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게이 아니라서 몰라"의 정체성 개그

이런 저런 농담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바로 자기 정체성을 살짝 비하하는 건데요. 예컨대, 일이 급해서 회사복도에서 막 뛰어가다보면 (네, 미국 회사에서도 드물지만 이런 경우가 있습니...) "워워워 뛰지마! 너 그리고 오늘 커피도 더이상 마시지마" 하고 저지하는 동료 직원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절대 지지않고 "나는 절대 최강 성격급한 한국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 계속 뛰어다닐거야! 커피도 100잔 더 마실거야!" 하고 답해줍니다.


회사에 커밍아웃한 직원이 몇 명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다 제각각입니다. 그 중에 한 남자애랑 어제 잡담을 했는데, 얘랑 대화하면 높은 비율로 대화가 개그로 반전됩니다.


얘: 지난주에 웨스트첼시의 식당에 갔는데 맛있긴 해도 엄청 비쌌음. 아, 웨이터들은 다 모델이었어.

나: 음식이랑 드링크 설명은 잘해줬어?

얘: 그게 뭐가 중요해? 다 모델이었다구!

나: 음 나는 좀 중요하다고 보는...

얘: 그건 네가 게이가 아니라서 그런거임.


정체성 개그(?)를 좋아하는 건 여러 선결조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에요. 어느정도 친분이 있고, 친분이 있어도 얘가 내 정체성에 어느 정도 이해가 있어야만 비로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웃게되니깐요. 뭐 그렇습니다. 바낭이었어요.

    • 한국에서도 성정체성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과 농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공감22 소수자인게 약점이 되는 사회면 오히려 이런 농담에 딱딱해지는거 같아요.
    • 토끼님 오래간만이에요. 반가와요.
    • 저도 자기 정체성 비하 개그 좋아해요. 물론 아무데서나 하는건 아니고 10-20년 넘게 사귄 친한 친구들끼리 얘기할때 가끔 튀어나오는데
      꼭 어떤 농담이 크게 웃겨서 좋다기보단 친한 사람들하고 웃음 포인트가 딱 맞아 떨어지는 기분이 좋은것 같아요
    • 아메닉/ 요즘 계속 게시판 들락날락하면서 아메닉님 글도 다 읽고 있었는걸요. 하지만 반갑습니닷.
      앙겔루스노부스, 세계이주민/ 네, 동감입니다. 미국에서도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야 엄연히 존재하지만 제가 있는 업계는 일단 최소한 겉으로는 다양성을 소리높여 외치는 분위기라 미국사회 전반하고는 좀 다른가 싶기도 해요.
      keen/ 일반적으론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나누어서 함께 웃는 일종의 공범의식(?) 같은 걸까요? 저는 레파토리가 다 떨어져서 새거 좀 개발해야...
    • "나는 절대 최강 성격급한 한국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 계속 뛰어다닐거야! 커피도 100잔 더 마실거야!"
      아 귀여운 대답이에요. 나는 청개구리야 개굴개굴~ 귀엽고 센스있는 대답임!!
    • '난 성격급한 한국사람이야!!!' 생각만해도 웃겨요 ㅎㅎㅎㅎ, 저와 제 친구들은 이른바 political incorrectness (맞나요?) 한 농담을 즐겨해요. 예를 들어, 2차세계대전 배경의 fps 를 플레이하는 친구를 '군국주의자 새끼!'라고 놀려대며 낄낄댄다거나;;;
    • roger/ 로저님의 그 에피소드로 생각난 게, 아주 옛날 어렸을 적에 불가리아, 헝가리 출신 친구랑 모여서 술마신 적이 있는데 "거기 와인병좀 건네주삼" 이러니까 "흑해를 내놓으면 건네주겠음" 이러더라고요. 역사적 요소가 가미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개그라 최강이었던 것일까요? -_=;;;;;
      사월/ 아 그렇게 귀엽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꿈에서 본 가짜 이미지에 대입하셔서 그렇다니깐요. 날개달린 카디건 아직 찾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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