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7개월 넘게 짝사랑하던 그 분과, 오늘 마침내 밥을 같이 먹었어요 / 마법같던 순간.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4833700

예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날짜를 보니 10월 초네요. 
이때 그분이 그 달 안으로 일 그만두시면서, 마지막으로 정말로 둘이 밥 한번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계속 미루어졌어요.
약속 하루 전날에 피치못할 사정으로 취소되거나 했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 마음도 많이 다쳤고요. 

사실, 제가 혼자 좋아하던 그 분과 같이 먹는 "밥"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짝사랑 초창기인 올 봄에, 제가 처음으로 큰 용기를 내서, 밥 한끼 사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거든요.
그것도 "듀게 분들의 조언"에 힘입어서요. 제 쪽에서 먼저 식사 제안을 해 보라고 하셨거든요.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4156159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어요.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4162054

그런데 잘 안되었지요. 
결국 그분이 저와의 식사 약속을 계속 미루는 것으로, 모든 것을 깨닫고, 
짝사랑을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정한 거나 마찬가지이니까요.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4263892

한마디로,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난거나 마찬가지였던 짝사랑 이었습니다^^;;

맨 처음 같이 식사 한번 하자는 돌직구 던졌던 늦봄-초여름 이후, 계절은 무려 3번이 바뀌었고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말처럼 쉽게 정리가 되나요.
지금까지도... 사실 좋아하는 마음, 완전히 못 버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12월 어느 날,
드디어, 그 분과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메뉴는, 맨 처음에 제가 그분에게 한번 식사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던, 부대찌개. ^^;;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그 분과 같이 했던 모든 것들이, 모든 대화들이, 그분의 표정까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다 기억납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마지막, 식당 나와서... 
횡단보도에서 헤어질 때.

저는 일부러 뒤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역시 미련이 남아서...
꼭 보고 싶어서... 
돌아봤어요.



그 순간, 

그 분 역시, 

뒤돌아서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저는 우산을 쓰고 있었고, 

제가 짝사랑하는 그 분은 후드집업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그 함박눈을 다 맞고 있었고요.


그 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는 활짝 웃으면서, 

그 분에게 손 크게 흔들어주고, 

다시 뒤돌아섰습니다.









마치, 앞으로도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 마법같던 순간을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올 한해 멋진 추억을, 그리고 오늘 마법같이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주신, 제 짝사랑하는 님에게요.

그리고 게시판에서 많이 응원해 주셨던, 듀게 님들에게도요.




p.s.

이것이 짝사랑의 closure가 아닌 또다른 beginning 이었으면 좋겠지만...^^;; 

네, 제 욕심으로는, 인연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큰 기대도, 큰 실망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의 저런 추억만으로도, 저에겐 정말로 귀중한 보석이니까요. 
앞으로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될 테니까요.

    • :D 좋아요 누르고 싶은 글이로군요. 저는 참 애기 때부터 시덥잖은 짝사랑을 -_-;; 많이 해왔는데, 먼저 용기 있게 말 건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건 정말 별로였던 것 같아요. 용기 있게 말 건 라곱순님의 용기에 박수를!! 그거 진짜 대단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지론은, 용기 있게 말 거는 사람은 미남을 얻는다, 입니다!(제 경험에 미루어 봐도요.) 라곱순님 연말 잘 보세요.
    • (아직) 이뤄지지 못한 사람과의 순간들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도 미워할 이유가 없으니 좋은 감정도 계속 있고... 근데 몇개 안되는 기억을 하도 자주 떠올리다보니 발전없음에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잘 되시길 빕니다.
    • 아 저도 행복해지는 글이에요. 이 추운 날 라곱순님은 행복한 추억을 만드셨군요 :) 저는 추워서 모든 약속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왔어요.
      눈도 추위도 싫어!커플은 더 싫어(?)!! 이런 마음으로 죽 죽 미끌미끌 거리며 집으로 왔으요.
      고구마 먹으면서 라곱순님 글 보고 저까지 행복해져서 베시시 웃고 있습니다.헤헤.
      축하드려요!!2013년에는 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라곱순님의 삶도 제 삶도 응원해요!
      이제 저는 라식 라섹을 검색하러...휴~ 당사자는 곱창 먹으며 놀고 있는데 저는 집에서 고구마 먹으며 폭풍 검색을..흑흑
      라곱순님!!저도 행복해졌어요♥
    • 라곱순님 마음이 너무 고와요. 정말 좋은 인연 만나 더 행복해지실거에요~^^
    •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저도 비슷하게 짝사랑하던 사람 있었을 때 라곱순님 마음 같았어요. 문득 걷다가 돌아봤을 때 저 뒤에서 그 사람이 오고 있을 땐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마법같은 순간, 딱 그랬어요. 사람 마음은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거면 된거죠. 좋은 밥 드셨네요.
    • 거기 그사람 속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 조금 답답도 하네요.
      설령 둘의 사랑이 아니어도 라곱순님은 벌써 사랑을 이해했으니 서운해하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 마법같던 순간이라는 말,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 작은 기억들이 버티어 나갈 힘을 주지요.
      곱순님 앞으로 눈오는 날마다, 부대찌개를 먹을 때마다 마음이 찡-하실까요
    • 곱순님은 정말 정말 곱습니당 ㅎㅎ늘 응원해요
      • 맞아요. 마음이 고와서 닉네임도 곱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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