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친한 친구의 다단계 권유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_- (이야기 다소 깁니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에,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친하게 지내던 친구 여자(여자 친구가 아닌)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자기 일 이외에 A 모 다단계 회사 회원이었는데 다행히도 저희에게 물건을 강매한다거나 강하게 권유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돈을 들여가며 그 업체 물건을  사서(실적을 위해) 집에다 쌓아놓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희에게 구매를 강요하진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남아도는 물건을 한번 써보라는 이유로 공짜로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날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 좋은데 놀러가자구요. 그 친구는 차가 있었고 워낙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 전 좋다고 말했고 그 친구는 차를 끌고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언제나 여행갈때면 바리바리 싸갖고 오는 그 친구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겁니다. 거기다 가는 도중에 휴게소 들르는 시간도 아까워했고 점심도 간단하게 차 안에서 김밥으로 때우자더군요.

 

2시간 가량 갔는데 어느 수련원 같은 곳에서 멈추더군요. 맹세컨데 전 도착 전에 여기에 온다는 말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브랜드 설명회였나 무슨 교육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꽤 큰 강당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가득하더군요. 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업체이니 당연하겠죠

 

한시간 정도 강의를 들었습니다. 무지하게 졸렸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하기 싫은 걸 하면 티가 팍팍 나고 죽기보다 싫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건 변함없는지라 전 거의 졸다시피 버텼죠. 그런데 그 친구는 참 끈질기게 저를 깨웠고 그 때마다 전 얼마나 짜증이 나고 화가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시간 강의 후 식사시간(제 기억에 저녁식사 였을 겁니다. 돈도 많이 버는 브랜드인데 고작 조미료 범벅의 짜장밥을 주더군요 -_-) 과 휴식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때서야 그 친구가 말하더군요. 친구로서 좋은걸 나누고 싶었고 같이하고 싶었다구요. 저 말고 2명이 같이 갔었는데 워낙 둘 다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지라 아무 말 없더군요. 그저 실실 웃더군요.

 

순간 휴즈가 팍 끊겼습니다. 제 피터지는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좋은 건 너 혼자 경험해라 최소한 먼저 이야기라도 해야지 이렇게 말도 없이 데리고 오는 게 어디있냐 난 진짜 이런거 싫고 경험하고 싶지도 않다.

 

그 친구가 썩소를 지으면서 알았다고 그만 가자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갈때 그 친구는 그닥 불쾌하거나 화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도 마지막 양심은 있던 겁니다.

 

그 이후로 그 친구는 다시는 그 브랜드 이야길 하지 않았고 당연히 권유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적을 위해 사놓은 물건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들었고 이제 그 브랜드 다단계 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한달 전 쯤 부터 다시 연락을 하게 된 친구 남자가 있습니다. 3주 전 쯤 만나서 가볍게 치맥을 즐겼고 그 이후로 친구 남자 사이가 그렇듯 특별한 연락없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연락과 문자가 많이 오더군요. 토요일(어제) 저녁때라도 보자고, 늦게라도 보자고 닥달을 하더군요. 전 금요일과 토요일날 지방 출장을 갔었고 피곤했기 때문에 그냥 일요일날 보자고 했습니다.

 

이 친구는 그렇게 다정다감하다거나 자주 얼굴을 보는 스타일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고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전 바보같이 이 친구가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안돼서 외롭기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 연락을 자주 하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제가 운동을 하고 개인적 볼일을 보는 도중 문자와 전화가 오더구요. 그래서 그냥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고 얼굴을 봤습니다.

 

커피숍을 다닐 친구가 아닌데 왠일로 커피숍에 오나 의아했지만 술을 마시기엔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여하튼 1~20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그 친구 전화가 울리는 겁니다. 그러더니 아는 친구 여자가 있는데 와도 괜찮냐는 겁니다.

 

뭐 딱히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기에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자 마자 너무 친절하고 다정하게 저를 대하는 겁니다. 그때 의심했어야 하는데 전 직업이 직업인지라 일단은 그 친절함에 적당히 장단 맞춰주고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람 직업도 인간관계가 중요한 직업이었기 때문에 전 아무런 의심없이 제 친구와 그 여자분을 대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제 이야길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 여자분이 다른 사람 이야길 잘 들어주고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 스킬이 상당하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이 친구와 여자분이 같이 부업을 한다는 겁니다. 갑자기 부업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왔습니다. 그래서 딱 직감에 '너 다단계 하냐?'라고 했더니 둘 다 적지않이 놀라는 겁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캐묻더군요. 그냥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엔 다소 뻔한 이야기 입니다. 그 여자분과 제 친구는 어떻게든 이야길 이어가려고 했고 전 무조건 피했습니다. 제가 노골적으로 다른 이야기 하자고 그 이야기 싫다고 했는데도 그 여자분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더군요. 결국 전 인상을 쓰면서 제 친구에게 '너 이런 이야기 할려고 나 부른 거냐?'고 실망스럽다는 톤으로 말하고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나왔습니다.

