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들...


[엘레나]

  간호사인 중년 여인 엘레나의 일상은 짜증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불편한 건 아닙니다. 간호사 시절에 성질 고약한 부자 영감 블라디미르와 만나 결혼한 뒤 그녀는 그의 부인이자 개인 간호인으로써 그의 아파트에서 같이 살아왔는데, 그녀의 건달 아들 세르게이와 비행 청소년이 되어가는 손자 알렉산드르를 재정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그녀는 의견 차이로 그녀 남편과 간간히 부딪혀 왔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일을 계기로 블라디미르는 소원해 왔던 친딸과 좀 더 가까워지고, 그리하여 사후 재산 처리 문제에 대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니 엘레나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깐느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특별 심사원 상을 받은 본 영화는 간간히 깔리는 불안한 필립 글래스의 음악과 함께 이야기가 느와르 영역으로 근접하는 과정을 담담하고 차갑게 지켜보고, 나름대로 조용히 결말을 냅니다. (***)




[2 Days in New York]

[2 Days in New York]은 감독 줄리 델피의 전작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남자]의 속편입니다. 전편에서 파리의 여자 친구 집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보낸 후에 잭은 마리옹과 결혼해서 아들도 가졌지만 결국엔 그들은 헤어졌고, 이제 마리옹은 뉴욕에서 새 남자 친구인 밍구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데, 마리옹의 사진 전시회를 계기로 최근에 아내와 사별한 마리옹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마리옹의 여동생 로즈, 그리고 마리옹의 전 애인이자 로즈의 현재 남자 친구 마누까지 뉴욕으로 날아오고, 이러니 마리옹의 왈가닥 친지들 덕분에 밍구스는 전편에서 잭이 파리에서 경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전편이 환기되는 여러 상황들 속에서 델피는 마리옹과 그녀 못지않은 그녀의 민폐 친지들을 통해 여러 자잘한 웃음들을 비교적 잘 뽑아내고, 크리스 록은 영화에서 제일 멀쩡한 사람으로써 영화의 균형을 잡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리옹의 내레이션을 통한 변명과 얄팍한 티가 나는 각성으로 결말짓는 건 얄미운 티가 나지만, 유쾌한 건 변함없습니다. (***)



[살인소설]

 옛날에 [켄터키 블러드]란 범죄 논픽션 소설로 주가를 올렸던 작가 주인공 엘리슨 오스왈트는 그 이후로 다른 책들을 써왔지만 그 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해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성공을 잡으려고 하고, 그리하여 그는 한 가족이 실종된 한 명만 빼고 몰살당한 집에 그의 가족과 함께 이사 옵니다. 처음에 모든 게 괜찮게 보이지만, 당연히 가면 갈수록 집에 음산한 기운이 돌고 그가 정말 안 좋은 선택을 했다는 게 더욱 더 명백해지지요.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갈 지는 뻔해 보이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분위기를 잘 조성하고 유지한 가운데 충실하게 이야기를 굴려가면서 여러 효과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그 덕분에 영화의 결말은 미리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도 공포스러운 흡인력이 있습니다. (***)

  




[브레이킹 던 Part 2]

  목요일 밤 영화를 보는 동안 실소를 금치 못한 순간들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키득키득 거렸고, 저도 거기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4년 전 본 시리즈의 첫 편을 보면서 의도치 않은 코미디들에 낄낄거리던 순간들이 회상되었고, 동시에 이 시리즈가 얼마나 많이 의도치 않은 웃음들을 제공하면서 나름대로의 오락을 제공해 왔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한데, 전 이 시리즈가 끝난 게 그리 아쉽지도 않고, 아마 영원히 그립지 않을 것입니다. (**)




 [남영동 1985]

