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고 왔습니다.
투표소가 외진 곳에 있어서 더 오래 걸렸는지 왕복으로 여섯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먹고 잘 시간도 없이 바쁜 요즘인데 투표하러 자리를 비운다니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왕복 열 시간도 넘게 걸리는 곳에 있어 투표를 포기해야 하는 분들을 떠올리고 불평 않기로 했습니다.
오는 길에 보니 다운타운에서 투표소까지 셔틀버스가 있어서 그걸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운전하면 30분 거리인데 셔틀로는 두 시간 걸린다고 들었는데 오늘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투표하러 오신 분들 모두에게 박수를.
기권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많이 고민했는데 막상 투표장에서는 별 생각 없이 빨리 결정하고 나왔습니다.
찍긴 했으나 절대로 지지의 뜻은 아니며
이 투표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정권교체라는 지상명제 때문에
무능과 지지자들의 패악질과 소위 차악론을 견뎌야 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입니다.
하루 상관으로 안철수가 국민 영웅이었다가 간철수 되었다가 삐진 여고생 되었다가 다시 팬픽 주인공 되는,
진보진영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엿먹인 종북주의자였던 이정희가 무능한 내 지지후보 대신 적을 신나게 두드려 주었다고 국민영웅 되는,
이런 피로한 대선 레이스는 그만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유학생 사회에서 노골적으로 박근혜를 지지하는 젊은 친구들을 생각보다 많이 보는데
예전엔 어떻게 저럴 수 있을지 경악스러워했다면
이젠 그들이 변명처럼 따로 찍고 싶은 사람도 정당도 없다는 말을 할 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엄마가 시켜서 그렇게 찍는다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
국내에서 대선투표를 마지막으로 한 게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라
이게 대선투표가 바뀐 건지 재외국민 투표에 한정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투표 후 투표용지를 거주지 지역구와 정체를 모를 일련번호가 찍힌 봉투에 넣어 밀봉하게 하더군요.
투표가 끝난 후에는 생년월일과 이름을 적은 다음 그 인적사항을 넣은 투표인증서를 줍니다.
그걸 들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구요.
지난 총선 땐 포토존은 없었는데 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명에도 신경써 줬는지 사진 잘 나오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거주지 지역구와 번호를 특정하고 투표한 순으로 인적사항을 적게 한다면
나쁜 마음 먹으면 내가 누구 찍었는지 파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총선이라면 지역구 관리 때문에 이해하겠는데 대선에서 왜 이런 게 필요한지는 모르겠네요. 뭔가 찝찝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