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로스쿨 제도가 돈많은 사람한테 유리하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잘 정착되면 돈없는집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제도 같습니다.
사시는 많은 시간+노력을 투자한 뒤 당락이 결정되고 그 이후의 비용은 적지만, 로스쿨은 그에 비해서는 적은 시간 + 노력을 투자한 뒤 당락이 결정되고 그 이후에 꽤 많은 비용을 투입하죠. 돈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자를 섣불리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안되면 회수할 길 없이 쪽박이니까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대출 받으면 되는거죠..
물론 가난한 집의 무척 똑똑한 자제 (해당 학년의 전국 2-30등 이내 정도라고 합시다)라면 그런 불확실성을 극복할만하겠지만, 전국 100등은 좀 넘어가는 적당히 똘똘한 아이들은 그 불확실성 앞에서 몸을 사리게 마련이죠..이런 친구들에게는 차라리 로스쿨이 불확실성도 적고 하니 나은 제도 같습니다.
Shostakovich/ 물론 700만원이 작다는 것은 아닌데요. 그 비용과 시간을 사법시험의 비용과 비교해봐야겠죠. 그 700만원은 내가 몇년뒤 변호사가 될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의 700만원이고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시간은 내가 변호사가 될지 안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하는 돈이죠.
1. 로스쿨 합격에 필요한 조건이 사법고시 합격에 필요한 조건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로스쿨은 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몇 가지 조건들을 학교별로 반영비율을 달리해서 심사합니다. 공식적인 반영 조건은 학점, 외국어능력, 법학적성능력시험, 그외 사회활동 혹은 경력, 자격증이 되고, 비공식적으로 지원자의 연령 등이 고려되고 있죠. 이 조건들은 거의 모두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준비하는 '스펙'과 겹치고, 법학적성능력시험은 피셋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그 준비에 드는 비용이 상황에 따라 아주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2. 사법시험은 합격 후 국가에서 소정의 월급이 지급되는 신분이고, 로스쿨은 합격 후 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대학원생 신분이 되죠. 비용 문제에 대해서 현재는 모든 로스쿨이 정원의 10%를 가정형편을 고려한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이들에게는 3년간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및 교재비용, 생활비를 고려하면서 3년을 보내야 하죠.
로스쿨 제도냐 사법 시험 제도냐의 제도 자체의 장단을 비교할 때는 양쪽 모두 배출 인원이 동등하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동일 시점에는 어느 한쪽의 제도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비교해야 의미있고 명확한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 즉, 상황1은 사법시험으로 연 1천명의 변호사를 생산하는 사회, 상황2는 로스쿨 제도로 연 1천명의 변호사를 생산하는 사회로 비교해야할 것 같습니다.
즉 중간 수준의 로스쿨을 중간정도의 성적으로 졸업한 것과, 사법시험/연수원을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졸업한 것과 향후 기대 소득이 비슷하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진행시켜야, 순전한 제도 자체의 효과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hostakovich / 대체로 전문직을 생산하는데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자원을 조기에 확정하고, 선발된 해당 자원에게만 전문직 교육을 시키는 방법이 있고 (즉 입구-출구의 인원이 비슷합니다), 2) 선발을 늦추어 개방된 다소 느슨한 교육 이후에 그 성과에 따라 선발한 후 전문직능 보수교육을 실시하는 유형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의료인력 양성이 전형적인 예이고, 후자의 경우는 고급공무원, 또는 과거의 사법시험이 그러한 예입니다. 로스쿨의 문턱이 낮은 이유는 전자의 유형, 즉 자원을 조기에 확정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판 음서제'의 문제는 유효한 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가난한 집 자제와 부잣집 자제 사이의 일종의 거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전체 기회 비용을 낮춰서 가난한 집 자제에게는 유리해지지만 소수의 음서의 위험이 존재하는 거죠. 반대로 사법 시험은 음서의 위험은 낮지만 기회 비용이 너무 커서 가난한 집 적당한 똘똘이들은 엄두 내기 어려운 제도고요. 물론 가난한 집 초수퍼똘똘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를 할테고, 해왔고, 그것이 일종의 신화가 되어 눈을 가리고 있지만, 그 신화를 벗어나서 생각해보면 사법시험이 빈출에게 더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거죠. 1안은 5백만원(시간 비용 포함)을 들여서 로스쿨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4천5백만원을 지불하고 변호사가 됩니다. 2안은 3천만원을 들여서 사법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변호사가 됩니다.
사법시험의 경우가 총비용이 더 낮다고 가정했고 양쪽 모두 변호사가 될 확률은 같습니다.
1안에서는 5백만원을 써야되지만 2안에서는 3천만원을 써야하죠. 가난한 집이라도 5백만원 정도는 융통이 되겠지만 3천만원 융통하기는 쉽지 않겠죠. 물론 1안에서는 등록금 부담이 있지만 그건 대출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2안에서는 대출하면 안되냐고 그럴텐데, 2안에서의 3천은 날릴 위험이 있는 3천이고 1안에서의 등록금은 날리지 않는 돈입니다.
로스쿨은 적은 비용으로 조기에 변호사 여부를 확정시켜주니 오래 버틸 여력이 없을수록 로스쿨을 선호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별전형을 제외하더라도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장학금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등록금으로 인한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1억 정도의 부동산 재산, 부모님 소득이 월 400 이하인 가정 출신이라면 장학금 받습니다. 학교나 기수의 구성에 따라 100%일 수도 있고 70% 정도를 받게될 수도 있지만 하여간 이 정도 되면 거의 모든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습니다. 가계사정과 상관 없이 장학금을 원래 많이 주는 학교들도 (서울에도) 있고요.
시간 비용 포함이라는 말이 무척 애매하군요. 리트 응시료, 로스쿨 원서비 합하면 80만원 정도이고 리트 시험 준비나 면접 대비에 사교육의 필요성은 사법시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그 '시간 비용'이라고 하신 것의 문제인데..
글쎄요. 스카이 로스쿨을 제외하면 스카이 학부 출신 비율은 5-60%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법조인 자제가 들어오기 쉬운 구조라는 것과 그렇지 않으면 들어오기 어렵다는 건 매우 다른 말이죠. 회계사나 변리사 등 다른 자격증 보유자들도 전체 정원에 비하면 아주 소수고요. 외국연수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대형펌의 경우는 말씀하신 대로고, 판사 임용은 아직 법전원 출신을 대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고, 대신 로클럭 임용을 보면 철저하게 서면 성적으로 선발하고 있죠 검사 임용은 정성적인 요소가 상당히 고려되는 것 같아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전국 공통으로 보는 과목의 성적이 베이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