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1985를 보고 와서 후기
엊그제 새벽 잠못잘 일이 있어 들어온 듀게에서
우연찮게도 "잠깐익명할게요"님이 불하하여주시는 예매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보고왔습니다.
아.
영화 속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새로운 형식은 더더욱 없습니다.
이야기는 그저 예상한 대로 예정된 대로 뚜벅뚜벅 나아갑니다.
어제 그런 글을 보았습니다.
'영화가 고문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어제의 그분은 아마도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이 소모적이라 생각이 들었겠습니다. 그 의견이 일견 이해는 갑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픽션에서 현실을 재현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충실한 재현은 뭣보다 리얼리티를 강조할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남영동>은 그것이 보기에 따라 과도할 정도로 반복적입니다.
보고 나오는데 그랬습니다.
지금 이 시기엔 오히려 그 정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가짜 이미지 혹은 얕은 간접경험을 세상의 전부로 여기는 이들이 차고넘치는 세상이므로.
그러므로 질릴 정도의 리얼리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과거의 고통을 재현하는데 쏟아붇다보니,
영화가 허술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허술한 부분은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현실(혹은 속성)이 채워줍니다.
그것은 묵직합니다.
<남영동>에는 다른 방식의, 극적이고 예술적이며 더 나은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 역시 충분히 묵직하며,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에 더 적합한 방식이 아닐까,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