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킨이 결투하다 죽었군요 (아 쪽팔려)

푸쉬킨이 결투하다 죽었더군요. 마누라한테 집적대는 놈하고 다이다이 뜨다가...

 

이런 막장스러운 얘긴 항상 흥미진진하죠. 여자는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는 미인이었고, 결혼 후에도 집적대는 프랑스놈이 있었고, 그 프랑스놈은 그 여자의 언니랑 결혼한 후에도 집적댔으며, 심지어 둘이 어디서 밀회를 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나돌고 '아내를 뺏긴 멍청한놈'이라는 익명의 투서가 날아오면서 빡친 푸쉬킨...

 

이거 보니까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전쟁과 평화가 떠오르네요. 마누라(엘렌?맞나요)가 얼굴은 예쁜데 소문이 지저분한 여자인데, 노골적으로 끈적거리는 돌로호프라는 놈 때문에 피에르가 결투 신청해서 총알 박아주는 장면. 거기선 피에르가 이겼죠. 그외에도 소위 귀족들의 사교모임에서 일어나는 추접스런 에피소드들이 많았던걸로...

 

이런 류의 얘기는 프랑스쪽으로 넘어가면 더 야해지는데, 고금을 막론하고 상류사회의 삶이란게 다 그런건가, 아니면 쟤들이 특이한건가. 예나제나 동서양 어디서나 현실속에서는 정조관념이란게 허구에 불과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참 뭐 저렇게들 살았나 싶더라고요. 어디 소설책이나 단편적으로 읽은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마누라도 간통하고 남편도 간통하는데 그것가지고 벌컥 화내고 덤비면 그게 촌놈이지, 알면서 모른척하고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익스큐즈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어디서 또 주워듣기로는 오늘날 우리가 서구 귀족들에 대해 갖고있는, 품위있고 교양따지고 도덕주의적인 이미지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귀족을 밟고 부르주아지가 부상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하데요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조선시대 반가의 상열지사는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보면 그것도 재미집니다. 유교적 엄숙주의 속에서도 할 건 다 했겠죠?

 

 

 

 

 

........................푸쉬킨이랑 투르게네프랑 헷갈렸네요

 

    • 좀 다른 맥락인데 전 티비에서 족보 떠받드는 종갓집 사람들 나오는 거 보면 "본인 성이 @씨라고 진짜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으세요? 그 수 많은 윗대윗대윗대 할머니들 중 한 사람만 바람 피웠어도 틀어지는 게 부계 성인데?"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 저도 다른 맥락에 장단맞춰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족보 떠받드는 것 자체가 가소로워요. 이 나라가 겪은 격동을 거듭한 역사를 고려하면 온전히 보존된 핏줄이란건 신화에 불과하다고 보거든요. 윗대 할머니가 바람피웠으면 그건 차라리 양반일지도..
      • 실제로 애 못낳는 집안은 생판 남의 핏줄인 업둥이를 몰래 데려다가 자기네 핏줄인 것처럼 위장해서 키웠다잖아요. 남편한테 문제가 있으면 씨내리한테 돈주고 안방마님과 합방시키거나...순수한 피란 건 아주 드물 겁니다.
    • 애정이 결혼의 전제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예전에는 간통이 지금보다 더 많지 않았을까요?
    • 5월-11월 결혼(십대 꽃띠 처녀와 3450대 중장년의 결혼도 많았고 사교계라는게 남녀가 모여있는데다보니 사고가 안 날 수가 없고 결혼하기 전엔 엄마가 눈에 불을 키고 감시하다 결혼하고나면 느슨해지고 기타 등등.... 남녀공히 이혼 안할거란 배짱이 있어서 막나갔던것 같아요. 여자들도 '너만 돈 있어? 내가 너한테 기대 사니? 나도 지참금으로 한몫 가져왔다 이거야' 하는 마음에 부채의식 없이... 모 어떻게 생각해보면 부부간의 성실이란게 현대에 들어 새롭게 발명된 관념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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