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주쿠 소녀들의 미국 상륙 + 진보주의자들의 자학 개그, 포틀랜디아 (Portlandia)

지금 미국에서 세번째 시즌이 방영되고있는 포틀랜디아 (Portlandia) 는 진보주의자에 의한, 진보주의자를 위한 자학 개그입니다.

 

우선 시즌 1의 오프닝 동영상을  올립니다.

   

 

 

 

90년대를 기억하니? 사람들이 피어싱을 하고 문신을 하고, 밴드를 결성해서 지구를 지키자고 노래하던 시절.

그런 이상이 아직도 현실로 존재하는 곳이 있어. 바로 포틀랜드지.

 

포틀랜드에는 90년대의 꿈이 살아있지. 포틀랜드

태투 잉크가 마를 날이 없네.

 

야망없는 사람들이 매일 아침 11시까지 자고 일어나

친구들과 놀던 그 때 말이야. 

완전 백수, 백조에

일주일에 고작 몇시간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고.

 

캐리: 그래. 하지만 그런 시대는 갔어.

프레드: 포틀랜드에서는 아니야.

              포틀랜드는 젊은이들이 은퇴하러 가는 곳이야.

 

포틀랜드에는 90년대의 꿈이 살아있지. 포틀랜드

예쁜 여자애들이 안경을 쓰고 다니는 그곳.

 

프레드: 90년대는 특이하고 엉뚱한 삶을 부추겼지. 사람들도 서커스나 보러다니고 

                너, 자라서 광대가 되고싶어했잖아. 광대 학교도 있었고.

캐리:     나, 광대가 되기는 포기했어.

프레드: 포틀랜드에서라면 그럴 필요 없지. 

 

포틀랜드에는 90년대의 꿈이 살아있지. 포틀랜드

11시까지 자고,

넌 천국에 있는거야.

 

캐리: 네말을 종합해보자면 포틀랜드는 대체 우주 (Alternative Universe)라는 거네.

          앨 고어가 이겨서 대통령이 된 세상. 부시 행정부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포틀랜드에서는 자가용도 없잖아. 사람들이 다 자전거나 전차, 아니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다니고.

프레드: 포틀랜드에서는 레코드 가게에서 중고 시디도 되팔 수가 있어!

 

 

저의 경우,  90년대에 미국에서 학교를 다녀서인지 위의 분위기가 피부로 다가옵니다. 90년대의 미국은 당시의 주류 문화에 반하는 많은 대안적 가치들이 등장하고 논의되었던 시기지요.

제가 기억하는 90년대의 포틀랜드는  환경 보호, 페미니스트의 모임, 대체 에너지 사용, 사회체육의 강조, 자전거 타기 운동, 각종 organic food 재배, 자원 재활용 프로그램과 동물 보호, 비영리 단체들과 Co-Op 운영 등등의 시민 운동과 더불어 인디 밴드, 포크 싱어, tech geek 들, 그리고 뿔테 안경을 쓴 힙스터들이 대표하는 alternative sub-culture, 그리고 대규모 체인을 반대하면서 지역 기반으로 운영되는 커피 전문점과 작은 서점들 (mom and pop stores) 등등이 존재하는 모습들입니다. 일본 문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친화적입니다. 다운타운 골목 곳곳에 직장인들을 위한 벤토 가게들이 눈이 들어왔었지요. 중고책을 거래하는 Powell's bookstore 와 각종 빈티지 옷가게들, 중고 비닐 레코드 가게와, 은퇴한 히피 출신 베이비 부머들이 운영하는 인도풍의 장식품 가게들도 기억납니다. 선거에서는 유례가 없이 녹색당의 지지도가 높았습니다.

 

재미있는 사실들은 Portlandia 가 그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기반으로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잔인하리만큼 그러한 대안적 가치들을 웃음과 풍자의 소재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든다면, 이런 내용들입니다.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교통 신호를 무시하며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거나,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오히려 서로와 개개인을 차별하는 식이지요.  소위 인텔리 식자들이 서로 얼마나 많은 글을 읽었나 자랑하다가 공중 교통 시그널도 제대로 못 읽고 차에 치인다거나, 그런데 그 시체들이 바로 더 나은 포틀랜드의 미래에 대해 연설하는 시장의 바로 옆에 떨어진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라티노 노동자가 인기없는 포크뮤직 싱어를 차별하고, 페미니스트 북스토어를 운영하는 여성들이 북스토어의 화장실 이용자에게 비영리 단체의 후원을 강요한다든지, 오가닉 푸드를 재배하는 농장을 방문해서 일부다처제를 실행하는 농장 주인의 아내가 된다든지...

 

이런 농담을 만들어내는 제작진들이 진보적 성향의 자유주의자들이고, 이 쇼를 보면서 웃는 사람들도 사실 같은 성향의 진보주의자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놀랍기도 합니다.

SNL 의 오바마 대역으로 유명한 Fred Armisen 과 작가이자 인디 밴드 뮤지션인 Carrie Brownstein 이 직접 대본을 쓰고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이 두사람의 투맨쇼입니다).

 

위에서 나왔듯이, 2012년 현재라는 시점에서 예전에 꿈꿔왔었던 대안적 가치의 실현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문이 들 법도 합니다. 풍요로왔던 80년대의 주류 문화와, 90년대의 대안적 시민 운동을 거쳐 현재의 미국은 많이 지쳐있는 느낌입니다. 앨 고어가 당선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부시 행정부의 재선 성공 때문일 수도 있고, 오래된 경기 침체일 수도 있고, 어쩌면... 가장 두려운 질문이지만, 이 쇼가 말하듯이 이러한 진보/대안적 가치 이면에 있는 이중성, 위선성, 자기 만족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그 중 가장 웃겼던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프레드와 캐리, 두 사람이 일본의 하라주쿠 소녀로 분장해서 등장합니다.

