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가 맛이 갔던 과정

한때 블로그계의 거시기...뭐냐 꽤 잘나갔지 않았나요. 나만의 착각이려나.

 

지금은 일베충(원래는 정사충)류에게 적어도 뉴스나 정치사회 분야에 관해서는 완전히 장악당하고 반대진영의 블로거는 자취를 감춘 상태죠.

 

'똑똑한 보수논객들이 멍청한 입진보들을 논리로 이겨서 몰아냈다'같은 허위사실이 버젓이 유포되던데, 그네들이 벌였던 치열한 투쟁의 현장은 제가 다 지켜봤었어요. 왜냐면 그때 저도 저기에 드라마 리뷰같은거 하는 허접한 블로그가 하나 있었거든요-_-

 

전략은 이거 뿐입니다. 쪽수로 압도하기. 약점잡기. 끊임없이 모욕주기. 세개는 보통 한 세트로 작동하죠.

 

어느 시점부터 극우-친일-전라도혐오 라는 세개의 키워드로 설명되는(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저 세개) 부류가 수를 늘이기 시작합니다. 적당히 내 맘에 안드는 지표만 뽑아서 갖다 붙인게 아니라, 정말로 저 정체성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모릅니다. 뭐 가끔 들어가보면 일단 대문의 추천글 목록부터 일베충똥으로 떡칠이 되어있긴 하던데. 개인블로그가 모인 포털 같은데라 게시판처럼 즉각적인 제재가 되는것도 아니고, '전학생은 홍어녀'만화같은걸 올린다든지 김대중 동상을 합성하고 '오오미 슨상님 욕하면 호성성님이 찾아온당께' 뭐 이런 수준의 포스트들이 버젓이 밸리를 수놓았죠.

 

게시판하고 양상이 좀 다릅니다. 전 그때 맹활약했던 정사충들이 조직화된 알바라고 생각진 않습니다. 어쨌든  이들의 방식은 일점타격이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반대진영의 스탠스에 있는 블로거의 포스팅이 있거나 그게 공감을 받아서 추천글로 올라가면 집중포화가 시작됩니다. 만약 논리의 허점이 발견된다면 대박입니다. 정사충들이 일제히 트랙백을 하고 댓글에 대댓글을 무한으로 달며 거의 끝장을 보는 기세로 뜯습니다. 논리의 허점이 뚜렷하지 않다면, 뭐 그때도 방법은 있죠. 자신에게 유리한 지점만 부각해서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캡쳐한 소위 짤방을 합성해서 조롱하고 모욕합니다.

 

그 수준은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 멘탈 박살 납니다. 그게 여러명으로부터 동시에 트랙백으로 쏟아지면... 그때만 해도 반대진영 블로거도 만만찮았기 때문에 반박을 합니다. 하지만 끈기와 열정(-_-)에서 당할 수가 없어요. 흔한 디씨 잉여와의 키배 패턴도 반복됩니다. 지치거나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서 침묵하면 '할 말 없으니 잠수타는구나 병신ㅋㅋㅋ'이 되고 조리돌림을 당하니까 또 상대하고, 바닥이 없는 늪으로 빠지는 셈이죠.

 

그때 그 정사충류들을 어떤 한 카테고리로 특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놈들의 블로그는 철저히 전투용(?)으로만 활용됐다는 겁니다. 이글루스같이 폐쇄적인(실질적으로 대단히 폐쇄적이죠) 블로그 사이트 내에서 일상을 비롯한 다른 테마가 뒤섞인 '평범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진영을 갈라 싸우는 키배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무슨 일간지 기고나 방송 원고를 쓰는것도 아니고, 블로깅을 한달 1년 2년 하다보면 절대로 완벽하게 단 한치의 빈틈도 없는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오늘 한말과 몇달전에 한 말이 모순되거나, 지금 욕한 것을 그때는 칭찬했던 사례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포스팅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래요.

 

반드시 잡아냅니다. 절대로요. 하다못해 구글링만 해봐도(요즘은 워낙 피해사례가 많아서 조심들 하는거 같긴 한데) 별의 별 정보가 쏟아져나오죠. 캡쳐합니다. 예의 그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짤방과 합성하고 사람의 인격을 살해할 수준의 모욕을 담아서 융단폭격합니다. 별 생각없이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이건 대단한 쾌감입니다. 덮어놓고 누군가를 짓밟으면 좀 죄책감이 들겠지만, 어쨌든 뭔가 '껀수'를 가지고 하는거니까요. 동조자들이 나오고...

