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깨시민이라는 소리

대선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깨시민이라는 소리가 참 많이 들리더군요. 

참 신기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과거 역사에서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승리자는 자신들이 승리한 이유를 우리의 문명이 우월해서, 하늘의 뜻이기 때문에 위대한 사명에 복무하기 위해서 라고 포장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패자들은 결국 그들의 승리가 총칼에 의한 것이라는걸 잊지 않는 법이죠 


대선에서의 패배 별거 아닙니다. 진보의 깨시민들이 유치하고 어리석고 자만한 태도를 보였고 보수는 성숙하고 점잖은 자세를 가졌기 때문에 보수가 승리한게 아니라. 결국은 득표의 숫자에서 갈린 것이죠. 그들이 깨시민을 비판하는 논리의 뒤에 있는 생각이라면, 자신들은 깨시민들이 하는 것처럼 "정치의 팬덤화, 이미지 정치" 등을 하지 않는 성숙한 지성인의 태도라는 건데요. 하지만 대선의 결과에서 보여지듯이 선거는 저소득/저학력 국민들의 계급배반 투표에 의한 거였어요. 결국은 더 많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뿐이라구요. 선거의 타겟이 304-대가 아니라 50-70대로 이동했다는 것, 50대 이상 국민들이 진보진영에 대해 갖는 불안감, 거리감, 거부감 등이 이유가 되야겠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 상대방을 매도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들이야말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상대방은 미욱하고 아둔한 사람들이라고 공격했죠. 진보에서도 그랬고 보수쪽에서는 "깨어 있는 시민"이란 표현을 드물게 사용했을 뿐 실상 내용은 똑같았습니다. 상대방은 철없고, 환상을 쫓고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고 자신들이야말로 성숙한 지성을 가진 근면하고 성실한 대한민국의 뿌리다 뭐 이런 태도였어요. 물론 제대로 된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상대를 존중하고 점잖게 대화를 하였겠지만 사람이란게 늘 언제나 감정에 휩쓸리기 쉽고 선을 넘는 발언을 쉽게 하기 마련이죠. 양쪽 모두 똑같았습니다. 


깨시민이라는 논리가 꼭같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다음에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잘못을 깨시민이라는 용어로 비난하는데. 사실은 정치를 팬덤화하고 정책이 아닌 이미지로 판단하고 자신만이 제대로 된 지성을 갖고 있다는 우월감에 찬 태도는 진보와 보수 모두 마찬가지였거든요. 대선 전에 진보와 보수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진보와 보수를 떠나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이 꼭 이랬어요. 대선의 책임을 어떻게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 깨시민이라는 용어가 자꾸 들리는게 저에게는 너무 불편하네요.

    • 안철수 깔 때 미쳤던 양반들이 자기차례가 오면 이렇게 발뺌 -> 깨시민 종특하나 추가요!
    • 걱정하지 마세요. 깨시민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다른 글의 댓글에서도 말했지만) 자기 모순적인 계몽주의를 담고 있으므로, 그 단어를 사용해버리는 순간 그 단어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 단어로 누군가를 지칭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라는 거죠. 그 단어의 모순성을 알면서도 남 놀리려고 쓰는 사람과, 그 단어의 모순성을 모르고 그냥 쓰는 사람.
      • 차라리 그냥 예전처럼 노빠라고 했으면 이 사단은 안났을거란 생각이(...)
        • 저의 경우에, 사단이 나는 것에 대해서 별로 불쾌함을 가지지 않고 꽤나 유의미하다고 보거든요.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부분에는 민감해하는 이유가 있는거죠. 그게 트렌디한가 아닌가는 제게 관심없는 부분이고, 다들 그런 것들에 대해 관심이 없진 않았으며 여러 생각을 했었구나란 생각이 드는거죠. 이건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없던 부분이 아니라 이미 있던 폭탄에 도화선을 붙인 것 뿐이고 불 붙인 사람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인터넷 계에서의) 사형을 당했으므로 남은 사람들끼리 풀어나가야 되게 되었죠. 자신이 머리 좋다고 생각한다면 머리 좋은 만큼, 머리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머리 나쁜 만큼 문제를 잘 다루어서 정리해야할 겁니다. 아니면... 커다란 상처 하나 더 가슴에 남기고 살아가면 되구요.

