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누구 때문에 발전했을까? haia님의 글에 대한 생각...

밑에 haia님께서 흥미로운 내용을 쓰셔서 답글을 달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새 글로 써요.

haia님께서는 우리나라의 발전에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등 대통령들의 역할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보고 계시죠.

그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은 발전할 수 밖에 없는 나라라고 하셨죠.


저도 생각이 비슷해요.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영웅적 인간의 기여를 크게 보지 않는지라...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뛰어난 민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관점에는 의견이 다르네요.

민족간의 선천적인 능력 차이도 회의적으로 봅니다. 역사를 통한 민족적 경험에 따른 후천적인 능력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요.


논란이 있을만한 주장이긴 해요.

그런데 저는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를 감명 있게 읽어서 그 쪽으로 제 생각이 많이 기울어져 있어요.

그 분 주장이 모든 문명의 발전 정도의 차이는 지정학적 위치가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거든요.

그런 관점으로 볼 때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것은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보다는 지정학적 위치, 특히 미국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봅니다.


냉전 시대 자유진영의 최전선으로서 미국의 전폭적 경제적, 정치적 지원은 필연적이었다고 보구요,

지난 수천년간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축적된 문화적 자산이 결합되어 급속한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근대화 이후 유교 문화권에서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 일어서지 못한 나라는 없습니다.

다만 경제 발전의 시기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죠.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어서 제일 먼저 근대화가 가능했던 것이겠구요,

우리나라나 대만은 운 좋게 자유 진영의 주변부에 있어서 빠른 발전이 가능했겠죠.


박정희나 전두환,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국민 각자가 모두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열심히 일했겠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가는 방향은 큰 틀에서 미국화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죠.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나요..


한국사의 시야를 한반도 내에서만 본다면 한국의 도약은 놀라운 것이지만,

전세계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반도를 본다면

한국의 빠른 정치적, 경제적 발전은 미국의 세계 전략상 하위 수단으로써의 지원,

또한 필연적인 동아시아 국가들의 재도약이 맞물린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보다 일도 열심히 하고, 머리도 좋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도 다 맞을 거에요.

하지만 그건 선천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문화적 유산으로 남은 성향 때문일 거에요. (meme이라고 하나요?)


    • 글쓰신 분 말씀에 대체로 동의하기도 하고 미국의 역할 또한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세기 이전 한중일의 문자해독율이 서구의 유럽국가들에 비해 더 나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문맹률이 낮다 --> 교육이 가능한 배경이 이미 있었음 --> 빠른 지식습득으로 빠른 근대화. 이게 유교문화권의 장점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 "국민들의 역량"이라는 걸 정의할 때에 민족의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하면 좀 많이 그렇죠. 그리고 민족이라는 것 역시 race나 tribe 로 보기보다는 cultural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더 낫죠. 동북아 3국의 아이큐테스트를 하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높게 나오는데, 교육의 성과같습니다. 그것도 어린 연령대부터 시작하는 주입식 교육 말입니다. 떠도는 세계 iq 지도같은거,,, iq 테스트를 연령 상관없이 샘플링하여 시행했을까요? 주로 학생층을 대상으로 했겠죠. 그러면 어린 나이부터 상대적으로 어려운 교육을 받은 동북아 3국의 아이들이 자연히 더 높게 나올테죠.
    • 저도 동감해요. 유사 이래 동아시아는 항상 문화적, 물질적으로 최상위권에 있던 곳이었죠. 20세기에 유난히 고생을 많이 했을 뿐.
    • 반박하기도 동의하기도 애매하군요. 저의 아래 글에서 인용한 그 전의 글(http://djuna.cine21.com/xe/board/184548 )이 이미 bete님이 언급하신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논지에 상당히 동의하면서 쓴 글이고, 그 글의 맥락도 본문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런 점에서 저와 bete님의 견해 차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다만 두 가지 정도 이견이 있다고 하면 우선 한 가지, ‘민족성’ 개념을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민족성과 민족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고요. 다만, 아래 글에서 어떤 민족적 우월성을 드러내려한 부분이 있는 듯 느껴진다면 그건 일단 제가 그렇게 글을 쓴 탓이겠지만, 이단으로는 민족성 개념을 좀 넓게 생각해 주십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래 글에서 말하는 민족성이라 함은 수천 년간 이어진 유전적, 문화적, 지정학적, 기후적 요소들의 총합과 이의 상호영향 그리고 그 영향의 ‘누적’입니다. 이 단계에서 ‘선천적’ 차이와 ‘후천적’ 차이를 가리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겁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동북아시아에 수천 년간 누적된 선진성이죠.

