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늑대소년 - 내가 살인범이다 감상
우연치 않게 두 편의 영화를 같은 날 보게 됬는데 여러모로 비교되는 영화더군요
평일에 개봉한 지 꽤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동네극장에 사람들이 그럭저럭 있었습니다.
요즘 cgv가 미친듯이 이벤트를 하면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그래서일까요
저는 오늘 cj one포인트 평일이벤트로 두 개의 영화를 8000포인트 차감으로 봤는데
이번달까지로 알고 있으니 포인트 남으신 분들은 많이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늑대소년
감상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나무랄 데 없는 영화입니다.
일단 캐릭터들의 묘사가 꽤 적확하게 그려집니다.
미국에서 영화가 시작되는 느낌도 여러가지 면에서 합리적이고
초반 박보영의 캐릭터 묘사도 잘 구축되어 있어 중-후반부 캐릭터의 변화가 이치에 맞게 그려집니다.
60년대 (딱히 시대가 중요하기 보다는 시골에 내려간 도시가정의 모습이 더 중요하긴 합니다만) 시골 느낌의 디테일도 좋았구요
악당 하나가 여러모로 모든 갈등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좀 걸립니다만 뭐 그냥 봐 주지요
전반적인 만듦새는 사실 좋은 모양은 아니예요
송중기가 연기하는 늑대소년은 여러가지 필요에 의해서 캐릭터의 일관성이 무너지죠, 주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지만 뭐
어쩔 수 없죠
후반부가 좀 길긴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죠, 마지막에 아낌없이 주는나무 동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리고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 눈에서 눈물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쥐어짜는 눈물이 아닌 캐릭터에 대한 연민으로 인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그런 눈물 말입니다.
그러나 창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는 뭔가 뒷맛이 나쁩니다.
이 영화는 남들이 뭐라해도 제 기준에 그냥 가위손이예요
광해의 원본영화인 데이브만 해도 그 영화는 그냥 헐리우드 상업드라마 영화였어요 그래서 뭐 그러려니 했는데
가위손은 아니잖아요, 가위손의 스토리도 뭐 오리지날이 강한 건 아니겠지만
가위손은 팀버튼의 가위손이잖아요, 그걸로 충분하잖아요,
팀 버튼이 그 아름다운 미쟝센과 동화적인 느낌으로 나에게 이런 이야기가 갖는 그 어떤 형언할 수 없는 가슴저림을
느끼게 해 줬잖아요,
그런데 왜 이 영화는 가위손 발끝에도 못 미치는 비쥬얼과 스타일로 한국의 가위손을 그려내는거죠
그럼 안 되는거잖아요, 데이브는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그냥 데이브이지만
가위손을 만들려는 사랑이면 감독만의, 조성희만의 가위손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누구나 특히 우리세대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면 다 자기만의 가위손이 있잖아요
언제가는 다 한 번씩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잖아요,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감독의 다음 작품이 진심으로 기다려집니다.
내가 살인범이다
간단하게 서두를 시작하면 한국에서 공소시효를 다룬 수많은 시나리오가 기획-계발되었는데
그 중에 결국 들어간 영화가 이 영화군요
사실 어떻게 보면 공소시효라는 드라마적인 설정을 가장 하찮게 다루는 영화인데 말이예요
이런 게 아이러니일까요?
감상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는 말이 안 되는 영화입니다.
리얼리티가 없죠
초반 액션을 제외하고는 그 이후 스토리는 관객들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느낄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전력질주합니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점프하고 점프하고 그러다가 어어 엔딩까지 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온갖 한국영화적인 설정 잡동사니들은 다 붙어있죠
그러나 창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요
감독이 일단 이 숨돌릴틈 없는 영화의 속도속에서도 영화의 거의 모든 배우들에게 배려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게 드라마속에서 어느정도 잘 녹아듭니다.
배우들은 다들 작업에 만족했을 것 같아요
영화의 초반이후 액션도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신선하게 뭔가를 해 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감독이 분명 의식을 하고 있겠죠
이 구멍 뚫린 시나리오를 가지고 어떻게든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하는 만든 사람들의 악전고투가 엿보이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감독이 자신의 오랜 벗들, 자신을 믿어준 배우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갈려는 의지도 보였구요
감독의 다음 작품은 좋은 액션시퀀스가 녹아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