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제 잡담들....


 [라이프 오브 파이]

 2013년의 시작과 함께 국내 개봉된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근래 가장 시각적으로 풍성한 경험을 제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가면 갈수록 비현실적이란 느낌이 들고 마지막에 가서 그 점을 인정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긴 하지만, 얀 마텔의 원작 소설은 어떻게 해석되든 간에 좋은 판타지인 건 변함없고,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에 비교적 충실한 가운데 느긋하고 덤덤한 전개 속에서 근사한 시각적인 순간들을 많이 제공합니다. 당연히 큰 상영관에서 봐야 본 영화를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가운데 3D 효과도 적절히 사용되었으니 3D IMAX는 이 경우엔 돈 낭비는 아닙니다. (***1/2) 





[링컨]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막바지 경력을 조명함을 통해 그 많은 어린이용 위인전기들을 통해 우리에게 각인되어 온 기존 이미지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고 복잡한 정치적 인간의 초상을 그려냅니다. 남북전쟁이 거의 다 끝나갈 찰나인 1865년 1월, 그 전해에 재선에 성공한 링컨은 노예 폐지를 법적으로 완전 금할 수 있는 헌법 제13조항을 통과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왔음을 감지하고 전쟁이 끝나기 전에 이 조항을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일은 쉽지 않습니다. 휴전을 통해서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자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기본이고, 야당인 민주당이 이 법안 통과를 그냥 찬성할리는 없고,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전부 그를 따를 거란 보장도 없지만, 링컨은 나라의 앞날을 위해 이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그는 정말 수단 방법들을 가리지 않습니다. 소박하게 시작한 서민 티를 숨기지 않지만 동시에 링컨은 미국 대통령이 될 정도로 정치적으로 정말 똑똑했던 사람이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워싱턴 정계를 무대로 그가 그의 참모들의 보조 아래 공화당 보수파, 공화당 진보파, 민주당, 그리고 미국 남부 사이에서 이리저리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면서 헌법 제13조항을 하원의회로 끌고 가는 과정은 [아르고] 못지않게 재미있는 스릴러입니다. 여느 그의 대표작들에서도 그러듯이 마지막에 가서 너무 좀 과하긴 했지만(마지막 몇 분은 삭제해도 별 문제 없었을 것입니다), 스필버그는 상당히 절제된 자세 속에서 이야기를 노련히 풀어나가고 각본가 토니 커쉬너는 배우들에게 유려한 대사들을 제공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연패가 거의 확실시 되가는 중인 다니엘 데이-루이스야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지만, 토미 리 존스, 샐리 필드, 데이빗 스트래썬, 할 홀브룩, 조셉 고든-레빗, 재키 얼 헤일리, 브루스 맥길 자레드 해리스, 제임스 스페이더, 팀 블레이크 넬슨, 존 호크스, 마이클 스툴바그와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다 보는 일이 어디 흔한 일입니까?  (***1/2)


  



[인투 더 화이트]

노르웨이 영화 [인투 더 화이트]는 서로를 격추시킨 덕분에 노르웨이 산자락에서 추운 겨울을 같이 견뎌내야 했던 독일과 영국 공군 소속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일 군인들이 먼저 찜한 오두막에 영국 군인들도 오게 되는데, 총도 있는 3명의 독일 군인들 앞에서 2명인 영국 군인들은 포로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 작은 오두막집에서 이리 저리 충돌하는 동안 당연히 그들 간의 경계는 사라져 가지요. 실내극 전쟁영화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영화의 대부분이 오두막 안과 그 주변에 할당되어 있는 가운데 영화는 배우들 연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이러한 설정이 꽤 신선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이나 [메리 크리스마스]와 같은 적과의 교류를 소재로 한 수많은 전쟁영화들이 걸어간 갔던 경로를 그대로 걸어가고, 클리셰들과 스테레오타입들이 이야기 위에 쌓여가면서 영화 속 오두막 지붕만큼이나 영화는 자주 삐걱거립니다. 배우들 연기는 나쁘지 않은 가운데 써늘한 겨울 분위기도 볼만하지만, 전반적으로 본 전쟁 영화는 다른 2차 세계 대전 영화들에 비해 싱거운 인상을 남깁니다. (**1/2)

 




[레드 후크 썸머]