      다른 한 가지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의 영향력인데요. 저는 미국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시간 축으로 볼 때 미국의 본격적 개입은 최근 7~80년 정도이고, 동북아시아 문명권의 역사는 그 수십 배니까요. 물론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발휘한 정치적 영향력’은 큽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발전’에 미친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미국이 어떻게 하면 발전하고 아니면 못하고 하는 그런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죠. 냉전 구도 속에서 미국이 (혹은 소련이) 지원한 국가가 한국만 있었던(혹은 동북아시아에서만 그런 지원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든 간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70년쯤 지난 시점에서 동북아시아의 발전양상과 글로벌한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Warlord / 말씀하신 IQ테스트나 ‘시험성적’에 관해서도 그저 약간의 해석 차이가 있는 것이죠. 지난 수십 년간 인종의 용광로라는 미국에서 수천만을 대상으로 행해진 표본조사의 결과는 어떤 IQ테스트에서도 항상 동북아시아 출신 학생의 수치가 상위권에 위치하며, 모든 종류의 지적 능력을 겨루는 시험에서 동북아시아 출신 학생들의 성적이 상위권임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차이’가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럼 이것을 어떤 민족적 우수함의 근거로 삼아야 할까요? 적어도 이 게시판 분들 대부분은 강력하게 부정할 겁니다. 그리고 ‘후천적 조건’에 관해 이야기하겠지요. 이를테면 “동아시아의 부모들은 어린 자녀의 학업 성취에 힘쓰는 경향이 있다”라는 명제인데, 결국 ‘경향’입니다.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양육되어 그렇게 다음 세대를 다시 기르는 겁니다. 그렇게 수십 세대를 반복한 결과물이죠. 여기서 후천성과 선천성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죠. 한 두 세대라면 모를까 결국은 두 요소가 세대를 거듭하며 서로 꼬리를 물고 돌았을 뿐입니다. gene과 meme을 이어주면서 말이죠.
      • 답글을 읽어보니 haia님과 저와는 큰 의견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
        민족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다만 gene보다는 meme의 기여가 더 결정적이라고 보는 거죠.
        haia님은 gene의 영향도 있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meme의 영향을 함께 고려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주장으로 생각해요.
        최근의 심리학적인 연구 결과들도 조심스럽게 유전적인 차이를 인정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전에는 나치의 우생학적 접근에 대한 터부가 있었겠죠...)
        그리고 민족간에 역량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현실에서 그 원인을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로 논쟁한다는 것은 학문적 논제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영향이 100~200년 이상의 장기적인 시야로 본다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동아시아는 결국 같은 문화권으로 묶일 것이고 그 중심은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겠죠.
        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여기서 단기라는 것은 100년 이하이지만 우리들의 짧은 인생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미국의 영향은 결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미국이 자본을 지원하고 시장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과정도 미국이 뒤에서 버티고 있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5.16, 12.12, 5.18.같은 개별 사건들에서 미국은 침묵했지만,
        독재정권들이 막 나가지 않도록 미국은 끊임없이 견제를 했어요. 미국이 없었더라면 김대중이나 김영삼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요?
        유신정권 같은 엄혹한 시절에도 남한은 북한과 같이 극도로 폐쇄적이고 통제받는 사회는 아니었어요.
        그것이 박정희나 전두환의 선의는 분명히 아니었고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죠.

        해방 당시 남한과 북한 국민들의 역량 차이가 없었을 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북한에도 박정희나 김대중, 노무현의 역할을 할 잠재성이 있는 사람들은 있었을 겁니다.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고, 대구가 동방의 모스크바로 불릴 정도로
        남한은 오히려 사회주의의 토양이 더 두터웠던 곳이죠.
        지금 남한과 북한이 모든 점에서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된 것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소련(또는 중국)의 영향 하에 있던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은 동의합니다.
        동아시아는 어차피 발전할 지역이니까요.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은 유교적 문화 토양보다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모습에 더욱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적어도 100년이 안 되는 우리 인생의 시야에서 봤을 때 더 의미 있는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 민족들의 역량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도자의 정책이 더 중요하겠죠



      정말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보시나요

      일본이 중국보다 지정학적으로 근대화에 유리한 점이 뭐가 있을까요



      지정학적으로 유리해서 근대화에 성공한게 아니라 지도자의 정책때문에 근대화에 성공한게 아닐까요



      총균쇠를 읽고 지도자의 정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건 정말 이상하군요



      중국을 예로 들면 총균쇠에서 말하는 지정학적 요건으로 봐도 전혀 불리한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때는 유럽보다 앞선 문명국이기도 했죠



      일본이 근대화에 가장 먼저 성공하고 단기간에 중국을 넘어선 사례는 오히려 지도자의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
      • 일본이 중국보다 작았기 때문에 개항과 근대화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바로 실행하기에 유리했죠.
        • 중국보다 작은 나라들이 모두 개항과 근대화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죠

          정치적 결정의 옵션이 개항밖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 제 글의 논리가 단순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짧은 글에서는 항상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죠.
        지도자가 누구든 국가의 발전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을 거에요.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지도자의 역할은 당연히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중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생각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박정희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거나,
        김대중의 몸을 내던진 희생으로 민주화가 됐다는 등의 '영웅적 역사관'을 비판하는 측면에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지도자의 결정이 한 나라의 운명을 고정적이고 영원히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죠.
        당장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일본의 지도자의 올바른 결정으로 근대화에 성공했지만
        결국 현재 시점으로 보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잖아요?
        중국이 일본에 비하여 100년 늦었지만 결국엔 중국은 동아시아의 패자라는 원래 위치를 다시 찾고 있죠.

        그렇다면 지도자의 정책은 몇 세대의 흥망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인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고 봐요.
        주가 그래프로 비유하면 될 것 같네요.
        일시적으로는 수많은 등락의 진동이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과 하락 추세를 볼 때에는 개별적인 진동은 많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단기적인 진동의 사이클이 역사의 관점에서는 개인의 인생보다 더 길다는 것이 문제겠죠.
        그렇다면 지도자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 그래도 우리 인생보다는 길겠지만 - 중요합니다.
    • 이정도까지 오면 총균쇠보다 파운데이션 삼부작스러운 얘기들이 등장할 타이밍인데요.
    • 열심히 댓글 쓰신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왜 이런 주제들로 고민을 하시는건지, 이런 주제들은 정말 답이 없고 얻어지는 결론이라는 것도 그야말로 뜬구름에 지나지 않는 얘기들일 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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