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간단 감상 + 교황의 FT 기고문

1. 레미제라블 봤습니다. 원작의 줄거리에 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듀나님 평점만 믿고 본 것이죠. 빵 한개 때문에 감옥갔다 나와서 도둑질을 한 장발장이 신부의 용서에 감명받았다, 정도가 그전까지 제가 아는 지식의 전부였습니다.

두 시간 반 쯤 되는 영화라서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긴 줄거리를 휙휙 건너뛰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고 네시간 짜리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참고로 예전 게시판에 있던, 분량이 긴 소설에 관한 글을 링크합니다.
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main&page=1&sn1=&divpage=13&sn=off&ss=off&sc=on&keyword=%C0%E5%B9%DF%C0%E5&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2092

판틴의 그 장면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긴 장면을 롱 테이크로 한번에 갔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고요. 코제트는 어른 아이 모두 예뻤고, 자베르는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장발장의 이야기는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특히 더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 원래는 크리스마스 때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문 얘기를 쓰려고 했어요. 왠지 덜 어색할 것 같았거든요. 지금 글을 쓰려니까 좀 뒷북인 것 같아서 레이제라블 얘기에 덧붙여 봅니다. (원문은 지난 20일에 게재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이 내용을 보도한 기사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21220201510086

제 눈에 띈 부분은 이겁니다.
'... 우리에게 가장 약한 자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믿음에서 지구상의 자원이 더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세상사에 초연하지 말고 의회에서나 주식시장에서도 하느님이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것을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원문 링크는 여기입니다. 뭔 편지, 메세지, 스피치가 이렇게 많은지... 그런데 홈페이지는 의외로 구식인 듯한 느낌이 나네요.
http://www.vatican.va/holy_father/benedict_xvi/speeches/2012/december/documents/hf_ben-xvi_spe_20121220_financial-times_en.html

그리고 위의 기사 인용 부분에 해당하는 영어 원문은 이렇습니다.
'... It is in the Gospel that Christians find inspiration for their daily lives and their involvement in worldly affairs – be it in the Houses of Parliament or the Stock Exchange. Christians shouldn’t shun the world; they should engage with it. But their involvement in politics and economics should transcend every form of ideology.

Christians fight poverty out of a recognition of the supreme dignity of every human being, created in God’s image and destined for eternal life. Christians work for more equitable sharing of the earth’s resources out of a belief that, as stewards of God’s creation, we have a duty to care for the weakest and most vulnerable. ...'

참고로, 전 가톨릭이 혹은 종교가 모든 도덕 원칙의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크리스마스를 맞아(라고 쓰려고 했으나 이미 지나가고 말았네요) 참고하시라고 올려봅니다.

P.S. 그나저나 이 분, 요새는 다스 시디어스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셨는지 모르겠네요. 한때 포스 라이트닝을 시전하는 사진들이 많이 돌아다녔는데 말이죠.
    • "we have a duty to care for the weakest and most vulnerable (except lgbt people)"

      그냥 지나가려다 배알이 꼴려서 좀 비꼽니다.
      프랑스의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에 거품 물고 반대하시더니, 스스로의 정치적 영향력이 생각보다 약한게 안타까우셨나 보네요.
      • except lgbt people 이거 보고 풉 했습니다. 그분이 이 댓글을 보셔야 하는데.
    • 자신들과 다른 가치를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기독교에서 사회 참여를 독려하니 무섭네요.
      제발 자신들의 도덕과 가치는 자신들 끼리만 공유하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기타등등님 댓글을 읽고 동성결혼에 반대한 교황의 성탄절 메시지 관련 기사를 찾아 읽어봤습니다.

      저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글에서 인용하신 이 부분입니다. It is in the Gospel that Christians find inspiration for their daily lives and their involvement in worldly affairs – be it in the Houses of Parliament or the Stock Exchange. 정교분리와 관련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 이런 건가요? 저는 어머니가 늦게 가톨릭으로 개종해서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계시고, 이제껏 가톨릭 교회에 딱히 나쁜 인상도 없었습니다만, 의회 언급한 부분은 아주 조금 섬찟한데요.
      • 교황이 동성결혼반대와 종교인의 정치개입을 염두에 두고 의회를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그 다음 단락과 연관지어서 빈곤 해소와 분배에 신경써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미로 봤거든요. 경제 관련 매체에 기고한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 FT 아티클에 쓰인 "dignity of every human being, created in God’s image and destined for eternal life" 이 표현 자체는 애매모한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동성결혼과 관련된 연설에서 사용한 표현 "When such commitment is repudiated, the key figures of human existence likewise vanish: father, mother, child - essential elements of the experience of being human are lost"가 연상되는 건 제가 FT 아티클에서 지나치게 많은 걸 읽은건지, 글쎄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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