  작년에 세상을 떠난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든 [남영동 1985]는 허구이지만 그 안에서 보여 지는 진실은 우릴 소름끼치게 만듭니다. 그 시절 그런 부당한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났다는 걸 우리 대부분은 어느 정도 들어 왔었지만, 영화는 그 시절의 어두컴컴하고 아픈 기억을 가식 없이 정공법으로 우리에게 들이대미고 그 결과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고문 강도가 염려했던 것 보다 본 영화를 보는 건 생각보다 괴롭지 않았지만(영화 속에서 얘기되다 시피 최소한 상해를 입히면서 최대한 고통을 주어야 했고 그러니 이근안의 픽션 버전인 이두한과 같은 ‘전문가’가 호출되는 거지요), 정말 소름끼치는 건 김종태를 꾸준하게 고문하는 과정을 마치 회사 일인 양 대하는 고문자들입니다. 그 끔찍한 VIP실에서도 스포츠 중계나 아니면 데이트나 승진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면 이들은 말단 회사원들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이러니 ‘악의 평범성’이란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기 불편하지만, 동시에 무시못할 힘이 있는 영화이고 꼭 한 번쯤은 보셔야 할 것입니다. 물론 두 번 다시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1/2)




[범죄소년]

  [범죄소년]은 험악한 제목과 달리 작은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16살 중학생인 지구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문제가 많은 불량소년입니다.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13년 전에 그를 버렸고, 같이 살고 있는 병약한 외할아버지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요. 보호관찰 중이지만 별 놀랄 것도 없이 그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체포되어 소년원에 보내지고, 얼마 후 외할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그는 자신의 어머니 효승과 만나게 됩니다. 이리하여 영화는 효승과 지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들의 막막한 일상이나 그에 대한 이들의 한심하고 대책 없는 반응들을 보면 정말 그 부모에 그 자식이란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럼에도 감독 강이관은 흡인력 있는 드라마로 우리 관심을 이끌고 주연 배우인 이정현과 서연주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물론 이들 때문에 자기들 인생이 피곤해진 조연 캐릭터들을 맡은 전예진과 강래연도 언급해야겠지요.  (***1/2)


 P.S.  전예진이 맡은 지구의 여자친구에게 조언 한 마디: 앞으로도 일상이 여전히 암담하시겠지만, 혼자서 자기 앞가림 잘 할 수 있으실 것 같으니 제발 저 대책 없는 모자를 멀리하세요.



 [스파클]

 뮤지컬 [드림걸즈]와 영화 버전이 여성 트리오 슈프림즈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픽션이란 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나오기 전에 나온 1976년 작 [스파클]도 마찬가지로 슈프림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2012년 버전은 일단 모양새는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가면 갈수록 [드림걸스]의 짝퉁 티가 납니다. 물론 [드림걸스]의 이야기도 흔해 빠진 쇼비즈니스 멜로드라마였지만 적어도 좋은 순간들이 여럿이 있는 가운데 스타 배우들이 자신들 기량을 잘 발휘하니 괜찮은 뮤지컬 영화로 기억이 남은 반면, [스파클]은 처음부터 시작부터 쇼비즈니스 멜로드라마에서 기대할 법한 클리셰들의 작위적인 뮤지컬 퍼레이드이고 결과는 밋밋합니다. 적어도 출연 배우들은 이런 밋밋함 속에서 노력은 하는 편인데, 참고로 본 영화는 올해 초 사망한 휘트니 휴스턴의 마지막 영화고, 영화에서 그녀는 딸들을 걱정해서 너무 과잉보호를 하는 전직 가수 어머니라는 전형적인 캐릭터로써 할 일을 다 합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   




[파라노만]

  [파라노만]은 [프랑켄위니]와 여러 면들에서 비교해 볼만 합니다. 이야기야 다르지만, 공포 영화 분위기가 깔린 무대를 배경으로 한 3D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고 [코렐라인]을 만든 라이카 사에서 만들었으니 비교가 절로 될 수밖에 없지요. 주인공 노만은 [식스 센스]의 주인공처럼 유령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자신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그의 모습은 당연히 주변사람들에겐 괴상하게 보이고, 그러니 그는 그의 학교에서 늘 왕따 신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괴짜 삼촌을 통해 마을의 과거사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가 상황 처리를 하기도 전에 마을은 무덤에서 깨어난 좀비들로 소란스러워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그밖에 없습니다. 전개나 캐릭터 설정에서 각본은 간간히 엉성한 면들이 있고, 이야기 속 농담들이 다 먹히는 건 아니지만, [파라노만]은 전반적으로 잘 만든 애니메이션으로써 가볍게 즐길 수 있고, 주요 관객인 애들보단 어른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같습니다. (***) 