 스파이크 리의 신작 [레드 후크 썸머]는 처음엔 여름 성장담 같아 보입니다. 미국 남부 애틀란타에서 어머니와 함께 유복하게 살아온 어린 소년 플릭은 무슨 이유에선지 브룩클린의 외할아버지 집에서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열성적인 동네 목사로 활동해 온 외할아버지가 예수 믿으라고 해도 별 상관하지 않은 가운데 아이패드나 들고 돌아다니긴 하지만, 플릭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외할아버지와 그의 주변 사람들과 어느 정도 교류를 해가지요. 이 정도면 뻔해도 괜찮은 성장담 같이 보이지만, 영화의 각본은 나중에 가서 충격적인 극적 과거 폭로로 갑자기 분위기를 바꾼 다음 결말에 가서도 이로 인한 여파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그러니 나중에 플릭이 외할아버지와 함께 가는 결말을 보면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3주라는 짧은 촬영 기간 때문인지 거칠고 서투른 티가 종종 나는 가운데 늘상 아이패드로 자신을 가리는 플릭은 그리 재미있는 애는 아니지만, 스파이크 리는 이미 여러 차례 다룬 자신의 동네를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보여주고 주인공 외할아버지 역의 중견 배우 클락 피터스는 각본상의 심각한 결점이 아쉬울 정도로 좋은 연기를 제공합니다. (**1/2)

    

P.S.

 스파이크 리는 영화에서 [똑바로 살아라]의 무키로 잠시 나옵니다. 세상에, 그 영화 보는 동안 평생 그럴 신세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아직도 그 신세라니...   




 [포제션: 악령의 상자]

  [엑소시스트]가 나온 이후 많은 아류작들이 그 뒤를 이어왔는데, 그 중 하나인 [포제션: 악령의 상자]는 익숙한 줄거리 안에서 약간 다른 걸 소재로 사용합니다. 막 이혼한 주인공 브라이언의 딸 엠은 우연히 한 골동품 상자를 손에 넣게 되는데, 열릴 것 같지 않을 상자를 한 번 열어본 뒤 온갖 뒤숭숭한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엠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브라이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감지하고 문제 해결을 도와줄 전문가를 찾는데 당연히 영화의 절정은 엑소시즘 장면으로 장식됩니다. 이런 줄거리야 참으로 익숙하기 그지없지만, 영화는 이 서브 장르의 단골 연사인 천주교 대신 유대교를 초빙해서 나름대로의 흥미를 자아내고, 분위기도 잘 유지하는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들도 몇 개 갖고 있는 편입니다. 여전히 아류작 티가 나지만, 자신의 장르 공부 제대로 안 한 티가 풀풀 나는 [타워]에 비해 본 영화가 장르 공부를 더 충실히 한 건 부인 안 하겠습니다. (**1/2)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년의 엉망진창 거작라고 불릴 만한 동시에 생각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6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같이 이리저리 진행되는 모습은 처음엔 혼란스럽지만, 가면 갈수록 상호 간에 연결되는 주제들과 캐릭터들을 통해서 일종의 합주곡이 되어가는 광경은 매력적이고, 그걸 보는 동안 결점들과 장점들이 함께 혹은 따로 휙휙 돌아가는 모습 덕분에 160분이 넘은 상영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엔드 크레딧에 보여 지는 배우들의 그 수많은 분장들에서 보다시피 여전히 영화엔 장점들과 결점들이 확연히 보이지만(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네오 서울 파트는 배두나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 상당히 걸리적거립니다), 이런 영화 보는 일이 어디 흔한 일입니까. (***)

 



[그래버스]

아일랜드 해안가 마을 근처 바다에 뭔가가 뚝 떨어지고 곧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이 생기면서 마을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빠집니다. 여러분들도 금방 짐작하실 수 있듯이 이 저예산 코믹 호러 영화는 B급 괴물 영화를 표방하고 있고, 당연히 영화 속 주인공들은 불가사리와 문어를 합친 듯한 괴생명체에 대적하게 됩니다. 괴물의 약점과 관련된 이야기 설정이 지역 배경에 걸맞기 때문에 웃기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좋은 설정에 비해 비교적 썰렁하게 돌아가는 영화는 그리 많이 웃기게 보이지 않고 그 결과 영화는 저한테 그다지 잘 들러붙지 않았습니다. (**)