 

반대로 정사충류들은 자기가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들의 블로그는 철저하게 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되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또 이글루스라는 사이트의 폐쇄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주로 밸리나 공감, 상호 트랙백으로 블로그들이 연결되고, 외부 블로그와 교류가 잘 안됩니다. 상당히 특이한 곳이(었)죠. 지금도 그런가요? 여튼 말하자면 완전히 불특정 다수가 모여서 익명의 바다를 헤엄치는 공간이 아니라, 일종의 동아리같은 형태인 겁니다. 그 안에서 네임드 블로거가 누구고 누구는 이런 포스팅을 많이 하고, 한번 '이 블로그가 이런 병신같은 짓을 했다'라고 말이 나오면 그 오명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한 구조에요.

 

한번 논리도 없는 입진보, 북한을 옹호하는 종북주의자, 뒤통수 잘치는 전라도 빨갱이, 김대중 슨상님 동상 발바닥 핥는 광신도로 라벨링이 되면 그걸로 끝입니다. 이런 지역주의적 정치적 문제에 관해서만 그들의 사이버 폭력이 자행된건 아닙니다. 하다못해 자기 다이어트 하면서 사진 올린 여성 블로거도 그냥 지나가다 눈에 밟혔다든지, 빈정대는 댓글을 달았는데 '감히 나에게' 반박을 하거나 욕을 했다든지 하면 표적이 됩니다. 그런식으로 블로그 폭파하고 떠난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이쯤되면 일정하게 'XXX, AAA는 건드리면 X된다' 라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요. 이러면 누가 행패부려도 '도대체 저런 나쁜놈들이 왜 설치는거죠'라고 한마디 하는 사람은 아예 사라져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뭐 그짓하는걸 보고 거기에서 아예 발길을 끊은지 오래이긴 하지만.. 이게 생각난 이유가, 제가 드나드는 모 조그마한 커뮤니티에서도 똑같은 프로세스로 '한 무리의 건드릴 수 없는 깡패들'이 행패를 부리는걸 보고 떠올랐어요. 외부와 교류가 잘 안되고 그 안에서 돌고 노는 그다지 많지 않은 수의 유저로 이루어진 커뮤니티. 어디서나 똑같이 일어나는 일인가봐요.

 

부연하기도 귀찮지만 그래도 노파심에... 당연히 모든 보수적 의견을 가진 블로거가 나빴다는게 아닙니다.

    • 이글루스가 그랬군요. 저는 블로그를 거의 하지 않아서(귀찮아서!)시스템을 몰랐는데 어느 순간 잘 안보이더라구요.
      씁쓸합니다. 말미에 쓰여진 조그마한 커뮤니티의 얘기는 저도 요즘 느끼고 있는 바라서 더욱 그렇군요.
    • 끼리끼리 추천해서 이오공감 도배하는 바람에 공감도 센터에서 사라지고 유저들도 떨어져 나가고..이글루스쪽에서도 별로 안반가울거 같아요.
    • 이글루스는 그냥 예전처럼 운영진 쪽에서 이오공감 선정할때가 나았어요
    • 지금 꼬라지가 가관이긴한데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블로거들이 장악하고 있을 때도 뭐같았지요. 지금 꼴이 난 건 그네들이 자초한 면도 있어요. 사회분위기가 바뀌면 또 바뀌겠죠.
    • 이글루스 망가져갈때 때때로 지켜봤던 사람 입장에서는 알바도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정사갤 등에서 조직적으로 자료를 만들고 그걸 동시다발적으로 뿌리고 이런식으로 이해했는데 지켜보니 그들이 만드는 자료가 어디 까페 파고 정식으로 만든 자료 같더라구요. 어디선가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었는데 꼼수 등에서 가카의 십만알바 양병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옳다구나 싶기도 했어요. 그들이 다 알바다 라는게 아니라 알바가 그들 중에? 정도의 의혹이요.
    • 이글루스는 그냥 여러종류의 오덕들이 흘러흘러 고인 썩은 연못 비슷한 곳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정치적으로는 또 그렇군요 -_- 헐
    • 저도 덕후공간정도만으로 여겼는데, 집을 옮겨야 하나... 네이버피해 얼음집 왔구만 ㅜ.ㅜ
    • "저런 일베충스러운 애들이 모여있는 비밀 카페가 있고 거기서 각종 자료와 짤방을 모아놓고 융단폭격을 한다"라는 루머도 있었죠,
      누가 뭘 얘기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논리로 말하고 이런 것도 다 공유된다는데
      이글루스 역사 정치 밸리가 망해가는 걸 보면 루머가 루머로 안들렸어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