 

여자분이 집요하게 따라붙더군요. 이렇게 갑자기 나가면 어떻하냐, 이건 비겁한거다 친구랑 더 이야기해야 되는거 아니냐 등등 제 팔을 잡고 주절주절 설득작업에 들어선 겁니다. 저는 그냥 어느 집 개가 짖냐는 식으로 무응답으로 응했고 '저 누가 저 만지는 거 싫어합니다' 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제 친구는 아직 시작단계인지 주저주저 따라오더군요. 친구랑 단 둘이 이야기하겠다고 했더니 그 여자분은 그냥 가시더군요. 확실히 제 친구는 초짜였습니다. 이제 한달 됐다는 군요. 돈을 투자한 것도 물건을 산것도 아니고 이 사업은 새로운 마케팅 스킬로 돈을 버는 회사고 자기도 다단계를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너도 시작하면 나보다 잘 할거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친구로서 좋아하고 아낀다. 그런데 자꾸 니가 다단계 이야길 하면 난 널 피할 수 밖에 없다. 니가 다단계를 하건 종교를 믿건 난 상관 안한다. 하지만 나한테 권유하는 건 끔찍히 싫다. 난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니가 나와의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절대 내 앞에서 권유하지 말고 말도 하지 말아라.

 

다행히 아직 초짜인 제 친구 크게 잡지 않고 대답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더군요. 계속 대화해 봤자 화만 더 날거 같아 가본다고 하고 집에 와버렸습니다.

 

걱정인 것은 이 여자분에게 제 명함을 준 건데 전화를 한다거나 더 심하게는 갑자기 회사로 찾아오는 건 아닌가 싶다는 겁니다. 상대 안하면 그만이지만 번거롭고 짜증나니까요.

 

이렇게 구구절절 듀게에 이야기할 만큼 화가 납니다. 이 친구는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고 최근 몇년간 연락이 끊어졌고 한달 전 쯤 그 친구가 연락이 와서 다시 연락하고 지낸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처음에 나한테 연락한 것도 다단계 때문이 아닌가 싶어 서글픕니다. 타이밍을 보니 그 때 쯤 다단계에 빠져든 거 같습니다.

 

몇 안되는 제 친구 남자고 부담없이 대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이렇게 끊어지는 거 아닌가 싶어 또 서글퍼 집니다.

 

다행인 것은 이 친구가 그리 깊게 빠진거 같진 않고 아직 중증은 아닌거 같다는 겁니다. 제가 건져내고 싶은데 그러다 저까지 빠질 수 있으니 그건 무리겠죠.

 

처음 본 사람이랑 대화가 잘되서 이런저런 이야길 많이 했는데 그 이야기가 전부 다단계 권유를 위한 밑밥이었다는 게 서글픕니다. 처음 본 사람과는 당연히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고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제가 경계를 했어야 했는데 신나서 제 이야길 늘어놓은 게 창피하고 민망합니다.

 

이제 처음 본 사람이랑 지나치게 대화가 잘 돼고 저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면 전 경계부터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오래 연락이 안됐던 친구가 연락이 오면 마찬가지로 경계부터 할 거 같습니다.  그것도 저를 무지 슬프게 하네요.

 

그래도 그 친구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고 싶지 않습니다. 느낌상 이 친구는 오래가지 않을 거 같고 조만간 내가 그걸 왜 했지? 라고 밤중에 하이킥을 날리는 순간이 올거라고 봅니다. 그때 소주 한잔 따라주면서  내가 말했지? 이 saekki 야! 너 분명히 후회할 날이 온다구 라고 마구마구 타박줄 거 같습니다. 제발 그런 날이 오길 바랍니다. 소중한 인연을 함부로 끊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세상의 모든 다단계에게 f 들어간 욕을 날리고 싶네요 -_-

 

 

    • 아, 맘이 아픈 이야기네요. 루이스님이 잘 처신하신 것 같애요. 쓸데없이 그 친구 구한답시고 오지랖부리지 않으시고요. 그게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님처럼 대하시는게 그 분께도 루이스님께도 가장 최선의 일을 하신거에요. 언젠가는 그 친구분도 깨닫는 날이 올꺼에요.
    • 트위터에 글 올렸더니 기분 나쁘다고 연락이 왔네요 -_- 살포시 지웠습니다 제발 그 친구가 빨리 깨닫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때로 사람들은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거 같아요
    • 그래도 정확하게 입장 정리 잘 하셨네요.
    • 그럼 다행이구요 전 그저 이 친구가 빨리 손 털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 담에는 평생 놀려먹어야지
    • 전도하려고 개인적인 관계를 만드는 사람때문에 기분상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기분이 이해가 되네요. 제가 알던 사람(친척)은 원래 무뚝뚝한 사람인데 갑자기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더군요. 결국 하는 이야기가 종교이야기였고 제가 거부하니까 다시 냉냉해지더라구요. 전도나 물건 팔려고 그러는 거 자신들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당하는 사람은 더 불쾌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그러게요 이 친구도 그렇게 다정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많아져서 살짝 긴장했었거든요
      제발 정신 차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 저도 권유받은 적 있는데 그냥 '좋은 사업 아이템인 것 같지만 난 지금 직장에서 인정받고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같이 하는 건 힘들겠다. 관심있는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주겠다' 얘기하고 제가 밥사주고 헤어졌어요. 그렇게 불쾌하진 않았는데...?
    •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 하겠다고 한것도 아니고 실컷, 그것도 다른 사람 불러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꺼내서 좀 화가 났었죠. 지금은 덤덤해 졌어요
    • 루이스/ 제가 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긴 하죠. 우연히 전도되어서 교회도 다니는 중이에요.(1년이 다 되어가는데 믿음은 안 생기네요.)
    • 지금도 다단계 관련된 친구 연락마다 족족 씹고 있는 중입니다. 심해지면 딱 잘라 말해도 못 알아먹어요 그놈의 다단계 전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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