 




[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더 세션]의 주인공 마크 오브라이언은 6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이후 평생을 침대에서 보내왔습니다. 밤에는 철제 호흡 보조 장치에 꼭 의존해야 하고 밖에 나갈 땐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외출하지요. 이런 어려운 삶에도 불구하고 그는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1999년 사망할 때까지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으로 활동해 왔고 그의 일상을 담은 단편 다큐멘터리는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감동 드라마 하나 나올 법한데, [더 세션]은 좀 더 소박한 목표에 중점을 두면서 생각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우연히 자신과 같은 장애인도 섹스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오브라이언은 여느 남자들처럼 총각 딱지 때보기로 결심하고 그리하여 섹스 치료사 셰릴 코헨 그린을 고용해서 그녀와 여러 차례 세션들을 갖게 되지요. 당연히 영화엔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 장면들이 많이도 나오지만 감독/각본가인 벤 르윈(본인도 소아마비를 앓은 경험이 있다더군요)은 이들을 밝은 유머 감각과 함께 따뜻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려나고 존 호크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못 오른 게 아쉬울 정도로 감동적인 연기를 선사합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후로 오랜 만에 멋진 기회를 잡아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게 된 헬렌 헌트도 훈훈한 가운데 오브라이언과 많이 대화를 나누고 상담해주는 자상하고 개방적인 신부님을 맡은 양념 조연 윌리엄 H. 메이시도 든든합니다. (***1/2)  





[장고:분노의 추적자]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이야기는 꽤 단순합니다. 1858, 텍사스에서 다른 노예들과 함께 노예 상인 형제들에게 사슬에 묶인 채로 끌려가고 있던 중이던 주인공 장고는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독일인 현상금 사냥꾼 슐츠 덕분에 자유를 얻고, 잠시 동안 같이 일한 뒤에 그들은 장고의 아내를 찾아 나서는데, 그녀가 하필이면 미시시피의 악명 높은 농장주 캘빈 캔디의 소유 아래 있으니 당연히 일이 쉽게 돌아갈 일은 없습니다. 이런 단순한 줄거리에 2시간 반 넘는 시간을 소비한다는 게 비효율적 같아 보이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타란티노는 능란한 이야기꾼이고, [재키 브라운] 수준의 느긋함 속에서 이야기가 이리저리 돌아가는 동안 [장고][만딩고]와 같은 B급 영화들 인용들과 함께 피와 폭력이 유머와 함께 질펀하게 터져 나옵니다(하지만 결코 웃어넘길 소재가 아닌 노예 제도를 응시할 때는 영화는 상대적으로 더 심각해집니다). 배우들이야 여느 타란티노 영화들에서처럼 자신들의 배역들 갖고 재미 보고 있는데, 스테레오타입 악당 캐릭터들에 자신들을 마음껏 던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사무엘 L. 잭슨이나 오랜 만에 호연을 보일 기회를 잡은 제이미 폭스도 좋지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처럼 첫 등장 때부터 분위기를 금세 잡아서 이끄는 크리스토프 발츠가 가장 기억에 남지요. (***1/2)




[코드네임 제로니모]

캐스린 비글로우의 [제로 다크 써티]와 동일한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에 호기심에 이 TV 영화를 한 번 봤는데, TV 다큐드라마로써 본 작품은 그럭저럭 볼 만한 수준입니다. 클라이맥스 부분이야 당연히 실망스럽지 않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으로써 이야기는 진부하고 밋밋하기 그지없거든요. 어쨌든 간에, 같은 소재가 이렇게 참 평범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교훈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제로 다크 써티]

제작 때부터 참 말이 많았던 [제로 다크 써티]는 한 젊은 CIA 요원 마야의 관점을 통해 2001911일부터 재작년 52일까지의 길고 힘들고 어두운 추적 과정을 힘 있게 그려냅니다. 그 참혹한 날의 통화기록들을 들려주는 첫 장면부터 시작하여 CIA 비밀 장소에서의 몸서리치는 고문 장면들, 계속 이어지는 테러 사건들,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들을 탐색하고 그 일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마야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감독 캐스린 비글로우는 덤덤한 자세 아래에서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작년에 별안간 주목을 끈 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정보들을 던져대는 동안 산만해 질 수 있는 이야기의 중심을 연기력 하나만으로 단단히 붙잡습니다. 덕분에 2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그리하여 어느 새 우린 문제의 클라이맥스 장면에 도달합니다. 그나저나 영화 속 고문 장면들 갖고 말이 많았는데, 고문 장면들은 말 할 것도 없이 편히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문제를 이미 제기하고 있고, 여기서 얻은 단서만으로 빈 라덴을 추적한 게 아니니 영화 밖의 논란이 일리는 좀 있어도 너무 지나쳤다고 전 생각합니다. 승리감이나 안도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덤덤하고 차분한 결말은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Where do you want to go?" (***1/2)


