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하면 떠오르는 물건

토이스토리3 보기 전에 복습차원에서 1, 2를 봤죠. 그냥 찡하게 다가오던 영화였는데 그거 보니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는게 뭐가 있나 하고 찾았더니


역시나...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곳에서 나타난게 녹음 테이프. 가족들 한테 들어보니 어릴때 녹음기를 사고 그 기념으로 제가 당시 인기 가수 노래를 녹음했다고 하더니


그게 이거였습니다. 


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음정 박자 무시하고 부르는 내 목소리 첫 소감은 '아... 내가 노래 못부르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구나'


지금은 녹음기도 없고 녹음테이프 음질도 신통치 않아 안틀지만 어린 손자가 노래 부르는게 좋아 손자 붙잡고 부르게 시켰을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 떠오


릅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신데)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샀던 책들.. 당시엔 꽤나 심각하게 읽은 책들이었는데 지금와선 그때 머리를 싸매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고 피식 하고 웃음이 


나는 책들.. 그때는 이문열이 소설의 완성자라고 생각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죠. 젊은 날의 초상, 사람의 아들.. 그러다가 태백산맥을 알게 됐고 정말 끝도 없


이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에 질릴대로 질려가면서도 10권까지 읽은 내 자신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이후에 유물론의 기초개념 닦는다고 샀던 포이에르바하와


헤겔 해설서들.. 이사다니면서 누가 빌려달래서 빌려주고 누구 빌려줬는지 기억도 안나는 변증법적 유물론 책들.. 혹시라도 아버지 한테 들킬까봐 포장으로


가려놨던 이른바 '의식화 도서'들 몇 권.. 이거 저거 참 잡다하게 사댔지만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던 장서목록들... 그러다 만났던 하루키의 책들.. 참 즐겁고


행복했던 독서였습니다.



장농에 갇혀있는 유행지난 넥타이들.. 그때 점원 말을 듣고 좋다고 해서 샀지만 지금 그걸 보면 주변에선 '그냥 하나 새로 사... 지퍼 넥타이도 디자인 좋은거


싸게 많이 팔아'소리만 나오는 것들 그래서 장농에 쳐박힌 채 유행이 바뀔날만 애타게 기다리는 넥타이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버려진 많은 소지품들.. 버리거나 남에게 줘버렸거나 지금 집 창고 어딘가에서 쳐박혀있을 내 물건들... 어쩌면 그들이 내가 살았다


는 증거이자 증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외로우면서 외롭지 않은 인생길의 동반자들.. 다들 어디에 있을까?

    • 초등학교 3학년 때 교과서에 나온 '청개구리' 라디오 극본 과제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녹음했던 것을 테이프로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동네 아저씨 개구리역으로 개골개골했죠.
      새내기 때 고학번 선배들의 의식화 교육이 맘에 안 들어서
      동방에 꽂혀있던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를 혼자 읽던 게 기억나네요. (뭘 좀 알아야 공격할 수 있을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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