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87년 체제의 마무리를 준비해야겠네요

지금의 정치체제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입니다.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이지요. 이후 여섯 명의 대통령이 투표로 뽑혔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저쪽에서 4명, 2쪽에서 2명이군요. 공교롭게도 10년씩은 채우고 정권교체가 되는 패턴입니다.


박근혜가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한다고 합니다. 새누리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과거 노무현도 이 안을 내놓은 바 있으니 민주당에서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를 마지막으로 제6공화국, 87년 체제가 종식이 되겠네요. 박근혜 정부는 구체제의 막내가 될 겁니다. 

어떻게 보면 구체제의 막내 역할을 과거 회귀의 상징과도 같은 박근혜가 맡았다는 게 의미심장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번 선거 결과에

'멘붕'이 되어 아직까지도 TV를 못 켜는 입장입니다만, 이번 선거의 퇴행이 사망 직전인 구체제의 희광반조 같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가시화한 지금 우리의 목표도 하나하나 구체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대통령 선출에 있어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단일화 과정을 보면서 게임 룰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단일화가 얼마나 에너지 낭비이고 상처가

큰 것인지 경험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는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네요. 원래대로라면 새누리당이 결선투표제를 끝까지 거부할 공산이 크나, 마침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가 50프로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자기들 입으로도 50% 이상 지지율의 확보가 가지는 명분과 정당성을 선전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결선투표제가 제기될 수 있는 논리적 토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사망 직전에 이른 진보 정당들에 숨통이 트일 것이고, 국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최종 단계까지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게 될 겁니다. 


야당에서 원하는 투표시간 연장 역시 도입하기 좋은 조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기묘하게도 투표율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지요. 정략적으로 야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반증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참에 강력히 밀어붙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회의원 구성에 있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인데, 이건 성공할 수 있을 지 미지수입니다. 국민들이 지금의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 딱히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되려 안철수가 내놓은 안처럼 국회의원수를 줄이는 걸 더 선호하는 측면이 있고,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이걸 덜컥 받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워낙 선거 때면 무슨 말을 못하냐는 식의 마인드를 가진 집단이라 차후 나몰라라 할 수도 있겠지만, 

'약속한 건 꼭 지키는 박근혜'의 이미지도 있으니 정말 국회의원수 감소를 추진할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국회의원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어떤 것이 가장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인지 앞으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할 부분입니다.


저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20~30대는 여전히 야권에 우호적인 집단이고, 5년간 새로 투표권을 얻게 될 이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인 50대는 5년 뒤 지금과 같은 표 결집을 보이지 못할 겁니다. 이번 50대의 표 결집은 이념에 기반한 '보수의 대결집' 때문이라기보다 

'박근혜 효과' 의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1:1로 격돌을 벌인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석패했습니다. 비록 패했지만, 내용은 김대중 때, 노무현 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김대중 때는 IMF외환위기와 

이인제의 여권 표가름, 여기에 김종필과의 연대까지 동원한 결과 이길 수 없는 선거를 이긴 말도 안 되는 기적이었습니다. 노무현 때는 2002년 월드컵 4강 덕분에 덩달아 인기가

치솟은 재벌 세력 정몽준과의 억지 단일화를 통해 바람을 타고 어떨결에 이긴 드라마같은 승리였습니다. 이번에는 여권의 표가름도 없고, 바람도 없이 온전한 역량만으로 끝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아슬아슬하게 졌지요. 우리는 강해졌습니다. 시간도 우리의 편이지요. 5년 뒤에는 반드시 이깁니다. 앞으로의 5년은 새로운 새대와 정치의 힘이 구 세대와

낡은 정치를 넘어서는 소위 골든 크로스의 기간이 될 겁니다. 실패를 곱씹되 좌절하지는 맙시다. 그리고 박근혜가 떠들어대는 '새 시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보란 듯이 열어 봅시다.