 


[힛 앤 런]

 미국 중서부 어느 동네에서 찰리 브론슨이란 이름으로 증인 보호 프로그램 아래 보호 받고 있는 중인 율 퍼킨스는 참 순진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애인 애니가 갑자기 LA에 면접 보러 간다고 하니 처음엔 그녀가 자신을 떠날 거란 것에 실망하다가 결국 그녀를 LA로 데려다주기로 하는데, LA에 자신을 알아볼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도 못하는 건 기본이고 자신이 고이 숨겨둔 복고풍 자동차를 몰고 가더군요. 그것도 모자라서 애니의 얍삽한 전 남자친구 길의 심통을 건드린 탓에, 길뿐만 아니라 퍼킨스의 전 동료들, 동네 보안관, 그리고 퍼킨스보단 자신을 더 잘 보호해야 하지 않나 싶은 엄벙한 연방 보안관 랜디까지를 그들 뒤를 쫓습니다. 주연배우/공동감독/제작자/각본가 댁스 셰퍼드가 실제 그의 애인 크리스틴 벨을 포함한 그의 지인들과 함께 2백만 달러를 들여 가볍게 만든 본 저예산 코미디 액션 영화는 일단 각본이 그리 좋지 않고, 캐릭터들은 죄다 얄팍한 캐리커처들이니 자주 덜컹거리고 늘어지는 전반부를 보는 동안 짜증이 종종 납니다. 다행히 후반부에 가서 영화는 여러 괜찮은 웃음들을 뽑아내고, 저예산치고 나쁘지 않은 자동차 액션 장면들도 있습니다(듣자하니 셰퍼드와 여러 출연 배우들이 직접 스턴트를 했다더군요). 셰퍼드야 친구들과 함께 자기 장난감 차들을 갖고 노는 기분으로 영화를 만들었겠지만(영화 속에서 나온 차들 대부분은 그의 소유라고 합니다), 영화 보는 동안 한두 번 웃음을 터트렸음에도 불구 전반적으로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1/2)    





[페이퍼보이]

1969년 여름, 플로리다 주의 한 마을에서 아버지 신문사의 신문배달부로 일하는 동안 시간이나 때우고 있던 잭 젠슨의 인생을 영원히 바꿀 일이 일어납니다. 동네 보안관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후 사형선고를 받은 힐러리 밴 웨터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잭의 형 워드가 그의 동료 야들리와 함께 취재차 내려 왔는데,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잭은 밴 웨터와 열렬한 서신 교환을 해 온 여인 샬롯 블레스에 매혹되고, 덕분에 그는 잊지 못한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작년 깐느 영화제에 초청되어 엄청 혹평을 받은 [페이퍼보이]는 그렇게 최악은 아니지만 왜 출품했는지가 이해가 안 됩니다. 척 봐도 남부 고딕 스타일의 3류 멜로드라마인데 이런 불량식품이 그 고상하신 깐느 영화제에 어울리겠습니까. 하여튼 간에 미국 남부 그 특유의 끈적끈적한 분위기는 화면 속에서 잘 살려졌고, 블레스와 밴 웨터를 맡은 니콜 키드만과 존 큐잭의 맛이 간 망가진 연기도 재미있지만, 멍석은 깔아 놓았는데 정작 화끈하게 막장으로 가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1/2)





[허당 해적단]

