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고해성사같은걸 하고 싶어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멘붕의 기간이에요. 

문득 고해성사같은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독교,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제가 그 종교에서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죄'의 개념인데

불교에도 '업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기독교쪽이 좀 더 정신적으로 내밀한 수준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있다랄까...

'원죄'라는 걸 생각하면 말이에요. 그건 개인이 어쩔수가 없는 거잖아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대신 사해주기 위한, 바로 그것을 위한 존재였다는 사실도 그렇구요. 

인간의 죄지음에 대해서 부단히 편집증적으로(?) 파고들었던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아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해서 비롯된 말은 아니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ㅜㅜ


가끔 제 믿음과 상관없이 제가 기독교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할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죄'에 관련된 부분인것 같아요. 

전 제 자신이 막연히 죄를 지었다는 느낌에 빠질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엄밀히 생각해보면 인간이 사는게 죄지음의 연속이 되지 않을 수가 있나?가 제 기본적인 생각이거든요. 


예를 들어 말한마디를 해도,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중심으로 말할 수 밖에 없고, 

그 와중에 상대와 견주어 자신을 올리거나 상대를 부정하는 듯한 말을 하게 될 때도 있잖아요. 

제가 주로 의식하면서 짓는 죄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그것에서 자유로웠던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죄'라고 할만한 것들이 현대 사회에서 규정한 법이나 혹은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인간에게 요하는 기준과 무관할 때가 많아서

합리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고 다만 자기중심적이고 다소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다고 분명하게 인지하곤 하는데요.

그런데도 고해성사 같은것을 하면서, 또는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든 벌을 주면서 

잘못됨을 인지하고 그것을 사함받고 싶다(?) 란 충동이 들때가 있어요. 


정확히 그 형태는 아니지만, 글을 쓰다보니 이렇게 좁혀지네요 ㅎ



 



    • 음 저도 카톨릭 교리에 정통하지는 않지만,세례를 받고 성체를 모시는(밀떡) 신자라면 자기 안에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큰 죄라고 하거든요.간수처럼 자신을 대하지 말고 자학하지 말라고 해요..고해성사는 벌의 개념이 아니라 화해의 개념이라고 보구요.
    • 그리스도교에서는 참회할 때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하라고 해요. 특히 사순기간에는 자신이 목표를 정해서 금육이나 절식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금육" "단식"은 꼭 먹을 것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달콤한 음식 뿐 아니라 자신이 중독되어있는 것, 죄에 가까워지는 것을 어떤 것을 끊는 것도 해당되지요. 일정 기간을 정해서 몸에 달콤하고 몸에 편하고 쾌락을 주는 것을 끊어보세요. 물론 그런 절제가 절제에서 끝나지 않고 자선으로 이어져야겠죠.

      아래 링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몇해 전 사순기간 담화문인데 저는 이 담화문을 참 좋아해요. 한 번 읽어보세요.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잘 담겨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www.mariasarang.net/bbs/bbs_view.asp?index=maria2000_world&page=1&no=113&curRef=113&curStep=0&curLevel=0&col=1&sort=DESC

      + 특히 "다른 사람을 위해 스스로 극기를 하는 것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형제자매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고 밝히는 것입니다" 이 문장이 참 좋습니다.
    • 현대 사회에서 제가 느끼는 원죄는 이렇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들과 비슷하기도 한데, 그것보다 좀 더 실질적으로, 예를 들면 우리가 먹는 고기들... 어찌 보면 과잉생산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정말 실제로 목격하고 나면 누구나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을 한 번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참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도살되어지죠. 막연히 그럴 것이다 생각은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직접 한 번이라도 현실을 보고 나면, 어떤 말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정말 순수한 악. 지옥이 있다면 여기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모르죠. 그런 대량사육된 고기들의 주 소비처 중에 하나인 패스트푸드 점에 가면 그 피와 고통과 인간의 과다한 음식에 대한 탐욕 위에서 그냥 한 덩이의 얌얌 맛있는 고기가 되어 - 그것은 그냥 고기일 뿐이죠. 고통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병아리, 닭, 돼지, 소였다는 사실은 그냥 머리속에서 분리가 되어 있습니다. - 그걸 앞에 두고 온 가족들은 소박하게 하하 호호 웃고 즐기고 연인들은 사랑도 속삭입니다. 아이러니한 건, 주로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애완인들도 (저 역시 한명이라 할 수 있구요.) 그 애완동물을 먹이기 위해 사실 수많은 가금류들은 지금 이 순간도 끔찍하게 죽어나가고 있죠. 어찌 보면 가축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축복입니다.

      현대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이런 기반 위에 이루어져 있죠. 공정거래 커피 등의 얘기도, 우리가 우아하게 한 잔 마시던 그 커피가 현지 주민들의 엄청난 착취 위에 이루어진 것이란 것. 블러드 다이아몬드도 같은 맥락이죠. 온갖 명품 등도 만드는 가죽들, 털들, 그 자체에서 잔인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은 물론, 그 다음 과정으로는 그 가죽들을 염색하는 가난한 인간들의 희생이 또 있습니다. 마스크 한 장 쓰고 맨몸으로 유독화학물질에 몸을 담그고 있죠.

      현대 사회의 가장 끔찍한 점은 저렇게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들이 철저하고 전 세계적으로 분리가 된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거죠. 아마 옛날처럼 내 집 앞마당에서 직접 닭도 잡고 개도 잡고 해야 한다면, 수백수천마리의 살아있는 생명들이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걸 닥치는대로 죽이고 죽이는 기계에 밀어넣고 피를 줄줄 흘리며 고꾸라지는 꼬라지를 한 번이라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만 해도 지금처럼 아무 생각없이 고기고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전에 소수의 귀족이나 왕들만 누리던 것 -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더러운 일들은 따로 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 을 이젠 일반 대중들도 누리게 되면서 여전히 그런 일들을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로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희생당하고 착취당하는 집단들이 존재하게 된 형국이랄까요.

      댓글이 산으로 갑니다만, 평소에 느꼈던 엄청난 허상과 탐욕 위에 발을 딛고 있는 현대사회의, 누구도 자유롭기 힘든 원죄의 개념들에 대해 좀 써 보고 싶었습니다. 고해성사 같은 것을 정말 진지하게 체험해 보고 싶으시면 성당에 가 보시는 방법이 있겠죠. 고해성사는 카톨릭에만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신교는 내가 일대일로 신에게 진정으로 말하면 용서를 받는다고 믿죠. 사제를 통한 중재의 개념을 받아들이던 안 받아들이던, 누군가에게 내 잘못을 입 밖으로 꺼내어 정리해서 말해 본다는 게, 그 말할 때의 나의 목소리와 나의 심리를 마주한다는 게 굉장히 힘들고 회피하고 싶으면서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싸이코 드라마와 어쩌면 닿아있는 데가 있다고나 할까요.
      • 잊고 있던 걸 깨우쳐주는 글이네요.잊고 있다기보다 외면하고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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