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이 두려워요

늙는다는 것에 민감해지네요.

단순히 나이가 들어 신체가 노쇄해지고 젊음의 상실이 아닌 늙음으로서 받는 고통말이에요.

주말이면 별일 없는 한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요.

늦잠을 자다가도 때가되면 식사 챙기고 당뇨주사도 놔드려야하고 식후엔 좋아하시는 커피도 한잔 드리고..

요즘엔 백내장기가 있으셔서 눈도 한쪽으로밖에 못보겠다하시네요.
어느 순간 한쪽 눈도 몰려버려서 깜짝놀랐어요.

전 사실 예전엔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엄마에게 너무 호되게 구셔서 제 어린 시절 기억엔 못된 할머니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저 힘없는 노인이세요.

가진 것도 다 자식들에게 뺏겨버린 헛똑똑이에 몸까지 불편해져 스스로 식사조차 차릴 수없는 노인이되버리셨네요.

주말에 할머니를 챙기다보면 늙고 병약함이란 것에 적잖히 영향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나마 주말엔 식구들이 있지만 평일낮에 요양사아주머니가 오시는 시간말고는 무슨 기분으로 지내실까.
우리 할머니가 봄놀이를 즐기신게 언제일까.
청계천같은 곳은 한번도 못걸으셨을텐데.

할머니를 보고있음 많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에 서글퍼집니다.

늙음은 죄가 아닌데.. 늙음으로서 받는 고통은 참 크네요.

그리고 저도 늙어갈텐데.
늙음의 잔인함이 새삼 두렵습니다.

그나저나 할머니.

몸은 불편하셔도 정신적으로 건강하시다는 거에 크게 감사하고 있어요.
    • 아 정말로 와닿는 글입니다. 저는 꽤 어린 나이부터 나이듦에 대해서 민감했던 것 같아요. 조부모 네 분 모두 돌아가실 무렵 모습이 눈에 선하고, 그 힘없음, 무력함, 덧없는 아우라가 매우 슬프고 가슴아팠어요. 가장 최근에 친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돌아가셨는데,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실까, 그게 나중에 가장 궁금했어요. 결국 여쭤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주름진 눈꺼풀 속에서 간신히 반짝이던 그 까만 눈동자가 인생 말년에 무엇을 보고 계셨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그리움에 눈물이 납니다.
      • 전 할아버지에게 무한사랑을 받았었어요.

        같이 지낸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지금도 식구들한테 항상 회자될 만큼 사랑받았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할머니와는 더 비교도 됐었죠.

        우리 할머니가 집어서 하실 만한 유흥이란 티비를 보는 정도밖에 없어서 가끔 같이 티비보면서 제가 농담이람서 웃겨드림 그렇게 좋아하시네요.

        그리고 예전엔 몰랐는데 이분이 나를 참 사랑하고 계시는구나를 많이느껴요.

        아마 돌아가신 조부모님 모두 님을 많이 사랑하셨을겁니다.

        그건 말이 없어도 알 수있는 사실이니까요.
    • 마르타님이 계셔서 할머니는 행복하실 거예요.
      저는 할아버지께는 무한 사랑을 받았지만, 할머니한테는 전혀 사랑이나 정을 느끼지 못했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힘들게 했던 것과 별개로 저와 제 동생도 사랑하지 않으셨죠.
      얼마전엔 이런 생각을 들더라고요. 만일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서 눈물이 안 나면 어쩌지?
      물론 눈물이야 나겠지만 할아버지만큼 절절하게 가슴이 아프고 괴롭진 않을 거 같아요.
      제 스스로 너무 냉정하단 생각에 깜짝 놀랐지만..
      저희 할머니는 아주 정정하시고 건강하세요. 100살은 넘게 사실 거 같아요.
      나중에 몸이 약해지시면 제 마음도 달라질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덤덤합니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사랑을 원했지만 매번 차갑게 밀어내시던 그 모습에 제 마음을 닫은 거 같아요.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돌아시고 이제 할머니 뿐인데...
      할머니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요. 밉기도 하고 또 안됐기도 하고...

      마르타님 할머니께서는 무척 행복하실 거 같아요.
    • 착한 손자네요. 할머니는 행복하게 늙어가는 걸꺼에요.
    •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날 좋으면 근처 산책도 나가시고 (거동이 불편하시자면 휠체어를 이용해서) 운전을 하실줄 아신다면 드라이브도 좋아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같이 나들이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햇빛을 받고 들어오세요. 그게 할머니에게도 좋지만 나중에 마르타님에게
      정말 크게 좋은 일이 될것입니다.
      • 안그래도 올봄엔 휠체어 마련하려구요.

        그리고 사진.. 할머니와 찍은 사진도 거의 없네요.

        뭔가 허를 찔린 기분이네요.

        사진도 꼭 찍어야겠어요.
    • 칭찬받을 글은 아닌데 칭찬해주시니 막 민망하면서 감사해요ㅎㅎ;

      사실 저보단 오빠가 더 곰살맞고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손자라 할머니는 행복하실 듯.

      전 할머니, 아빠에겐 츤데레 그 자체거든요.

      나이들면서 느는건 흰머리요. 그리고 가족 걱정이네요.

      당장 제 앞길도 좋지않은데 항상 구모님 걱정과 할머니걱정. 오빠부부걱정까지ㅡㅡ

      그나마 늙음으로서 얻는 건 그런 걱정과 힘든 삶 속에서도 최악의 순간을 이겨내는 무심함이랄까..

      사람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혹은 내 램프의 기름이 아직은 타고있구나.. 뭐 이런 생각으로 버티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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