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26년 감상기[엑....약스포]
※이전에 듀게에서 활동하시던 싱클레어님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그분이 나름 인기와 센스를 구가하시던 시절에는 닉이 중복되는걸(는 훼이크고 짭소리 듣기를) 원치 않아 계속 눈팅족으로 살았었는데요, 요즘은 잘 안보이시니 이 닉은 이제 제껍니다.(....) 저도 비록 무명이지만 이 닉을 10년째 써오면서 나름 가지게 된 후잡한 아이덴티티를 버리기 아쉬우니, 혼동이 있으시더라도 뭘 어쩌실건데요?.. 가 아니라 양해와 동정의 눈빛으로 보아줍세요 굽신굽신 데헷
26년을 보고 온 광주청년입니다. 며칠 전 광주출신 아가맆..평론가 허지웅님의 분노에 찬 멘션과 제작관련자 분의 언쟁을 봤을땐 으잉? 설마 정의감충만한 제작자의 신파영화? 싶었지만 뒤이어 듀게에서의 그리 욕할 것까진 없던데?' 라는 평가에 힘입어 한번 봐보자 하는 마음을 먹었어요. 저는 화려한 휴가도 극장에서 보지 않고 티비에서 방영할 때도 풀타임으로 다 본 적이 없는데요,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룬 대중영상물이 특정인들의 감정만을 대변하거나 표현하는 장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완전하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인간은 단수가 아니고 상호간의 객관적 입장과 상황을 도외시한 객체로서만 바라보면 이상화에 빠지기 쉬운...어디선가 들은듯한 이 생각처럼, 정말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라면 적개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상황이 도래하게 된 정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5공화국의 518편을 더 선호했던 것 같아요. 물론 광주 사니까 518에 감정 이입을 더 해도 되는거잖아, 라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518이 특정 지역의 감정표현의 소재로서 쓰이기 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일부로, 815처럼 누가 떠올려도 감정의 분출량이 비슷한 역사의 지표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이전에 미처 정리되지 못한 감정을 추스르는 행위로서 518전야제, 518영화의 등장과 그 표현방식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구요. 아 그리고 그새끼 족치는건 당연하구요
그리고 26년은 조금 이중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 518영화이기도 하지만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표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원작이 강풀 특유의 인간군상간의 스토리텔링과 518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라는 이륜으로 마지막 컷까지 달려온 자전거였다면,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 스토리텔링이라는 한쪽 바퀴가 너덜너덜하다면, 그리고 그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 보여줄 필요가 있는 영화라면, 이 부분 조금 바꿔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할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너덜거림이 518묘지에서 한혜진이 갑자기 컨셉을 잡고 참 000하구만~ 라는 말로 나타날 때.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으아니 이 뭔가 당연히 경건해야 하는 순간에 왜 갑자기 안쓰던 사투리를, 그것도 이미 다른 매체들에서 하도 많이 나와서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000, 정작 지역민은 잘 쓰도 않는 000를ㅜㅜㅜㅜ! 그거 써놓고 마치 "우린 이제 브라더, peace~"하듯 웃지마! 뉘앙스도 이상해! 하며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의 급 캐릭터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LOL을 해보신 분은 아실테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의 조언도 곱게 말해야 조언이지, 그것도 모르는 심해충!이라고 하면 당연히 좋은 한타를 이룰 수 없죠.
초반부 충격과 공포의 애니메이션을 지나 각각 인물들의 과거사, 현재까지의 인격형성과정을 다루는 장면까지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민주화물 전문배우(...) 박철민씨의 존재는 뭐랄까 이 영화가 좋은 뜻을 담으려고 하는구나, 라는 뭔가 막연한 기대가 드는 지표였구요(저는 이제 박철민씨 안나오는 사회물은 아쉬워하면서 볼것같아요ㅜㅜ). 각 인물들간의 동기도 원작대로 차근차근 흘러갔더랬습니다.
※박철민씨가 아니고 이상훈씨네요ㅜㅜ느으읏 성우 이상훈씨라면 제가 삼국지 고전열전 들으면서 제일 좋아했던 성우분인데 헷갈리고 몰라뵜다니 이 미욱함에 죽고싶습긔ㅜㅜ
그런데 중반의 급전개와 000의 배신(일베놈들 말로는 통수) 이후 원작과는 약간 다른 긴장감의 물결이 영화에 흐르면서 인물들의 범행동기(?) 및 충성심을 재확인하고 덧칠하고, 특히 김주안의 새로운 설정이 나오는 과정에서 너무 당위성을 갑자기 부여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병원씬에서 너무 일찍 감정을 풀었던 걸까요. 후반부 총격전은 말 그대로 총격전밖에 남지 않았고, 그 가운데에서 비장감을 느끼기보다는 총알이 맞았네 안맞았네가 더 중요한, 그리고 우리 모두는 총에 맞아 죽게 되겠지 후후후 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액션 영화의 총격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총알이 비록 하나가 발사되더라도 그 장면에 현 시대의 관련자, 희생자 모두의 비통과 애통, 욕심과 나머지 모두의 무관심의 결과 등등등을 담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라는 아쉬움이 들지만서도,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솔직히 출연해준 배우분들이 고마울 정도기 때문에 잘했네 못했네 소리보다는 그냥 좀 아쉽습니다~라고 제 기분을 표현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사실 518에 대한 정확한 감정과 그 배경 모두를 아우른다는 건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당대에 해결되지 못한 감정은 영화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영화가 아무리 특정 지역만 고통받고 불쌍한척 한다는 질투와 비난(일베놈들 표현으로는 희생자 코스프레)의 여지가 다분하더라도 그걸 영화 탓으로 돌리는 건 원인을 다른데서 찾는 것인지도 모르죠. 박제화된 사실을 담담하게 다루고 싶을지라도, 순서가 있겠죠. 그래도 저는 영화를 조금 더 정성껏 만들고, 글을 더 생각해서 쓰고, 말을 얌전하게 하면 그 비난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인물 하나하나를 만들듯이 후반에서도 조금만 더 정성을 들여줬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쩌겠습니다. 지금까지도 힘들었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말이죠.
여담이지만 저격은 광주 조선대 앞 동명동에서 하고, 저격대상은 서울(연희동씬은 어딘지 모르겠네요. 서울인가요?)에 있는 장면은 많은 상상을 하게 하네요. 원티드!? 순항저격!?
깔지 말지 오락가락하는 소심한 이의 감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