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바낭
유치한 발상이나 기분이 떠오르지만 그게 아주 적절하고 공감갈때는 전혀 유치하지 않다고 느껴질때가 간혹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치과 글을 하나 쓰긴 했지만 오늘도 치과 이야기가 주 입니다.
얼마전에 쓴 글은 아래쪽 사랑니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오늘 이야기는 위쪽 사랑니입니다.
위쪽 사랑니는 예전에 동네 치과에서 뽑았었습니다. 햇볕이 제법 드는 날씨와 계절이었고 나른한 오후 시간대였죠.
열심히 발치가 진행되던 도중 의사분께서 "많이 썩었네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프고 신경이 쓰이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 내 사랑과 같구나"하는 생각에 온몸은 물론 속옷까지 젖어들며 애잔한 기분이 되었었습니다. -_-
당시 실연을 겪은 직후였거든요. 첫사랑이어서 여파가 제법 길었었습니다. 제법 괜찮아진 시점이었지만 기분이 참 묘해지더군요. 그 단순한 한마디에.
날씨가 따뜻해서 더 그랬던거 같기도 하고. 유치한 유행가 가사가 자기 일처럼 느껴지는, 딱 그런 감성이었던거 같습니다.
예전에 페이퍼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분 인터뷰를 봤었는데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라디오 피디를 하게 되면서 뻔한 인기곡들의 힘을 알게 되었다고.
라디오 피디이기에 음악적 지식도 어느 정도 있고 나름 깊이도 있기에 그런 노래들을 경시했었다고. 그래서 중량감 있는 노래들의 가치에 집중했었지만
비오는날, 눈오는날등에 으례 틀게 되는 클리셰 같은 노래들에 대한 애청자들의 반응, 그리고 본인의 기분에서 많은걸 배웠다구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가졌기에 그랬겠지만 참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때의 경험도 그렇고 황지우씨의 한예종 신입생 환영사, 모 스쿨에서 들었던 이현세씨의 특강등에서 느낀 공통점은 유치한것, 일반적인것에 대한
경시는 '창작자로써 좋지 않은 태도가 아닌가 하는것'이었습니다. 비단 창작자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닌듯도 하구요.
일전에 대화를 하다가 이런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단어에 온도가 있다면 미련은 아마 따뜻할거 같아'
듀게에 분포도가 높을 이시대 쿨피플 들에겐 비난받을만한 표현일거 같지만 당시엔, 그리고 지금도 전 저 말이 참 좋네요.
방금전 어떤 계기로 미련이 느껴지면서 기분까지 좀 수상해져서, 이렇게 잡담을 늘어 놓았네요.
여튼 유치한건 부끄러운게 아니라구요.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