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 쓰고 라이프 오브 파이 봤어요(스포 주의)

뉴스에선 아폴로 눈병이 유행이라 하고, 새벽에 눈이 가려워서 두번이나 자다깼고 해서 안과 간다고 반가를 썼는데
반가씩이나 쓰고 병원만 가긴 뭔가 아까워서 조조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습니다.

일단 제일 큰 감상은 호랑이 너무 귀엽다! 입니다.
꽤 몰입해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태평양 한가운데 뜬 구명 보트 한척에서
호랑이도 죽이지 않고 나도 죽지 않고 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상황은 무시무시했지만 그래도 귀여운 건 귀여운 거예요.
미어캣 섬에서 리차드 파커~~~ 하고 부르니까 총총총 달려오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으어엉 하고 탄식을 뱉고 말았습니다.
(한자리 건너 앉으셨던 남자분 죄송합니다)

호랑이 빼고도 재밌게 봤어요. 2시간이 조금 넘는데 한100분 남짓한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잘 가더군요.
이런저런 고난을 거쳐 마침내 육지에 닿았다-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봤습니다.
화면이야 다들 말씀하셨듯 정말 아름다웠고, CG도 굉장했어요. 골룸 이후 또 한번의 발전 아닐까 싶네요.

파이 아빠의 종교관에 공감하는 저는 끊임없이 신에 감사하는 파이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물고기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묘사는 참 좋았습니다.
처음 잡은 물고기를 죽이면서 미안하다고 펑펑 울던 소년이 날치가 천지에 널린 상황에서 참치를 먹겠다고 호랑이에 맞서다니요.

결말이 비극적이라길래 책을 안 본 저는 다른 배를 만났는데 그쪽 사람들이 미쳤냐? 호랑이는 못 태운다! 이래서
바다 한가운데 호랑이를 남겨두고 가는 결말이면 어떡하지? 뭐 이런 엉뚱한 상상을 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습니다.

    • 파이의 호랑이 얘기는 다 지어낸 것 아닌가요? 호랑이=본인, 하이에나=요리사, 오랑우탄 = 엄마..등 치환해서 얘기한 것 같은데.
      어쨌거나 전 파이가 물고기를 먹은 걸 인육을 먹은 걸로 해석하고 나니까 끔찍하더라구요.
      • 네 다 뻥이죠.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로도 보였고요.
        • 영화관에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보는 어른들이 많던데, 아이들에게는 1번 얘기가 맞다고 얘기해주는게 옳을까요? 1번 얘기일 때는 참 아름답지만, 2번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저는 자꾸 소름이 돋던데,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떨지..ㅎㅎ
          • 제 생각에는 그냥 본인이 판단하게 냅두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아요. 저랑 the end님은 호랑이 얘기가 뻥이라고 생각하지만, 요리사 등장하는 얘기가 뻥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어차피 픽션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인데 굳이 이건 사실 이런저런 거란다~ 라고 할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 다 지어냈다고 볼 수도 없죠. 일본인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문제 삼은 건 '바나나는 물에 뜨지 않으니 말이 안 된다', '배의 침몰 원인을 알 수 없다'이고, 이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데, 두 번째 이야기에선 오랑우탄 대신 어머니가 바나나 더미를 타고 왔다고 했으니 여전히 바나나가 물에 뜨지 않는다는 비판에 노출되어 있고, 침몰 원인도 여전히 나오지 않아요. 딱히 더 '믿을 만한' 이야기라고 할 수 없죠. 작가가 일본 해운 회사 보고서를 읽을 때 그 보고서에 '벵골 호랑이와 함께 표류'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결국 그 일본인들도 첫 번째 이야기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거죠. 작가 역시 첫 번째 이야기를 택했고요. 결국 다 '믿기에' 달린 거지, 영화는 절대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 근데 전 배의 침몰 원인을 물으러 온 것도 되게 황당했어요. 아니 쟤한테 그걸 왜 묻냐! 선원도 아니고 손님인데! 싶었달까요. 그리고 마지막의 그 대사는 작가 아저씨가 앞으로 쓸 책의 마지막 문장을 구상하는 건지 진짜 보고서에 있는 문장을 읽은 건지 모르겠던데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나요? 전 미처 못 봐서요.
          • 자기 책에 쓸 문장 구상하는 걸로 봤어요. 그건 그렇고 저는 당연히 1번 얘기가 사실이고 2번 얘기는 자기 얘길 믿지 않는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옛다 던져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듀게에선 2번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상당히 놀랐어요.
            • 저는 1번 얘기가 사실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아 놀라고 있습니다. 나도 1번이 더 좋은데 1번 믿을까 싶기도 하고요.(적고보니 바보 같네요)
          • 책에서는 작가가 등장하지 않고 일본인들과 파이의 대화 중 파이가 어떤 이야기가 더 좋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둘 다 온전히 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배의 침몰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니 그냥 첫 번째 이야기를 택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보고서 내용이 나오는데, 영화에서 작가가 읽는 그 부분이 책의 말미를 장식하는 일본인들의 보고서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도 보고서 내용이라고 보는 쪽이 맞을 겁니다.
    • 이 영화의 결말을 저는 잔인한 현실(이성)보다는 아름다운 동화(종교,신화)를 더 믿고 싶어하는 인간에 대한 풍자로 해석했어요.

      어쨌거나 마지막에 파이는 믿고 싶은대로 믿으면 된다고 했는데, 제가 너무 2번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했나요? ㅎㅎ
      • 예, 믿고 싶은 걸 믿으면 되는 거겠지요. 저 같은 경우는 현실보다 동화를 믿고 싶어하는 인간에 대한 풍자라기보다는, '절대적인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믿음'의 가치를 탐구하는 영화라고 봤어요. 파이 이름 이야기가 굳이 이야기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것이나 영화의 구조가 여러 나레이터가 겹겹이 겹쳐있는 식으로 짜여진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았고요.
    • 저는 책을 읽으면서 아주 당연하게 1번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생각했어요.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죠)
      선박회사 직원들에 관해서는 '거참, 의심도 많구먼..'이라고 생각했구요. 저도 듀게에서 2번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아서 놀랐어요.
      전 그냥 1번 이야기를 믿으려구요.
      • 저도 1번 얘기가 훨씬 취향이지만 어느 쪽이 사실인지를 고르라고 하면 2번이에요. 근데 꼭 마법을 믿어야 해리포터가 재밌는 게 아니듯이 파이가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호랑이 얘기 좋아요.
    • 엇 반가워서 로그인했어요. 뭐가 반가웠냐면요...

      저도 중간에 배가 나타났을 때 영화의 비극적 결말을 그렇게 상상했거든요......-_-;;;;
      아...배가 나타나서 구해주지만 호랑이를 두고 가겠구나...가슴아프다...이렇게요....

      그리고 배가 지나가고 나서는 '아...그럼 파이가 호랑이를 잡아 먹게 되나보다...아...ㅠ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봐서
      막상 결말이 그렇게 가슴아프거나 충격적이진 않았어요.
      • 저 같은 분이 또 계셨군요. 저도 호랑이의 안위에 하도 신경을 쓰다보니 두번째 이야기가 등장해도 딱히 충격적이지도 않더라고요.(사실 그쪽이 더 참혹한데 말이죠) 호랑이 얘기가 말짱 뻥이라고 해도 어쨌거나 무사히 살아남아 밀림으로 돌아가서 안심했어요.
    • 저 한테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능가하는 반전 영화 였습니다.

      파이 = 카이저 소제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9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6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1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