  

 

 

 

 

두명의 하라주쿠 소녀들이 포틀랜드 공항에 내립니다. 도착한 그들은 바로 'Coffee Land' 라는 이름의 로컬 커피샵을 찾아가는데....

이 네이밍 자체가 아주 일본스럽습니다.  커피 란도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L 발음을 R 처럼 발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노래'방', 머리'방' 같은 느낌을 주는 커피 전문점 이름입니다.

 

포틀랜드의 일본 문화 사랑과 커피 사랑을 동시에 풍자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하라주쿠 문화는 일본 내에서도 서브컬쳐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풍자했다고 해서 일본인 또는 나아가 아시아 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고봅니다.

 

카페의 벽에는 '즉각 석방' 이라는 한글이 쓰여있네요. 마치 Amnesty International 의 정치범 석방 팜플렛에서 베껴온 듯한 느낌입니다.

 

어쨌든, 포틀랜드는 어쩌면 실현될 수도 있었던 대체 우주 (alternative universe) 로 남아있게될까요?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 도시를 사랑하는 1人입니다만.

 

 

 

    • 동영상이 미국에서만 재생 되는 것 같네요.
    • 설명이 맛깔나서 보고 싶어지네요.

      다행히도 한글자막도 있군요. 구글링해보니.

      새 미드 하나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거 한번 봐야겠네요.
    • 시즌 1 을 보면 Aimee Mann 과 Sarah Mclachlan 이 음악 산업의 몰락으로 인해 가정부로 취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눈물이...
      Kyle Maclachlan 이 자전거 타고 다니는 포틀랜드 시장님으로 나옵니다. 꼭 보세요~
    • 댓글 달려고 오랜만에 로그인 했습니다. 요즘 제 삶의 낙이 포틀랜디아 거든요...-.- 새 시즌이 나와서 좋긴 한데, 사무실 사람들 중에 이거 보는 사람 찾기가 어려운 걸 보니 역시나 메인스트림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독립영화채널에서 제작되었지만 은근 캐스팅이 화려해요. 쿠퍼 요원은 고정이고, 거기에 에이미 만, 에디 베더, 심지어 미란다 줄라이 같은 사람들까지 게스트로 나오니까요. 제 훼이보릿은 '카카오'와 '재활용 남매'였습니다. :-D
    • 제가 댓글 다는 동안 cadenza님이 그새 화려한 캐스팅을 적어주셨군요. 하하.
    • 네. 포틀랜디아 보는 사람들이 많지않지요. 다소 마이너한 취향이지만 열혈 팬들이 있더군요. 듀게의 성향하고도 어느 정도 맞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포틀랜드 너무 좋아요. 스티븐 말크머스같은 인디음악들 설렁설렁 듣고 다니기 좋은 분위기.. 엘리엇 스미스도 여기서 오래 살았고 스미스 자니 마도 여기 사람이죠 (출신은 만체스터지만). 날씨도 좋구요ㅠㅠ 좋은 음식점이랑 바도 많구ㅠㅠ 이 드라마 보다보면 포틀랜드로 다시 가고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오리고기였나 오가닉이냐 뭘 먹여서 키웠냐 등등 따지면서 식당에서 난동피우는 게 너무 웃겼던 기억이ㅋㅋ 1시즌 한창 보다가 아예 미드 자체를 잘 안보게 되었는데 3시즌까지 나왔다니 신나네요!
    • 악 로긴하게 만드셨써용 ㅋㅋㅋ전 밴쿠버에서 컸는데 테크기크나 섭컬쳐랑 환경운동 이런게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에용ㅋㅋㅋㅋ재밌겠다 봐야겠어영
    • http://www.newyorker.com/reporting/2012/01/02/120102fa_fact_talbot

      저는 아직 본 적 없는데, 전에 이 리뷰에서 웨이트리스가 그날 요리될 닭의 사진을 보여줬다는 내용을 읽고 이거 재미있겠군 싶더라고요. 새 시즌이라니 저도 시작해볼까 싶어요.
    • 베케이션>> 사실 밴쿠버와 시애틀, 그리고 포틀랜드는 유사점이 많아요, 그런데 포틀랜드 사람들은 그 중 자신들을 차별화시키고 싶어하는 심리가 큽니다. 예를 들자면, 그들은 커피 문화를 놓고도 시애틀의 커피 문화가 Starbucks 나 Seattle's Best Coffee 등의 대형 커피 체인점들을 통해 독과점식 경영으로 지역 기반의 커피샵들을 압박하기 때문에 결국 과도하게 상업화, 대중화되어있다고 얘기들하지요.

      loving_rabbit>> 그 다음 장면은 그 날 요리될 닭 (이름은 콜린)의 성장과정과 친구 관계를 알기 위해 닭이 자라난 농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빵 터졌습니다.
    • '라티노 노동자가 인기없는 포크뮤직 싱어를 차별하고, 페미니스트 북스토어를 운영하는 여성들이 북스토어의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비영리 단체의 후원을 강요한다든지, 오가닉 푸드를 재배하는 농장을 방문해서 일부다처제를 실행하는 농장 주인의 아내가 된다든지...'
      이 부분 읽으면서 기억이 떠올라 터졌습니다ㅋㅋㅋㅋ 일부다처제 에피소드 볼 때 황당해가지고ㅋㅋ
      저는 1시즌 좀 보다 말았는데(드라마 볼 게 너무 많아서ㅠ), 이 글 보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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