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불쌍한 박근혜를 대통령 한번 시켜줌으로써, 박정희를 상징적으로 복권시킴으로써, 꼴보기 싫은 야당놈들을 패배시킴으로써 얻는 만족감이 자기집 재정 따위보다는 훨씬 중요한 거죠. 네 계급이라면 어떤 이유에서 어떤 쪽을 찍어야 한다고 설명하려는 계몽적 노력은 설득보다는 반감만 얻을 가능성이 훨씬 많습니다. 자길 바보취급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들이 아무리 무식하고 머리가 나쁘고 몰상식해도 다들 자기는 똑똑하고 알만큼 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다른 말 해봤자 잘난척 하는 놈밖에 안되죠.
그리고 자영업자의 경우 어느쪽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득실이 있으니 셈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가스 이야기만으로 축소하자면, 자영업도 가지가지고 가스를 안 쓰는 자영업도 있고, 묻고 따져봐도 새누리측 정책이 자기 장사에 유리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십대들이 들어가려고 피터지게 공부하는 바로 그 학교 나와서, 다시 그 학교 학생들이 들어가려고 머리 터지는 대기업 다니다 은퇴하고 자영업 하는 사람들도 꽤 되지요. 머리 굴릴 만큼 굴릴 줄 알고 손익 계산 정확한 부류들이요. 막연하게 자영업이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해요.
역시 저는 멍청함이 아니라 머리 굴려서 나온 계산속에 한 표 던질래요. 전형적인 서울 서민 동네에서 늘 부대끼며 살아오던 사람들이라 저에게 이 뷰류는 막연한 덩어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개별 인간들입니다. 그래서 모르고 멍청하고 감성적이라 자기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했다는 생각은 못 하겠어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비율상으로는 자기 정보력의 한계 내에서 따질 거 다 따진 사람이 더 많았다고 봐요.
근데 현재 자신을 위해 계급투표를 한다면 농어민들이나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찍는 건가요?? 종종 계급투표 얘기보면 이 부분이 제일 의아합니다. 민주당은 비정규직 도입하고 노동유연화하고 fta하고 공공부분 민영화를 시작한 당이잖아요. 게다가 그걸 십년이나 했죠.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파업이 99년 지하철파업인데 그게 공공부문 민영화에 반대하는 '정치' 파업이었어요. 무려 지하철은 그 당시 대상도 아니었는데요. 물론 정치파업한다고 언론에서 무지하게 까이고 일주일만에 접었을 겁니다.
쨋든 그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놈이 그놈이라는 것도 아니라 팩트가 그런데 새누리당에 투표하고 민주당에 표안 준게 계급투표에 어긋난다는 주장들을 보면 의아해요.
음.. 통진당과 진보정의당 모두 안철수 수준의 협상을 사전에 하지 못했죠. 민주당에게 그럴 의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구요. 그리고 이번 투표에서 범야권이 그은 선은 복지나 민영화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독재-반독재였기 때문에 잘 모르겠네요. 그걸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는... 게다가 아무리 듣보잡이라고는 해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진보 후보들이 있었죠.
그래서 심상정 의원의 경우에는 일단 후보등록해서 우리 공약이 뭔지나 대중들에게 인지시키고 그 이후에 단일화해서 이길 경우 문재인에게 얻어낸다는 건데 그러지도 못하고 사퇴해서 정말 아쉬워한거고요. 이정희후보의 경우는 티비토론까지 나와 널리널리 알린후 사퇴했고 48% 득표중에는 그쪽 지지자들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기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거라고 봐요. 만약 패배의 원인이 이정희 싸가지, 종북좌빨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승리했다는 가정하에서는 당연히 그들 지지자들의 몫을 할당해줘야된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대선을 특별한 경우로 본 거죠. 반새누리 진영이 모두 연합했으니 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민주당만의 선거라고 보지 않아요. 진보진영의 퍼센티지가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합은 연합이니 이런 경우 승리할 때 몫을 돌려주는 협상을 하는게 이 바닥의 이치라고 보는데요. 민주당이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졌으니 모든 것이 가정일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진보진영 후보들도 그런식으로라도 문재인이 되어서 민주당에게 몫을 뜯어내는게 새누리당이 집권해서 꼼짝없이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이 있었으니 그렇게 했을 거고요. 민주당 집권 10년동안은 참 없는 사람들에게 힘들었던 시기이긴 한데 그래도 민주당은 종부세라든지 재벌기업 출자규제등 새누리와의 차별점은 있었어요. 또 정치적 영향력을 볼 때도 진보정당이 가장 잘 나갔을 때가 참여정부시절이기도 했고요.
십년 집권하는 동안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것에는 절대 동의합니다. 김대중 정부가 IMF 수습을 하느라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강하게 드라이브한 것은 잘못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의 그 수위는 좀 지나쳤죠. 반면에 한나라당은 운이 좋게도 IMF 직후에 정권을 넘겨주어 그 뒷수습을 민주당이 하느라고 교묘하게 신자유주의 함정을 피해갔습니다. 사실 정책이나 노선은 한나라당이 더 골수인데 IMF이전에는 경제가 쭉쭉 성장하던 시기라 다수 없는 사람들은 민주당이 집권해서 살기가 힘들어진 것으로 느끼게 되었고요. 또 참여정부 집권하면서 새누리와 조중동의 반 노무현 폭주가 지나치게 막장이라 그런 반감이 강화된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민주당이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 힘든 시절이 되겠죠.
아참 그리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강하게 탈거다 라는 것은 집권 이후에 확인된 사실이라고 보는데 그 이전엔 뭐 정권을 잡은 적이 없었으니 그냥 반신한국당은 우리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지금 기억나는게 97년 당시 추미애 의원이 선거운동을 하러 오셨는데, 공식적으로 여사원 노조 교육시간이었거든요? 당시에도 분명히 민주노동당(그때 당명은 다른 이름이었지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에서는 추미애 의원이 김대중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부탁하는 시간을 내 주었단 말이죠. 그 분 참 말씀은 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완전 넘어가서 찍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건 또 있죠. 여기 듀게 분들의 성향이나 계급만 봐도 여러분들의 상당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을 찍어야 해요. 역시나 '멍청해서'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새누리당 찍는 그분들이나 민주당 찍는 여러분들이나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예요.
ㅎㅎ 이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세상인걸요. 그럴 수 있는 사회이기만 하면 바랄게 없죠. 한 때 그런 사회가 곧 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민주당 vs 진보정당 이 정도 수준이요. (하지만 그럼에도 단일화는 반대. 각자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는게 그래도 옳은거 같아요. 어차피 합쳐도 안 되는거 알았으니까...)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농어민 자영업자들이 박근혜 찍었다는 사실은 어디있죠? 혹시 그 때 그 통계 말씀하시는 거라면 애초에 전제부터가 틀렸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선관위에서 이번 대선에 관련된 통계자료가 나오지도 않았죠. 아직 이렇게 말하려면 사실이 너무 부족하고 부정확한 출구조사 정도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겁니다. 웬만하면 추측에 의한 매도는 피했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