작년에 국내 개봉될 듯하다가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결국 DVD로 직행할 것 같은 아드만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허당 해적단]에 불만이 하나 있다면 그건 아마 익숙한 이야기와 꽤 낯익은 캐릭터 설정일 것입니다. 능력은 별로 없음에도 불구 큰 건 하나 올려서 올해의 해적상 받겠다고 허세 부리는 해적 캡틴과 그를 보조하는 넘버 2만 봐도 월레스와 그로밋이 연상되고, 해적 캡틴의 뚱뚱한 앵무새를 노리는 악당 빅토리아 여왕은 척 봐도 [치킨 런]의 악당 여주인이 떠오르지요. 하지만 그런 저의 불만에 불구하고 아드만 스튜디오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여러 자잘한 코미디들이 능숙하게 섞인 본 작품은 최근 캐리비안 해적 영화들보다 규모는 더 작을지언정 더 생기 있고 더 많이 웃깁니다. (***)

 




[히치콕]

  1959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로 막 성공을 거둔 히치콕은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막 출판된 로버트 블로크의 소설 [싸이코]를 접합니다. 저예산으로 만들기로 작정하지만, 정작 파라마운트 스튜디오가 이야기의 선정성 때문에 지원을 하길 꺼려하니 히치콕은 자신의 집을 담보 삼아 직접 제작비를 마련하기까지 하면서 [싸이코]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그런 동안 그의 아내이자 파트너인 알마와 갈등이 생기지요. 곧 국내 개봉될 [헨리스 크라임]을 감독하고 몇 년 전에 봤던 인상적인 다큐멘터리 [앤빌의 헤비메탈 스토리]의 감독 사챠 저바시는 이 흥미진진할 법한 소재를 갖고 비교적 평범한 드라마를 만들었고, 영화는 히치콕에 대해서 새로운 걸 얘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 꽤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싸이코]의 실존 모델 에드 게인즈를 이야기에 꼭 끌어들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히치콕의 어두운 면을 대면하는 이야기 도구로썬 게인즈는 인공적일지언정 그리 나쁘지 않은 도구이고, 버나드 허만, 솔 바스, 조셉 스텝파노, 앤소니 퍼킨스, 베라 마일즈, 재닛 리, 존 개빈 등이 들락날락 거리는 [싸이코] 제작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앤소니 홉킨스는 히치콕을 연기할 배우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오스카 후보에 오른 분장 덕택에 영화에선 썩 그럴 듯하게 보이는 가운데, [라스트 스테이션]에 이어 유명 예술가를 남편으로 두어 고생하는 아내를 또 한 번 맡은 헬렌 미렌이야 우릴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 


 P.S.

 얼마 전에 미국 HBO에서 방영된 토비 존스와 시에나 밀러 주연의 TV 영화 [The Girl]은 바로 그 다음 작품 [새]의 제작 과정을 다루었지요. 그러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면 해볼수록 [히치콕]의 마지막 장면이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 조성용님이 만약 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준다면 누구에게 주고 싶나요 ^^
      • 2월 중순 때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보고 얘기하겠습니다.
        •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도 벌써 위 영화들처럼 리핑 파일 떴던데, 보시고 오스카 찍기 한번 해주시길.
    • 제가 극장에서 본 것은 링컨 뿐이군요. 별점을 세개 반이나 주셨군요. 전 이 영화가 너무 지루했어요. 영화 보다가 극장에서 졸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링컨 연기는 훌륭했지만 흥미롭진 않았어요. 같이 보러 간 지인 중에 19세기 미국 문학이랑 정치학을 전공한 분들도 계셨는데 역시 지루하다고 하시더군요. 집에 와서 Imdb.com의 독자 반응을 보니 대단하다는 반응과 지루하다는 반응이 반반이더군요. 19세기의 c-span(국회정부 케이블 방송)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이 제 생각과 일치했어요.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받을 것 같아요. 미국 역사 최고의 성인을 그만큼 실감나게 재현했는데 누가 감히 거부하겠습니까?



      링컨은 위대한 인물이긴 했지만 닉슨만큼 흥미진진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 저에게는 나의 왼발, 순수의 시대, 갱스오브 뉴욕으로 어찌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좋은 점수 주셨네요..?
      더 세션 처음 들었는데 궁금해지고..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이전엔 각본보다 비주얼과 스타일이 훨씬 튀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바스터즈 만큼만 해준다면~~
      비글로우 감독은 신비로워요. 물론 덩치는 남자 부럽지 않지만 어떻게 여성으로서 그렇게 남성적인 영화를 잘 만들어내는지!
    • 요즘 이글루스 외부 링크 화질이 이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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