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극복, 지역주의..

http://election2012.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1222008005&reDirect=false


48%의 집단 상실감이라고 하는군요. (마지막 줄의 박당선자가 이를 보듬어야 한다는 결론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길지 않은 삶이지만 살면서 이 정도의 참담한 감정을 겪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평화롭게 운좋게 산 것일 수도 있지만, 상실감의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종류가 달라서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일처럼 제가 평생 믿어왔던 원칙이 이렇게 많은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부정당한 적은 없으니까요.

난 2+2는 당연히 4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들 3이라고 한다거나

조디 포스터가 비행기에서 아이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그걸 몰라주는 것같은 상황이라든지

내 상식이 남들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요. 

좀 바보같지만.. 사실 어제 까지는 서울 시내를 다니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공포심도 느꼈어요.

저 중에 절반 가까이는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 트라우마에 직접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 같지만.. 

같은 상황에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48% 안에 있을 거라는 사실 만으로도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긴 해요.

특히 요 며칠동안 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 주셨고 그 덕분에 크게 위안을 받아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은데 쉽진 않을 것 같네요. 대통령님께서 보듬어주시려다 아이쿠 실수해서 뺨다구 후려치시지나 않으셨으면..




지역감정/차별에 대한 문제도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오는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전 좀 무섭네요. 까놓고 얘기하는 것 부터가 논의의 출발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별 생각 없었던 사람들마저 피해자든 가해자든 이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거고

이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그게 긍정적인 방향일지 아무것도 상상이 안돼서요.


영국도 땅덩이가 큰 나라가 아닌데 그 안에서 지역주의가 굉장히 심한 걸로 압니다. 거기다 축구 응원 문화랑 겹쳐지면 엄청나구요.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스코틀랜드 차별, 잉글랜드 안에서도 북부 차별, 웨일즈 차별, 웨일즈 안에서도 남부 웨일즈 차별, 버밍검..

선거 전 까지만 해도 이렇게 복잡하고 뚜렷한 지역주의는 남의 나라 일처럼 멀게 느껴졌던 게 사실인데 (아예 없다고 느낀 것은 물론 아니구요)

오늘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이질적으로 느껴지네요.

영국사람 누가 80년대에 it ain't where you're from, it's where you're at 이라고 그랬었는데 

(네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네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의미있고 멋있는 말이긴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영국에서 얼마나 지역주의가 해소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 영국은 프로축구, 한국은 프로야구를 없애야.(그렇지만 빠따 대통령은 원했어요.)
      • 어떤 커뮤니티에서 같은 리버풀-_- 사람 둘이 셀틱이랑 레인저스 얘기로 싸움나는 거 보고 식겁한 적이 있네요. 야구를 하나도 모르는데.. 연고주의가 심한가요? 부산 롯데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는 있지만요.
        • 한국 프로야구는 87년 선거를 기점으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죠. 해태를 롯데와 삼성이 다구리 놓는 식으로 전개 되었구요. 또 삼성과 롯데도 그 시즌에 서로 한 판 붙었구요.83년 해태가 야구명가의 기초가 된 첫 우승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출신의 서정환 전 감독은 창단당시 삼성2군 선수였지만 최초로 현금트레이드가 되서 해태로 갔고, 그 이후 해태의 주전유격수로 광주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서정환이 없었으면 그 해의 해태 우승은 없었어요. 해태 팬들은 삼성에게 무한한 땡큐~~를 날렸죠. 당시 광주에서는 해 떠있는 동안은 최루탄 맞아가면서 시위하고, 저녁때에는 야구장 가서 응원하는게 하루일과 였던 시절에 대구출신 서정환에 대한 사랑은 순수했었죠. 87년도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차별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야구선수들의 버스를 불지르고 하는 광경을 보면서 난 대구출신 서정환이 좋은데 저 사람들은 해태 선수들을 왜 싫어하나? 나도 서정환 선수를 싫다고 해야하나? 라고 굉장히 혼란 스러웠죠. 그런데 요즘 특히 더 심화된게 삼성에 해태 전직선수들이 코치로 가고 선수로 가서 대구와 삼성의 한이었던 한국시리즈를 최초로 우승하고 다수의 우승컵을 들어올려도 그 지역팬들의 호남 혐오증은 그럴 수록 더 심해져 가는 걸 보고 정말 프로야구가 없어젔어야 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흥미롭네요. 설명 감사드려요. 위에서 이야기한 리버풀 팬들 중 하나도 아일랜드를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셀틱의 광팬이더라구요..
    • 여태까지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다 시답잖다고 부정받은 기분, 그 때 느끼는 그 공포와 불안함과 의구심은 죄다 세기말에나 와르르 쏟아질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ㅎㅎ



      안 그래도 성향 비슷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다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렇게 살면서 화가 나고 어이 없던 적도 참 드물다고. (급기야 오늘의 술자리 안주는 오백 무속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내놓은 당선자의 사람리 아닌 것 같은 눈빛에 대한 풀이-.- 였습니다. 이런 기복신앙에 기대는 우리가 섧고 섧어서 결국 한잔 더...ㅜㅜ)
      • 1999년 생각하니 와닿는 부분이 분명 있네요. 하긴 마야인들의 예언이 있었습니다만 왠지 세계는 됐고, 한국만 멸망이다 요런 느낌..?!ㅠㅠ
    • 2007년의 부패 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됐지가 2012년에는 독재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됐지로 업그레이드(?) 되버렸으니...

      문제는 직선제 개헌 후 민자당(집권)-신한국당(집권)-한나라당(야당)-새누리당(집권)이 역사속에 새누리당은 집권기에는 노태우시절 빼고는 전부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게 포인트. (김영삼 IMF, 이명박 경제위기)
      노태우 당시의 3저 호황 시대에 생산계층 중심이었던 하던 5060세대니 독재하면 더 잘나간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모르죠. 어느 통계를 봐도 진짜 노태우 시절에 경제가 급성장 했죠.
      • 2012년에 독재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지도 아니었죠.... 경제고 뭐고간에 그냥 닥치고 공주님 찬양....2007년은 이번이랑 비교하면 엄청나게 합리적인 선거였습니다....
      • 정말 경제를 생각해서 투표를 했어도 이해가 안가고 (실제로 경제가 더 나아질 거라는 예측이 안되니까) 경제고 뭐고 공주님이라서 투표를 했어도 이해가 안가기는 마찬가지네요ㅠㅠ 게다가 추세를 보면 앞으로는 말씀하신 노태우 시절 같은 호황이 올 수가 없는데 말이죠.. 아 혹시 전쟁을 하자는 얘긴가?
    • 저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되더군요. 일반 대중들에 대한 생각이 더 암울해졌습니다. 한편으론 아니다 한 사람도 48%니 내 생각만큼 어두운 것은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이제 드러내놓고 편견과 왜곡을 강화할 상황이 참을 수 없어집니다.
      • 이번 상황을 부시 재선에 비교하는 글도 읽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미국은 일단 언론의 자유는 한국보다 더 잘 보장되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48%나 되는 이 결코 적지않은 사람들의 의견이 제대로 고려될지부터가 의심스럽구요.ㅠ
        • 언론 자유는 이명박이 망가뜨린거지 노무현때만 해도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이 탄압받는 나란 아니었습니다. 뭐 정권 비판이 아니고 정권 매도가 더 정확한 사실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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