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기릅니다.

벌써 한 달 정도 되었네요.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할 때 듀게에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기억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어떤 분이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집에서 안된다고 해서 다시 되돌려줬다는 이야기가 올라오고 나서 입양 파기에 대해서 매우 험악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가 키울 수가 없게 되어 다시 되돌려주는 상황이 되면 듀게에서도 혼날까봐 글을 올리지 못 했었어요.


그래도 듀게에서 고양이 글을 검색해보니 어린 고양이들을 기르기 시작한 분들이 많으셨더군요. 가장 인상이 깊었던건 (저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건) 이불 5채를 빨았다는 어떤 분의 증언이었습니다. 저도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는 어린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과 생명체를 기르기 시작해서 그 생명체를 제대로 책임질 수 있을지, 또한 생애주기가 다른 세계의 아이를 빠르게 흘러가는 늙음을 보며 버틸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의 한심함을 누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무서운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포기했다가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데려오게 된 고양이는,. 피부병에 걸려서 듬성 듬성 털이 빠져 있고 매우 아파보이더군요. 생후 3개월이라고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 주인이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2마리 중 한 마리가 병에 걸려서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동물병원 의사분께서는 약만 먹어도 낫는 병이라고 설득했지만 전주인 분은 듣지를 않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 고양이가 병원에서 신세를 지다 이렇게 저에게 오게 된 것이었죠. 한 달이 된 지금은 이미 병이 깔끔하게 나아서 털이 다 자랐어요.


고양이를 기르면서 기르기 전에 알 수 없었던 사실 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고양이 앞 발바닥에는 엄지손가락 같은 브레이크를 위한 발가락이 하나 더 있더군요. 만지작 만지작 거릴 수록 진짜 고양이 발바닥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집니다. 고양이 발 그림 그리면 다들 4개의 작은 동그라미와 1개의 큰 동그라미를 그리지 그 아래에 타원형의 긴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리지 않잖아요. 그런게 있어요! 그리고 고양이의 발톱을 정기적으로 깍아줘야된다는 건데 그 전까지는 발톱을 갈 수 있는 게 있으면 거기에 갈면 된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고양이가 의도하지 않은 할큄에 몇 번 당하고 나서 검색해본 결과 깍아줘야 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밤에 잘 때마다 다른 생명체와 같이 잠들면서 체온을 나누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을 사귀지 않는 이상 체온을 나눌 길은 중학교 쯔음 이후부터는 아무것도 없구나 하고요. 누구랑 팔짱을 낄 수 있나, 손을 잡을 수 있나, 서로 포옹을 하나. 가끔 악수하는 수준일 뿐이고. 어린 아이들을 쓰다듬는 것도 날이 갈수록 온화한 눈빛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변해가고 있고. 다들 외부의 열원에 목말라하는게 아닌가, 다른 생명체의 따스함을 원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조하게도, 그렇다면 로봇 강아지나 고양이도 열원 발생장치를 설치해서 쓰다듬을 때 따뜻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그렇게 고양이를 기르고 있어요. 고양이를 기르는건 좋은 일이네요.


p.s.


오늘 빙그레님과 5분 애인이 되었습니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커플 신고 버튼 좀 눌러주세요.

    • 선 신고 후 댓글입니다. 이런 글이 올라오는 듀게가 진짜 너모 참 매우 좋아요! 고양이라 쓰고 감동이라 읽는 동물이 고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외부의 열원이라는 표현에 동감 100개 보냅니다 :)
      • 입양 파기에 대해 격해진 글들을 읽으며 항시 생각했던 것은 애정을 담기 시작한 동물은 이미 담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거였죠. 다들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게 조금은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인간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처럼 고양이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겠죠.

        겨울이라 그런지 고양이가 더 따뜻해요. 그 대신 고양이는 더 차갑게 느끼겠지만. 일부러 만지진 않는 편인데 잘 때는 함께 자는 편이라 따스하더군요. 낼름낼름 핥기도 하구요.
    • 오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생명체라는 아깽이를 맞이하셨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알러지 때문에 평생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고양이 발가락이 다섯개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개만 키워봤지만 그리고 그 녀석을 보냈지만 지금도 많이 생각나지만요. 그래도 같이 살길 잘했다 싶어요. 아깽이랑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빌께요. 그리고 기회되면 사진도 한 번 올려주세요.
      • 온갖 분란과 논쟁의 여지인 사진, 언젠가 위험을 무릅쓰고 올려보겠습니다. 상당히 새침한 얼굴 표정을 언제나 하고 있어서.
        사실 사진을 별로 찍지 않는 편이라 아직 없긴 하지만 말이죠.

