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보다 든 쓸데없는 의문 - 아메리칸 파이, 옛날 영화를 보며 "명작이 되긴 어렵구나" 라고 느껴요

1.

 

이게 한 1999년작 정도 되나요? 얼마전 아청법 개정으로 청소년의 성관계 장면이 나오면, 그 배우가 성인이건 말건 처벌하네 어쩌네 할 때 "그럼 이 영화는 못나오네?" 했던 영화로 <은교>와 함께 <아메리칸 파이>도 거론되더군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뽑히는 장면은, 주인공 짐과 체코슬로바키아 교환학생 나디아의 이야기입니다. 나디아가 짐에게 세계사 공부를 좀 도와달라고 하는데, 발레 연습을 끝내고 바로 짐의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겠다고 하죠. 짐과 친구들은 대흥분하고, 급기야 짐이 컴퓨터 미니캠을 활용해 나디아의 옷갈아입는 장면을 친구들에게 생중계하려는 음모를 세웁니다. 그 과정에서 참으로 슬픈 ㅠㅠ 코미디가 벌어지고요.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나디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진 학생이었을까요? 발레 연습 마쳤으면 곱게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올것이지 왜 굳이 짐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겠다는건지도 좀 이해가 안되고, 심지어 빈 방에서 옷갈아입다 말고 짐의 서랍을 뒤져 포르노 잡지를 꺼내보고, 게다가 짐이 실망스러운 퍼포먼스ㅡㅡ;;를 보이자 집에 가겠다며 짐을 쌉니다. 왜 온건지??

 

물론 공부는 핑계이고 짐이 맘에 들어서 꼬시러 왔다고 하면 설명이 됩니다만... 여기서도 의문은 듭니다. 일단 당시 짐의 집은 2층집으로, 아래층에는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영화 초반에서 알 수 있듯이 짐의 방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는 분들이죠. 그런 환경에서(물론 나디아는 짐의 부모님 성향까진 몰랐겠지만) 짐의 퍼포먼스가 괜찮았다면 뭘 하려고 한건지? 또 초반에 친구 스티플러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짐과 나디아가 한 번 만나는데, 이때 나디아가 짐을 보는 시선은 영 별로입니다. 무슨 계기가 있었기에 굳이 꼬시러 집으로?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짐은 고향으로 돌아간 나디아와 다시 화상채팅을 연결해 본인의 스트립쇼를 보여주는데, 제가 나디아라면 제 옷벗는 장면을 친구들에게 공개하려 한 xx와는 상종을 않겠습니다. 고소해서 빵에 쳐넣지 않은 것만도 고마워해야죠. 근데 참 화기애애하더라구요. 심지어 나디아는 2탄에서 다시 짐과 썸씽이 생기죠. ㅎㅎ 뭥미?

 

아 물론, 웃자고 만든 영화에 죽자고 달려들면 안된다는 건 알고있습니다. 그냥 생각나서요 ㅎㅎ

 

2.

 

요즘 시간이 나면 좀 오래된 영화를 다시 찾아 보곤 합니다. 어떤 영화는 유투브에 아예 통으로 올라가 있기도 하더군요. 어릴 때 진짜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을, 일반적인 평가에 상관없이 다시 찾아보곤 합니다. 뭐 예를 들자면 <더 록> <아메리칸 파이> <금발이 너무해> 같은 영화들로, 비평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지만 당시 꽤 흥행은 했던, 가벼운 액션이나 코미디들이죠. 그런 영화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나왔기 때문에 이 영화들이 고전으로 자리잡진 못했습니다만, 그런 영화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나이대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전 그 나이때 봤던 그 영화들이 그냥 제일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최근에 이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이, "아 이래서 고전 명작이 되긴 어렵구나" 하는 겁니다. 당시 처음 볼 때, 심지어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볼때도 별로 보이지 않았던 단점들이 10년 이상이 흐른 뒤에 보니 우르르 쏟아지는 겁니다. 특히 최근에 <더 록>을 다시 보는데, 대학 시절에 정말 재미있게 수십번을 봤던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루하더군요. 심지어 당시에 전 별로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남들이 많이 지적했던 것들이 이제서야 공감이 되요. 과도한 후까시, 쓸데없이 긴 러닝타임 등. 위에 언급한 아메리칸 파이도 당시에 볼 때는 그냥 재밌게 보고 넘겼는데, 여러번 보고, 그것도 오랜만에 보다보니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러니 같은 사람이 수십번을 보고, 정말 오랜만에 봐도 몰입이 되고 잡생각이 안들게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물론 이쯤되면 "아 내가 영화보는 눈이 남들보다 10년 정도 떨어지는구나" 라고 느껴야 하지만 그 대신에 그냥... "알고보니 명작은 아니었구나"로 대체하며 스스로를 보호합니다. ㅡㅡ;;

    • - 나디아는 극중에서 백치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므로 개별 행동들 사이에 대해 굳이 개연성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
      - 전 그냥 '10번이나 봤으면 뭘 봐도 재미없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맙니다. 영원히 재미있는건 내 옛날 얘기 (주로 나이먹고 포장마차에서 모르는 젊은이 붙잡고 늘어놓게되는) 밖에 없어요.
    • 2. 예로 든 세 영화가 당시에나 지금에나 비평적으로 상당히 인정받는 영화들인데.... 나름 기념비적인 영화이기도 하고.
      더불어 액션이나 코미디 같은 쟝르영화는 기술이나 규칙, 설정들이 10년 정도면 슬슬 유행에 뒤쳐지기 마련이죠. 더 락만 해도 당시만 해도 신선하다못해 정신 사납다고 하던 카메라기법들이 요즘엔 일반화되고 오히려 더 정신사나운 영화들이 많아져서 심심해진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 아 그런가요? ㅡㅡ; 전 그 당시나 지금이나 저 영화들을 뭔가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리스트는 본 적이 없어서요 ㅎㅎ 오히려 당시에도 주변에서는 저런거 좋아한다고 절 상당히 저질스럽게 봤던 시선들이 ㅠㅠ

        <더 록>의 경우 카메라 워크는 여전히 볼만한데, 중간중간에 쓸데없는 장면이나 대사가 많이 보이더군요. 요고 조고만 좀 짤랐어도 러닝타임 줄이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쓸데없는 장면/대사...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ㅎㅎ '이거 내 영화임'이라는 베이횽 싸인이라 생각해야죠.
      • 더 록은 참 좋은 액션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가능성을 스스로 차버리지 않았나요. 후까시 잡아주는데 시간 낭비하고 자뻑에 가까운 설교하는데 또 시간 낭비하고. 이딴 사설들만 뺐어도 훨씬 날씬하고 만듦새도 좋은 액션 영화가 되었을겝니다. 뭐 듀나님이 좋은 리뷰 이미 써주셨었으니 더 달 사족도 없네여. http://djuna.cine21.com/movies/the_rock.html
        • 가장 큰 문제는 마이클 베이가 그다지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는 감독은 아닌 것 같다는겝니다. 그 본인은 스스로 만든 영화에 무척 만족하는듯 하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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