    • 어, 그럼 중임제 개헌하고 나면 제7공화국이 되는 건가요?
    • 왠지 희망이 되는 게시물이네요. 감사합니다.
    • 결선투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이 가능하리라고 보지 않아요. 그래도 이번 대선을 끝으로 정치역학적 판단은 안하기로 결심했어요. 진보정당 지지합니다. 이미 할만큼 양보하고 희생했죠.
    • 개헌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중임제는 글쎄요. 미국만 봐도 집권여당의 신임투표로 전락해버린 면이 있죠. 정권교체 가능한 주기가 5년에서 8년으로 연장되어버리지 않아야 할 텐데, 그렇게 작동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도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다음 5년후에도 힘들겠죠.. 사실상 수구인 새누리당은 TK당으로 세력 약화되고 중도 보수파와 진보파가 1:1로 격돌하는 구도가 짜여지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샐러맨더/ 그렇지요. 헌법을 바꾸게 될 테니까요. 요즘은 '제O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쓰기는 하지만요.

      eE / 결선투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이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박근혜가 개헌을 추진하는 이상 현재의 정치체제를 대규모로 손 보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 상황입니다. 이사하는 김에 가구 바꾼다고, 개헌하는 김에 이것도 바꾸고 저것도 손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좋은 상황이지요.

      구체제의 막내 자리는 박근혜 주고, 신체제의 맏이 자리를 우리가 갖겠다는 마음으로 힘을 한번 내볼만 합니다.
    • 민주당이 찬성에 쉽게 동의할 것 같진 않은데요 칸막이님도 4년 중임제에 찬성하시는것 같은데 그렇게 보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전 반대입니다 5년 단임의 단점을 모르겠고 선거년에 국정보다는 선거에 집중할 것 같아서요 그게 우려스럽습니다 새누리든 민주당이든요
    • 공감합니다. 이후를 대비하려면 좀 더 긴 안목으로 단단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봐요.
    • ㄳ/ 제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찬성하는 것은 대통령 임기 5년과 국회의원 임기 4년이 엇나가는 게 불합리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같이 재수가 좋은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된 직후에 총선이 치러져 강한 여당을 끼고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지만, 재수 없는 대통령은 대선 직전에 총선이 먼저 치러져서 임기 내내 소수 여당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불리함이 발생할 수 있니다. 이번 제18대 대선같은 경우도 문재인이 당선되었더라도 상당 기간 소수 여당을 가지고 어렵게 국정을 운영해야 했지요. 한마디로 대통령과 입법부와의 관계가 예측 불가능하고 복불복이라는 거죠.

      저는 노무현의 안처럼 대선과 총선을 같은 해에 치르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런 식이면 언제나 여당이 야당보다 숫적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보다 4년 중임제로 가되 2년 터울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교차되는 방식이 어떤가 싶습니다. 2년 동안의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총선으로 평가를 해 주고, 다시 2년 뒤에는 대통령의 연임을 두고 재평가를 해 주는 식인 것이지요. 대통령의 임기를 최대 8년까지 가능하도록 하여 좋은 정책을 장기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기회를 주되, 국민의 견제 기능 또한 더 촘촘하게 보장해 주어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바로 심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 그 부분까진 미처 생각치 못했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그럼 지방선거까지 고려해 한해에 선거가 겹치지 않도록 하는게 좋겠지요? 하지만 맘에 안 드는 대통령을 8년이나 볼 수 있는 제도라니 머리론 이해가는데 심정적으론 아직 거부감이 드네요 ㅠㅠ
        • 네, 최악의 경우는 마음에 안 드는 대통령을 8년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마음에 드는 대통령을 8년 볼 수도 있고,
          또 마음에 안 드는 대통령을 4년만에 끌어내릴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국민이 투표를 한 후 5년 동안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한 상황을 피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국민이 정부를 심판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기회를 촘촘히 정기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 고맙습니다. 잘 정리가 되네요.
    • 고맙습니다. 총제적 멘붕상태인데 굉장한 희망을 갖게되네요^^ 무엇보다도 이렇게 근거가 명확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으니 읽는 제 머리가 다 가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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