단히 말해서, 개인과 사회, 사랑과 현실의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내게도 남에게도 이건 아니구나 했다는 깨달음의 기록인데요. 사랑할만큼 사랑해 봤고 타협할만큼 타협해 봤는데 다행히 그 와중에 저와 상대방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도 있었기에 저런 결정을 내렸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아까 케빈 더튼이 쓴 싸이코패스 직업분류 글에 느지막히 답글 달았는데 한 번 봐주시면 좋겠네요 :)
        • 아하하 잠시익명님의 해당 글 댓글에 매우 공감을 하고 있었어서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윗 글이 객관적이지 못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뜻이 전혀 아니고요, 오히려 반대죠.. "사랑할만큼 사랑해 봤고 타협할만큼 타협해 봤는데" 이 부분을 읽으니, 제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어섬프레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싸이코패스 글 댓글 확인해봐야겠어요 으 흐 흐
          • 앗 그리고 개인적인 부분 지울께요.
            •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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