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이십여 년 산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광주는 정말이지 맛집이랄 만한 것도 없고 볼 것도 없습니다. 궁전제과, 청원모밀, 화신모밀, 이런 곳 저는 무척 좋아하지만 그래도 결국 그냥 동네 맛이지 뭐 남에게 굳이 추천할 만한 곳인가 싶고.
…그러나 오리탕은 꼭 드셔 보세요. 제발. 서울 와서 '오리탕? 삼계탕 같은 건데 오리를 넣은 건가? 오리는 로스구이로는 먹어봤는데.' 이런 반응만 잔뜩 듣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남도식 오리탕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오리를 대하는 자신들의 식습관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도 광주 오래 살았지만, 별 게 없긴 합니다. 목포는 낙지로 유명하고, 여수는 회한정식이 좋고, 순천은 꼬막회무침 맛이 좋은데, 광주는 특히 잘하는 음식이 없죠. 다른 분이 오리 얘기도 하셨지만, 전남 내에서 오리 음식 괜찮게 하는 식당은 도시마다 다 있어요. 딱히 광주가 더 맛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맛있는 음식점이야 꽤 있겠지만, 원래 전라도 사람들이 '뭔가 제대로 먹었다는' 느낌을 주는 식당만 맛집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맛 조금 있는 정도로는 안 되죠.
그리고 아까 다른 분도 얘기하셨지만, 전라도 음식을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건, 그냥 맛없는 집이 금방 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체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이 음식 불평을 많이 해요. 맛이 별로면 식당 주인 들으라고 대놓고 맛없다고 하는 아저씨들도 많습니다. 서울 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다른 지역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보다 음식 불평을 적게 한다는 거였습니다. 식당 갔는데 맛없으면 나오면서 같이 간 사람들 사이에서 시니컬한 비평이 막 쏟아지는 게 일상인데, 서울 가서 평소 하던 대로 했더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기대치 자체도 다르고, 음식을 대하는 마인드 자체도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커서 여행을 다녀보고 나서야 서울음식(식당들)이 정말 형편 없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아무리 원가니 물가니 탓하지만 사실 서울에선 식당해서는 안될 사람들이 식당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래서 지방에서 자라서 서울로 온 친구들이 서울음식 형편 없다 하면 저는 대공감 합니다. 집에서건 식당에서건 맛있는 음식들 먹고 자랐는데 (평균적)서울음식이 성에 찰리가 없죠.
저도 오리탕 추천하고픈데, 오리는 혼자 먹을 수 없을걸요? 요리 자체가 혼자만 먹기 위해 준비할 분량으로 시작할 수 없는 걸로 압니다.
광주 아니면 할 수 없는 걸 하시는 게 목적이라면, 광주 극장에서 (그 추운데서!) 담요 두르고 이젠 서울에서 볼 수 없는 큰 화면으로 영화보기, 충장로 상추 튀김 집에서 튀김 한 접시 사먹고 길 건너 화신 모밀에 가서 모밀 짜장 한 그릇 뚝딱 비우기, 금남로로 슬슬 걸어가 5.18의 상징인 구도청 건물과 분수대 사진 찍기, 그곳에서 무등산 행 버스를 타고 남도를 상징하는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의 미술관에 가서 기념샷 남기기...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