 




[홀리 모터스]

[홀리 모터스]에서 드니 라방이 맡은 주인공은 하루 내내 리무진을 타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지시 받은 대로 별별 역들을 차례로 연기하는데, 일과가 끝날 쯤에도 여전히 그는 또 다른 역을 맡고 있는 듯합니다. 오랜 만에 장편 영화를 만든 레오 까락스가 이 일련의 에피소드들로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간에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우울한 고단함이 살짝 깔리는 멋진 볼거리이고, 드니 라방은 갖가지 역들 혹은 갖가지 영화들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광경들을 만들어냅니다. 참고로, 까락스가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를 보신 분들이라면 그가 에바 멘데스와 함께 나오는 장면을 꽤 재미있어 하실 것입니다. (***1/2)


 


 [라잇 온 미]

  얼마 전 운 좋게 기회를 얻어 보게 된 [라잇 온 미]를 보는 동안 작년에 본 2011년 작[주말]이 떠올랐습니다. 후자처럼 [라잇 온 미]는 한 동성애 관계를 가식 없이 친밀하게 접근하여 섬세하게 주인공들 간의 감정을 잡아내는데, [주말]은 한 짧은 만남에 대한 이야기라면 [라잇 온 미]는 한 기나긴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뉴욕으로 건너 온 덴마크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인 에릭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변호사 폴과 눈이 맞게 되어 같이 지내게 되지만, 마약 중독을 비롯한 폴의 여러 문제들과 이에 대한 에릭의 수동적 태도로 인해 이들 관계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결국에 가서 그들은 헤어지지요(이건 스포일러도 아닙니다). 영화는 어떻게 이 둘의 관계가 흔들려지면서도 동시에 몇 년 넘게 지속될 있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그러다 보면 그들은 처음엔 눈이 맞았다가 나중에 헤어지게 되는 여느 커플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입니다. (***)



 [지난 여름, 갑자기] 

 고등학교 교사인 경훈은 그의 학생인 상우에게 협박당하게 됩니다. 게이 바에 있었던 그를 상우가 목격해서 사진도 찍어놓았는데, 사실 상우는 경훈에게 상당한 감정이 있었고 그의 요구에 마지못해서 같이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게 된 경훈은 상우의 교묘한 유혹에 흔들려만 갑니다. 화면 뒤엔 상당한 성적 긴장감이 있지만, 영화는 나른한 여름 오후 분위기 아래서 이들을 지켜보고 그런 재미있는 대비 때문에 짧은 상영 시간은 금방 갑니다. 경훈 씨, 정신 차리세요. [스캔들 노트]도 안 보셨습니까? (***)  




[남쪽으로 가다]

  우리가 기태와 준영을 처음 볼 때, 그들은 막 기태의 군부대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기태와 준영은 군 복무 시절 동안에 관계를 가졌는데, 복무 시절을 끝내고 부대에서 나온 준영은 기태와의 관계를 끝내려고 하지만 기태는 여전히 준영에게 마음이 있고, 덕분에 그는 상당히 막나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전에 본 [지난 여름, 갑자기]에 비하면 덜 재미가 있지만 화면 속의 그 싱그러운 푸른 여름날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 

 




[가디언즈]

예고편에 받은 개인적인 인상보다 상당히 부담 없는 영화였고 저와 다른 어린 관객들과 그들 부모들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야기나 캐릭터 면에선 별로 새로운 건 없지만, 좋은 볼거리들도 있고, 3D 효과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설정 면에서 [어벤져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전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