        저도 언젠가 떠나보낼 때 같이 살길 잘했다라고 회고하고 싶군요. 그럴려면 그 때까지 잘해주어야겠어요.
    • 이 글 너무 좋네요. 특히 '다들 외부의 열원에 목말라하는게 아닌가, 다른 생명체의 따스함을 원하는게 아닌가'라는 부분에서는 동감이 뭉클뭉클 솟아올랐어요. 사실 가족하고도 스킨십 자주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일로 바쁘니까요...
      저도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꼭 기르고 싶은데, 제가 과연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또 지금은 혼자 사는 환경도 아니고 해서 실행에 못 옮기고 있어요ㅜㅜ. 그래서 부러운 마음 담아 커플 버튼 꾹 눌렀습니다.
      • 가족하고도 스킨쉽은 정말 어렵죠.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엇그제 박근혜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간, 같이 사는 여동생에게 악수를 청했어요. 여동생은 궁금해했지만 왜 악수하자고 했는지는 말 안 해줬죠. 왠지 부끄러워서.

        고양이와 함께 살 결심을 확실하게 만들어준 건, 제 친구가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해서인데 걔의 어머님이 고양이를 엄청 싫어하신다고 했거든요. 갑작스레 고양이가 들어오자... 자기보다 고양이를 더 챙긴데요. (어머님이 압박을 넣어서 고양이 시중을 들어줄 지경) 책임이 떨어진 순간부터 뭔가 바뀐 기분이 들긴 합니다. 고양이는 어려서부터 화장실 인식을 빨리해서 정말 감사하더라구요.
    • 커플이시라니...신고 드렸습니다.

      아기고양이들은 참 귀엽지요. 애완동물을 키우다 보면 참 많은 위안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소통이 아니더라도, 꼭 붙어오는 그 체온으로나마.
      • 아 빙그레님 ㅎㅎ 시침 뚝.
        • 아..아니에요 전 잔인한오후님과 오늘부로 1일차입니 쿨럭
      • 신고 감사합니다. 흑흑. 커플끼리 신고를 누르면서 염장도 해볼 수 있다니, 이제 죽어도 원이 없.. 다라기 보단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마구 떠오르는군요. 역시 사람은 있을수록 더하다더니.

        사람 대 사람은 언어를 사용하여 대화해야 하고, 얘네들은 언어 없이 대화해야 하니 둘의 유불리가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고양이가 제게 어제도 오늘도 열심히 말을 걸어오는데 저는 묘맹이라 멀뚱멀뚱 듣고 추측할 수 밖에 없으니 답답하면서도 기뻤어요.
    • 저도 요즘 둘째 고민중이에요. 첫째가 외로움도 타는 것 같고, 사람이 놀아줄 수 있는 한계가 있거든요.

      입양한다면 단골 동물병원에 가끔 안락사할 고양이들을 데리러 오는 아저씨께서 계시는데, 그 중에 한마리 부탁해서 받아 기를까 생각중인데, 첫째는 기본적인 습관이 좋아서 편했는데, 똥테러 이야기 들으면 두려워요.
      • 둘째라니.. 그렇게 자가 증식(?)하게 되는게 순리인건가요.. 사람이 놀아줄 수 있는 한계라니.. 외동 같은 문제인가요.
        화장실 문제는 애완동물의 영원한 고민거리인가봐요. 그래도 사람과 달리 2~3개월만에 화장실을 가릴 수 있다니 천재 아닌가요!

        PC버젼 들어가시면 모바일에서도 수정하실 수 있어요.
    • 헤헤 우리 노나도 응가테러 쉬야테러 해서 듀게에 '왜 이런 걸까요?!'라며 글 올린 적 있는뎅ㅎㅎ 제 경우에 문제는 화장실이었어욬 원래 있던 화장실이 작아가지구.. '내가 있으니 여기다 싸긴 하겠지만 여차하면 이불에 싸버릴테다!'

      화장실 크구 좋은 걸로 바꿔주니 바로 고치더라고요ㅎ 똑똑한 냥이!

      저도 말씀하신 그 발가락(?)을 처음 발견했을 땐 참 신기해했어요 흐흐 노나가 몸 위에 올라와서 잠들면 따뜻해서 저도 잠와요zZ
      • 그 글을 제가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아이디가 낯익은거 같은데 설마.
        저도 처음에 화장실을 사왔는데 고양이 크기에 맞질 않는 겁니다. 너무나 힘겹게 작은 화장실에서.. 그래서 더 큰걸로 사왔지요.
        고양이가 이불 하나를 오줌으로 젹서놔서 혼냈더니 지금까지는 별 문제 없긴 합니다만 두렵습니다.

        고양이 이름이 '노나'인가 보군요. 저도 엎드려 있으면 제 등 위에, 누워있으면 제 쇄골 위에 올라와서 웅크려 자는 바람에 잠이 더 늘었어요.
        제 고양이 이름은 '고양이'입니다. 진짜에요.
    • 저희 고양이는 연식이 오래되다보니 똥 테러를 좀 해요. 그래도 같이 살다보면 익숙해지더이다. 매 해 핫팩역할은 훌륭히 해내고있으니까요 뭐
      • 연식이라니 자동차 같아요.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함께 나이를 먹어간 고양이와 지낸다는건 어떤 느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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