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한다는 강박감...

느긋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중간 크기 도시에서 벌써 10년 넘게 살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덩달아 느긋해져서 가끔 큰 도시에 갈 때마다 너무 빠른 생활의 속도에 깜짝 놀라곤해요.

여름 휴가 때 한국에 갔다왔는데 거리마다 무용, 댄스학원, 음악학원, 헬스 클럽, 어학원등이 꽉 차있어서

회사를 다니는 제 친구들도 출근 전 아침에 어학원, 퇴근후에는 춤을 배운다던가 수영을 하러 간다던가

하여간 한치의 빈틈도 없이 살더라구요.

거기서 다시 자극을 받고 저도 얼마전부터 태엽을 좀 빡빡하게 감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10년간 느슨하게 산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안 변하네요.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크리스마스 휴가로 4일 쉬었는데

휴가 동안의 목표는 이사 후 짐 정리, 청소 완벽하게 완료, 하루에 3시간씩 운동, 영화 3편 보기 였는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ㅡㅡ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미적미적, 인터넷(주로 듀게질 ㅡㅡ)하다가 -2시간

           친구 만나서 조깅                                                          -1시간

                            커피 마시면서 수다                                      -1.5시간

            짐 정리, 설거지                                                           -1.5시간

            개님이랑 산책                                                              -0.5시간

            그 후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인터넷                                  -무한 ㅡㅡ  =유효 시간 6.5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역시 미적미적, 인터넷                             -1시간

           짐 정리, 빨래                                                                -2시간

           친구 만나서 영화, 간단한 술                                            -3.5시간

           헬스 클럽 가서 운동                                                       -1시간

           개님이랑 산책                                                               -0.5시간 

            그 후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인터넷                                   -무한      =유효 시간 7.5

월요일: 병원                                                                            -1.5시간

           바로 핫요가                                                                     -2시간

           그리고 요가 후 기절 ㅡㅡ                                                       

            그 후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인터넷(주로 듀게질 ㅠㅠ)        -무한         =유효 시간 3.5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미적미적, 인터넷                                     -1시간

           친구 만나서 공원 산책                                                     -2시간

           쿠키 굽기                                                                       -1시간

           다음 날 도시락 만들기                                                      -0.5시간

           친구네서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                                           -4시간

           빅뱅 띠오리 보면서 훌라후프                                              -1.5시간   = 유효 시간 10


영화는 1편 밖에 못봤고, 짐 정리는 1/10 정도 진행, 그리고 운동은 50% 정도 지킨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인터넷질 또는 그냥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뭔가를 한 시간보다 훨씬 많다는 것...

사실 듀게질하는 시간도 유효 시간에 넣으면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인터넷을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나머지 인터넷질하는 시간은 유효 시간에 안넣고 듀게질하는 시간만 유효시간으로 넣었는데도 그래요.

하루에 24시간이나 있는데! 어째서 뭐라도 하는(유익한 것이 아니라도 어쨌든 가만히 있는게 아닌 뭐라도 하는 시간 ㅠㅠ) 시간이

저것 밖에 안될까요?

그렇다고 잠을 충분히 잔다면 억울하지나 않을텐데 또 그것도 아니구요.


오늘 아침에는 7시도 전에 눈을 떠서 아침에 운동을 할까 말까 30분 동안 누워서 고민하다가

7시 30분 쯤에 겨우 겨우 일어나서 30분 운동하고 샤워한 다음에 또 출근을 지금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침대에 누워서 또 한 30분 고민하다가 ㅡㅡ

겨우 9시 30분에 집을 나왔어요.

그러니꺄 샤워 + 운동 + 출근 준비 = 총 1시간이면 될 걸 2.5시간에 끝낸거죠. 

그렇다고 저렇게 지내면서 마음이 편하면 또 괜찮겠는데

뭔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시간 시간을 유효하게 보내야된다는! 강박 관념이 있어서 항상 괴로워요.

나는 정말 꽉 차게 살고 있어! 유효 시간의 비율이 80%를 상회한다 하시는 분들 혹시 비결 있으신가요?

   

    • 멍 때리기와 인터넷 서핑을 계획적으로 해서 유효시간에 포함시켜면 되는데요.
      • 안돼요 ㅠㅠ 그 짓을 벌써 몇년간 해왔단 말이예요...
    • 어제(25일) 오후 4시에 잠자리에 들어서 오늘(26일) 오전 8시에 일어났는데 오늘 한 일이라곤 1)어제 널어놓은 빨래 걷어 개키기 / 2)취미로 시작한 악기 1시간 연습 / 3) 틈틈이 사과 깎아먹기 / 4) 집 구석구석 어지르기 정도인 인간도 있습니다...;;
      • 그래도 악기 연습 1시간이나 하셨네요. 저는 매일 30분으로 잡아놓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나 할까 말까 ㅡㅡ
        레슨 가기 전에 부랴 부랴 연습해서 겨우 선생님한테 혼나지만 않을 정도로 해서 가요 ㅠㅠ
    • 비결은 저는 자신의 체질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었어요. meth 복용한것처럼 4시간만 자는데도 펄펄 날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에너제틱하게 사는 사람들처럼 언젠간 살 수 있을거란 생각을 버렸습니다. 운동을 즐길 수 있을거란 헛된 희망도 버렸구요......대신에 잠을 선택했습니다. 최소 8시간에서 최대 14시간까지 자고 또 잡니다. 잠자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서 생산성이 무지무지 좋아졌습니다. (물론 기준은 제 이전 생활에 비해서요.) 시간의 밀도가 달라졌어요.
      • 잠이라도 제대로 자면 아깝지 않을텐데 저는 이상하게 잠은 많이 못자겠어요.
        밤에 잘려고 누우면 오늘 못한 일과 내일 해야될 일들이 주루룩 떠오르고...
        그 시간에 일을 하면 될텐데 그것도 아니고... 그 일들에 대한 고민을 장시간 하다가 겨우 잠들어요.
        그러니 다음 날 일어나면 힘들고.
        잠을 잘 자면 생산성이 좋아지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제가 그 반대의 결과를 확실히 느끼고 있거든요.
    • 그래도 뭔가 알찬 휴일을 보내신 거 같아요
      저의 25일은 이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체스 토너먼트 참가 - 8시간
      집에 와서 컴퓨터로 체스 엔진을 이용하여 졌던 게임 분석 - 2시간
      잘때까지 책 읽기 - 5시간

      저의 일정은 뭔가 올인이었던 거 같아요
      • 아니! 유효 시간이 총 15시간이나 되시잖아요.
        제가 저런 하루를 보냈으면 여기다 이런 글 대신 자랑글을 올렸을걸요.
    • 편안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는건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해요. 이걸 거스르려면 더 많이 노력하고, 자각하고 움직이는 수밖에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 사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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