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은 과하다 싶고 2부작으로 나누는 건 그렇게까지 억지는 아니다 싶습니다. 오손도손 아기자기한 모험극으로 시작하는 듯하다가 막판에 가면 거창한 전쟁 한 판까지 이어지는, 꽤 큰 이야기니까. (그래도 두 편으로 나누기보다는 좀 긴 한 편으로 압축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은 여전히 가능하겠죠. 물론 팬보이 피터 잭슨이 과격한 가지치기보다는 시리즈화를 택한 것도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고.)
그렇다고 잭슨이 원작을 무리하게 늘여서 3부작으로 만든 건 아닌 듯하고, [호빗]과 [반지의 제왕] 사이의 역사에 관한 톨킨의 설정을 붙여 3부작으로 만들었다더군요.
그리고 빌보, 간달프, 골룸은 아예 메인 캐릭터였고, 중간에 리븐델에 들르는 부분이 있으니 엘론드와 갈라드리엘이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고… 사루만이 원작에도 나오던가요? 기억이 안 나는데, 뭐, 안 나오더라도 [호빗] 이야기가 진행되던 시점에 살아있던 캐릭터이고 그 시점에는 동료 마법사로서 간달프와 친했으니까 끼워 넣는 데에 별 어려움은 없죠. 2부에 등장한다는 레골라스도 마찬가지. (하지만 사루만이 등장해서 훗날 악의 무리로 넘어갈 것 같은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흩뿌리고 다닌다든가, 레골라스가 카메오/단역 이상으로 전면에 돌출하여 메인 캐릭터 역할을 한다든가 하면서 영화 [호빗]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복속시키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는, 굳이 [반지의 제왕] 속편이 아니더라도 저 캐릭터들 다 다시 넣을 수 있고, 일부는 넣어야만 합니다. 프로도와 나이 든 빌보가 등장하던데 그건 아마 중간중간 화자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 아닐지. 애초에 설정상 [호빗]과 [반지의 제왕]이라는 책을 쓴 저자가 바로 프로도거든요(톨킨은 그걸 영어로 옮긴 "번역자"). 프로도가 삼촌의 모험담을 듣는다는 액자 바깥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지가 황금가지판으로 6권 분량인데 호빗은 얇은 책으로도 2권 분량입니다. 솔직히 저는 한 편의 영화에 무리없이 들어갈 만한 분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빌보가 간달프의 방문을 받음- 간달프가 빌보를 후림-난쟁이들과 함께 길을 떠남-(다크우드에서 다크엘프와 말썽이 있음)- 스마우그와 보물 - 전쟁 - 귀환 이렇게 하면 딱 기 승 전 결 하고도 마무리 짓고 그냥 나올 만도 한데 2,3편은 좀 너무하다는 느낌입니다. 그야 천천히 가자고만 하면 무슨 책이든지 2,3편 나올 수 있죠. 그런데 호빗은? 저는 좀 심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