[바바라]

  우리가 처음 바바라를 봤을 땐 그녀는 단지 여차저차해서 베를린에서 시골 마을 병원으로 전출된 의사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그녀는 감시를 받고 있고, 그녀의 세상은 [타인의 삶]에서 엿보여졌던 1980년대 동독입니다. 단지 서독으로의 이주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찍혀서 이 한적한 북부 해변가 근처 마을로 보내진 그녀는 불시 수색을 받기 일쑤이지요. 그런 가운데 같이 일하는 동료 의사와도 정이 트이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에게 친절한 그를 믿기란 힘든 일입니다. 특히 그녀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지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그 시대의 분위기를 잘 깔아낸 가운데 고요한 전원 풍경 뒤의 희미한 불안감을 느끼게 해주고, 주연배우 니나 호스의 차분한 연기도 좋습니다. (***)





[호프 스프링스]

 아놀드와 케이는 겉으로 보기엔 31년 간 별 탈 없이 지내온 중년 부부이지만, 아내 케이는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몇 년 전부터 느껴왔습니다. 서로와 함께 있는 게 익숙하지만, 별 대화도 없는 가운데 침실도 따로 쓰는 가운데 일상을 이어가는 건 그녀에게 견디기 힘들었고, 그녀는 마침내 고집스러운 남편을 부부상담 휴가로 거의 억지로 끌고 갑니다. 권태기에 빠진 중년 부부는 흔한 소재이고 이야기도 별 새로운 걸 얘기하지 않지만, 우리에겐 이름만 들어도 관록이 느껴지는 수준의 배우들인 메릴 스트립과 토미 리 존스가 있고 그들은 자칫하면 지루해지거나 혹은 민망해질 수 있는 순간들을 유머와 드라마로 적절히 장식합니다. 이들 사이에서 상담 과정을 차분하고 이해심 있게  중재하면서 정말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는 스티븐 카렐도 보기 좋지요. (***)  



 [아버지를 위한 노래]

 [아버지를 위한 노래]의 주인공 셰이엔은 한 때 명성을 날리던 록스타였지만, 어떤 안 좋은 일을 계기로 가수 활동을 접은 후로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그의 큰 저택에서 거의 은거하다시피 하면서 일상을 조용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노래들 덕분에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니 그의 인생은 대부분의 한 물간 가수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그는 여전히 그 시절의 요란한 외양을 갖추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동네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많이 익숙한지 오래입니다. 그러다가 그의 아버지가 임종 직전이라는 소식이 그에게 전달되고,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곧 아버지의 한 사적인 일을 완료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그가 미국 대륙을 돌아다니는 동안 영화는 당연히 로드 무비가 됩니다. [일 디보]의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는 작고 큰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셰이엔의 여정을 덤덤히 지켜보는 동안 로드 무비에서 흔히 기대할 법한 풍경들을 인상적으로 잡아내고, 숀 펜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우릴 놀라게 하는 가운데 그 무덤덤함 외피 속에서 서서히 움직여가기 시작하는 슬픈 인간의 모습을 애틋하게 전달합니다. (***) 




[재와 뼈]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 [재와 뼈]는 그의 전작 잊기 힘든 감옥 드라마였던 [예언자]와 달리 밝은 분위기로 가득 찬 해변가의 통속극입니다. 주인공인 알랭은 격투기 선수인데 그는 인간성으로 볼 때는 정말 빵점입니다. 격투기 선수로 훈련받았지만 제대로 경력도 못 펼친 가운데 건달 신세로 지내고 있는 것도 그런데 어쩌다가 갖게 아들에게도 그리 좋은 아빠는 못되는 편이지요. 그러다가 자기 누나 집에 와서 얹어 살면서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는 도중 우연히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를 도와주면서 안면이 트는데, 나중에 그녀가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난 후 다시 그녀가 연락한 걸 계기로 둘은 가까워지지요. 이창동의 [오아시스]가 살짝 떠오르는 이 뻔한 설정을 영화는 우직하면서 섬세하게 밀어가고, 마리옹 코티야르와 작년에 [불헤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마티아스 쇼에네어츠는 영화 속 미녀와 야수 커플로써 잘 맞는 한 쌍입니다. 이야기가 결말을 너무 좀 쉽게 맺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일단 두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으니 투정하지 않으렵니다. (***) 