          그리고 단어의 변형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저는 전자와 후자가 꽤나 다르고 후자의 경우에는 지칭하는 타자를 일반화시킨다는 강점이 있어요. 저의 경우 지금까지 -빠, 나 -까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는데요. '깨시민'이란 '계몽주의자'의 현대판 같은 단어를 보니 덥썩 집어들고 싶은 느낌이 들긴 하더군요. 그 말의 유래가 어찌되었든 말이죠. 하지만 제가 지적한듯이 자기모순에다가 절대반지 수준의 레토릭이죠. 단어 오용에 있어선 한결 조심해야 합니다.
      • 깨시민 비판하는 사람도 간혹 놓치고 있는데 이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죠. 친노들의 장기인 인터넷 조직동원의 결과라서 추한 것이죠
        • 뭐, '친노들의 장기'나 '조직' '동원'이나 이런 단어들만 아니면 신경써볼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그것이 다른 이들은 가지고 있지 못한 '친노'라고 불리는 바운더리 내에서의 장기인지, 그게 '조직'인지 '동원'인지 전 잘 모르겠구요. 게다가 이 단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깨시민'을 비판하고 있는건지 '깨시민 규정'을 비판하고 있는건지 애매해지는 것도 이 단어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도 애매해요. 저는 '깨어 있는 시민' 자체의 정의라면 딱히 노무현을 좋아하는 것과 관련 없이 전방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그 단어를 쓰는 사람들마져 전방위적! 그렇기 때문에 서로 타자화하며 이 난리가 나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가끔 봤는데 양쪽 다 그런 단어무기를 들고 있는건 처음봐서 신묘하단 생각을 했어요. 한 쪽만 다른 쪽을 '알바'로 취급할 수 없는 이 끔찍한 상황! (취급할 수 있는 것도 끔찍하긴 하지만)
    • 타블로에 비호감이어서 싫다 소리하다 타진요때문에 싫다 소리도 못했었던 적이 있는데..
      짭드라디가 고인 드립하면서 지지자들 조롱하려고 사용한게 깨시민이다보니 깨시민 소리 듣기만 해도 짜증이 몰려오네요. 겁색해보니 그 전의 깨시민 얘기에는 별로 반응도 없다가
      방드라디 열사(또는 순교자)를 계기로 날 잡은 듯한 모양새네요.

      방드라디의 강퇴는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본인도 만족 스러울 듯..
    • 방드라디님이 듀게에서 깨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알랭님이 쓰신 이 글 전반의 논지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봐요. 지금 듀게에서는 이야기가 잘 나오고 있지 않지만 그분 글이 중요하게 다루던 주제는 '깨시민' 뿐 아니라 '일베'도 있었는데요..
      보수와 진보가 서로 민주적인 합의나 토론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진보 측(듀게에 쓰는 글이니..)에 '깨시민'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책임을 묻는 아주 과격하고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표현이 들어간 글들이었다고 봤기 때문에 알랭님이 말씀하신 것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석했어요.
      개인적으로 깨시민 자체의 정의나, 무엇을 비난하느냐, 어떤 범위로 볼 수 있느냐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잔인한 오후님의 말씀처럼 용어 자체에 자기모순적인 계몽주의를 담고 있기도 하니) 특정한 이슈, 혹은 목적을 위한 비판의 언어로 생각하고 넘어가는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저는 좀 안일한 것일까요;
    • 아, 그러고보니 이런 글을 계속 쓰는 것도 효용성 약화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같은 단어가 제목으로 페이지에 계속 올라오면 역치가 높아져서 (그러니까 지겨워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꺼거든요. 음...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보기 싫으면 며칠간 안 보시면 한 일주일 사이에 제목에 깨시민이 들어가는 글은 안 올라올거에요. 괜찮으시다면 듀게 휴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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