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계몽주의자, 깨시민
깨시민들은 87년 체제의 새벽에 가장 먼저 깨어나서, 십년 전에는 태양의 기수였고, 해가 저버린 후 달이 뜨기를 바라다가 달이 뜨질 못하자 어둠 속에서 봥황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모든 사회 문화적 집단이기에 칼로 자르듯 규정할 수 는 없습니다. 하지만 친노와 관련된 사건에 언제나 이 깨시민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여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그들은 노사모였고, 노빠였고, 깨시민입니다. 이 새 단어는 서로 다른 단어인데 그 이유는 노사모에게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노빠는 노무현 정부의 몰락을 견인한 죄를 지었던 사람들이고, 깨시민은 노무현의 죽음 덕분에 죄사함을 받고 떳떳하게 다시 달의 기수를 자처하며 내달렸던 사람들입니다.
세대적으로 깨시민은 X 세대입니다. 그들의 생물학적 나이가 X 세대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문화가 X 세대와 비슷하다는 얘기이지요. 그들은 80년대 운동권으로부터 역사 의식을 물려받았고, 90년대의 대중 문화와 소비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자기들의 자의식을 길러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의식이 강한 유아와 같습니다. 그들은 87 체제를 만든 주역이었던 그들의 선배들보다 책을 덜 읽은 대신 잡지와 영화와 만화를 보았고, 그 덕분에 이미지로 정보를 얻는 것에 더 친숙합니다.
또한 그들은 이미지로 자기의 말을 사회에 내보내기 시작한 첫 세대이기도 하는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이미지를 손쉽게 사회에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독점했고, 그들은 디지털 문화의 이점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아마추어적인 미숙함을 패러디라는 형식과 병맛이라는 취향으로 스타일화하였고 그렇게 향 후 10년간의 한국 대중 문화를 지배했습니다. 그들은 서구적 개인주의 문화에 기반을 한 라이프 스타일을 한국에서 시도한 첫번째 세대였습니다.
그들은 계몽주의자들인데 다만 서구의 계몽주의자들이 합리성을 추구했다면, 이들은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역사의식을 추구했습니다. 그들은 서구 선진국을 동경하여 대한민국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는 직선적 역사의식을 가진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새로운 역사를 연다는 나르시즘적 자기 확신이 있는데 이는 그들이 직선적 역사의식을 갖고 있으며 노무현의 집권 전까지는 그러한 역사의식에 걸맞는 사회적 진보를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세련되어 갔으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일정 부분 성취하였습니다. 사회의 각 분야의 인권은 개선되어 갔으며, 노동자의 권리도 좋아졌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노무현이 있었습니다.
깨시민들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노무현의 이미지에 매혹되었습니다. 노무현은 영국의 토니블레어를 수상으로 만들었던 그 이미지 정치를 대한민국 정치에 처음 써먹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유권자를 감동시키는 이미지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사람이었고, 노무현은 자기 자신을 노사모들의 소원인 서구 사회를 대한민국에 건설시킬 존재로 포장하였고, 그의 삶과, 그 때 당시의 젊은이들의 위에서 언급한 특성과 맞물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결국 노사모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87체제의 주역들로 하여금 노무현을 찍도록 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근대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은 그 뒤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듯이 몰락했습니다. 노무현은 그가 약속했던 것을 무시하였습니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오판하였고 결국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불러일으키는 많은 정책들을 시행하였습니다. 그의 비일관성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자중에서 깨시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를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깨시민들은 그들이 독점했던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노무현을 옹호함으로써 노무현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고 이로써 그들은 노무현을 몰락시킴과 동시에 그들은 그들의 발언권을 잃게 됩니다.
방드라디는 깨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다른 세대에 비해서 특히 나쁘거나 멍청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인터넷을 독점하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듯이 그렇게 그들은 부패버린거죠.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있어서 조선일보입니다. 그들의 인터넷의 경쟁상대 였던 또 다른 정치 세력인 진신류나 일베류는 노빠들의 무시와 조롱을 감내해야했고, 이러한 사실은 한윤형이나 진중권 같은 진신류들이 잘 증언해줄것입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의 실패는 깨시민의 몰락을 가속화할 사건일 것입니다. 사실 화무십일홍에 권불십년이라고 그들의 몰락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이 독점했던 인터넷을 빼앗기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들 밑으로 새로운 세대가 충원되면서 깨시민의 역사 의식을 공유하지 않는 네티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들이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에 군부 독재와 싸웠던 김대중/김영삼을 구태로 몰아붙였듯이 안철수를 비롯한 그 다음 세대가 깨시민들을 구태로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깨시민들이 그들의 적과 싸우기 위해 썼던 병맛과 패러디는 일베가 그들을 향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릭 홉스먼은 영제국이 그 식민지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하드 파워를 포기하고 소프트 파워를 통해서 그 식민지에 대해서 영향력을 덜 잃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얘기를 요새 월러스틴이 미국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깨시민들은 이제 인터넷은 그대들이 아무리 병신짓을 해도 다 커버해 줄 동지들로 가득 찬 공간, 다시 말해 당신들의 상식이 지배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이 안나는 토혼도 결국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시그널은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