[26년 후]

  소재를 봐서는 재미와 흥미진진함이 기대되지만 영화는 그 기다란 엔드 크레딧만큼이나 제 흥미를 감소시켜만 갔습니다. 만든 사람들이나 제작을 후원한 그 많은 분들의 진심은 느껴지고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픽션을 통해 지적한 건 인정하겠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프롤로그 애니메이션 장면 이후로 영화는 내리막길을 걸어만 갔습니다. 서투른 편집은 편집 기술자가 아닌 저마저도 몇몇 순간들에서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고, 이야기의 개연성이 이리 저리 휘둘려지는 거에 영 신경이 거슬렸고, 만든 사람들이 절정에서 서스펜스와 신파를 혼동하고 있다는 티가 났습니다. 올해 가장 실망스러운 한국 영화로 기억될 본 영화 대신 [남영동 1985]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 


 P.S. 

  그 사람께서는 29만원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리 그분 집 인테리어가 초라하게 느껴질까요? 영화에서 제가 본 것이라곤 1)큰 정문 2) 정원 3)썰렁한 복도 그리고 4)실내 장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응접실/사무실 밖에 없습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들 본부가 그 사람 집과 구조가 같다는데, 이건 원작 설정입니까 아니면 제작비 탓입니까?  



[The Odd Life of Timothy Green]

11월은 오글오글함의 달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괴상한 오글오글함으로 특색을 보인 [늑대소년], 단순한 오글오글함으로 가득한 [브레이킹 던 Part 2], 그리고 이제 전 달달한 오글오글함이 있는 디즈니 가족 영화 [The Odd Life of Timothy Green]을 봤습니다. 젊은 커플 짐과 신디는 자신들이 애를 못 가진다는 소식에 낙담해서 그날 저녁 와인 몇 잔 땡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자식을 상상하면서 쪽지들을 써가고 나중에 쪽지들을 한 상자에 담아 자신들 정원에 묻는데, 세상에, 얼마 안 되어 그 묻은 곳에서 티모시란 애가 나와 그들 눈앞에 등장합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 황당한 설정이어서 예고편을 볼 때도 많이 걱정되었지만, 영화는 다행히 그 설정을 진솔하게 밀고 가면서 동화 풍의 건전한 디즈니 가족 드라마를 어느 정도 잘 이끌어낸 편입니다. 영화 속 가을 풍경도 보기 좋은 가운데 제니퍼 가너와 조엘 에저튼 같은 능력 있는 배우들도 나오니 영화는 오글거리긴 해도 애들과 함께 봐도 무난한 달달한 재미가 있습니다. (**1/2)


 


[엔드 오브 왓치]

  올해 초엔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 다른 장르를 접목시킨 [크로니클]을 봤는데, 올해 말에 우린 또 다른 흥미로운 접목 사례인 [엔드 오브 왓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더 쉴드]와 같은 LA를 무대로 한 거친 경찰 미드들에 익숙한 분들에겐 이야기야 그리 신선한 건 없겠지만, 감독 데이빗 에이어는 이야기 설정을 통해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 살짝 접근하면서 나름대로의 생생한 현실감을 제공하고, 제이크 질렌홀과 마이클 페냐의 훌륭한 연기는 영화를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1/2)   




    • 줄리델피가 재주꾼은 맞나봐요.
      리존스와 스트립여사가 부부로 나오는 것도 재미나겠어요.
      남영동 사진은 ㅎㄷㄷ 하네요.
      살인소설은 참 궁금한데 너무 무섭다고 하니 망설여지고..
      드니 라방 오랜만이네요. 반갑지는 않지만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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