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바낭) 가입 후 7년만에 쓰는 첫글.

거의 매일 듀나게시판 눈팅만 해온지 오래고...

다른 사이트에서도 왠만해선 글 안쓰고 가끔 못참겠을 때나 축구 얘기 나올때만 댓글 달곤 하는 유저인 저..


이번 투표 결과보고 너무나 멘붕하다가 듀게글 읽으면서 아무래도 이곳이 제 마음과 가장 잘맞는 게시판이란걸 깨닫고 드디어 가입을 하려한 순간,

"이미 같은 id가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7년전에 가입을 해놨더군요.

뭐, 그동안 글만 읽으며 "소통과 경청"을 배운 셈 치렵니다.


그나저나 투표 결과는 참..
그 중요하다던 투표율에서 75%를 넘겼는데도 이리 박근혜 후보가 이기는거면...
결국 이건 국민의 뜻이란 거네요.
근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독재자의 딸, 그 것도 그녀의 아버지가 행한 과오들을 이제서야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마지못해) 인정하고 사과한 사람을 대한민국 과반수 이상이, 그것도 과거에 그 사람한테 당했던 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그 자식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다니...
정말 상식이란게 통하지 않았던 걸까요.
어느 글에서 봤듯, 제 도덕적 신념이 무너진 요즈음입니다.

전 외국에 삽니다. 고등학교 1학년 마치고 유학간거니 나름 오래 살았죠.
처음엔 그저 한국을 벗어났다는 게 좋았는데, 살면 살수록 외국인이란 사실이 발목을 잡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엔 오히려 한국에 대한 향수병이랄까, 그런 게 계속 제 마음을 건드리고 있었는데.
이 결과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송두리채 버리게 합니다.

사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는 저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가카 덕분에 이번에 평생 안가봤던 총영사관까지 투표하러 갔다왔거든요.

그리고 높아만 가는 투표율을 확인 + 딴지 라디오 청취하며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던 당시만 해도 이제 돌아가도 괜찮겠다, 적어도 상식있는 사람들에 둘러쌓인 사회에 살겠다라고 생각했던 전 너무 나이브했던걸까요.


답답합니다.

정말 적어도 5년 간은 외국에서 이 박박 갈면서 버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더 불안한 건 고령화되는 사회로 인한 미래의 불확실성..
아마 지금 여당 (이름도 대기 싫네요)이 야당이 되는 날이 오기는 할지 궁금하네요...

진짜 멘붕이라 두서없네요.
하아..
그래도 처음 결과를 접하고서 "우리나라, 국민들, 민주주의 힘내자"라는 말도 못하겠었는데, 듀게글들 읽으면서 진정하려 하고 있어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 끝이 아니라는, 포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요 이제 시작이겠죠.
근데 MB 5년도 어떻게 버틴 우리잖아요. (저도 가카정권 중 2년반을 한국에서 지냈답니다.)
아직 끝은 아닌 거 다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 박근혜지지자의 결집이 정말 대단한 선거였습니다.
      • 그만큼 50대 이상들의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컸던 걸까요.
    • 근데, 그 늙은이들이 폐지줍는 양반들이면 쉽게 욕이 나오는데

      내 할머니, 고모부, 열심히 사시는 동네 맛집 주방장님 뭐 이러면 정말 어려운 문제더라구요.
      • 폐지줍는 양반들도 나름 열심히 사시는 건데요.

        원글님/국민의 뜻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맹점이겠죠.
        거의 비슷한 숫자에 육박하는 상당한 국민들은 박을 찍지 않았으니까요.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역 감정을 통해 우민화를 조장한 박 시니어의 원죄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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