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술 10일차] 제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시킬 수 있다면, 바로 이겁니다.

이미 듀게에서는 제목으로 설레발쳤다가 제 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 적이 있어 창피합니다만, 이건 경험적으로 매우 쓸모 있는 일이라 이렇게 다시 한번 무서운(?) 설레발을 쳐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방법론 저서들은 전부 뭘 시킵니다. 그리고 그걸 하고 나면 무언가 될 거라고 하죠. 사실 그것들은 매우 지겹고 힘들며 지속하기 어려운 일들이며, 당연히 그것들을 유지했을 때 어떠한 경지에 이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입니다. 마치, 자라나는 나무를 매일 같이 건너뛰면 나무 크기에 맞춰 뜀뛰기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과거 도술서처럼요. 많은 다이어트 서적과 자기 계발서, 그리고 긍정을 요구하는 도서들이 제게 비슷해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싫어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않으며 특정 사람들에겐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있어 그저 돈 낭비는 아니라는거지요.)


그리고 제게 있어 어떠한 놀라운 경험은 적어도 한 달은 지속되어야만 누군가에게 말할 권한이 생깁니다. 하늘을 나는 방법을 알게 되었더라도 적어도 혼자서 한 달 동안은 날아다녀보며, '아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오른쪽으로 꺾어야 공중 3회전이 가능하군' '숨을 들이쉬는 정도로 고도를 결정할 수 있군, 심폐력을 늘려야겠어', '한 달이 되었는데도 아직 하늘을 날 수 있네, 이 방법은 지속력에 있어서도 괜찮군' 정도 되어야 공개된 커뮤니티에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 겁니다. '하늘 나는 거 물에 뜨는 거랑 마찬가지야.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비중을 공기보다 낮게 만들면 공중에 부유할 수 있어. 아, 이건 나는게 아니군.' 그런데 지금 제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효과가 제 삶에 있어서 꽤 좋은 편에 속해 30일을 못 참고 10일만에 글을 씁니다.


간단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줄 있는 노트에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3쪽을 쓰는 겁니다. 혹시 자신이 상상력이 매우 풍부하고 글쓰기에도 자신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지금까지 글을 쓰지 않은게 머리가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라고 생각했다면) 3장을 쓰셔도 됩니다. 뭐, 6장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3쪽 정도가 아침 디져트 먹는 느낌 정도로 간편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3쪽 쓰는 것도 꽤나 고군분투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긺을 추구하라고 말은 못 하겠네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똑같이 3쪽을 쓰는거죠.


주의하셔야 될 점은 아침에 글을 쓰는데 있어서 '검열'을 잠시 꺼두셔야 됩니다. 그 글을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겠다고, 또한 너무 신경쓰이시면 자기 자신도 다시는 읽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만들었으면 글을 다시는 보지 말아야 겠지요. 제가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이고 이걸 며칠간 했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쓸모'라는 단어를 쓰고 싶진 않군요. 이걸 쓰면서 그 단어가 검열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그러니까, 이 검열이라는 것은 성적일 수도, 터부일 수도, 트라우마일 수도, 혐오일 수도 있습니다. 온갖 쓰지 못하지만 떠오르는 것들을 전부 써 보는게 좋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쓸모,를 쓰고 싶지 않다고 해놓고 이 글의 가장 첫 문장에 쓸모가 있군요..)


기계적으로 이 자유기술에 대한 장점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열하고 싶진 않지만, 참고로 이 장점들은 이런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해낸 것들입니다.)


1. 인간의 내적 상상력과 그것을 입출력하는 장치는 따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있는 그대로 외면에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고로 이러한 머리 속의 상상-이것이 모든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떤 이는 이미지가 강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언어로, 다른 이에게는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을 수 있다, 또한 애매하지만 촉감과 공감각적인 상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을 출력장치를 통해 외면에 구현시키는 연습이 된다. /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구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로써 추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딱히 글을 쓸 필요는 없으며, 상상한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춰도 된다는거죠. 하지만 언어가 가장 보편적으로 무언가를 묘사할 때 가장 쉬우므로 발그림스러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상상과의 갭 때문에 슬퍼함을 피하기 위해 언어 자유기술을 기초로 합니다. 다들 적어도 글은 쓸 수 있잖아요.


2. 자신의 검열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 또한 그 인식을 통해 검열을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와 타협할 수 있다. / 우리는 삶 가운데 수 많은 판단과 검열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내적 인식이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행해질 때가 많고, 저 같은 경우 검열이 꽤나 효과적에다 전방위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꽤 까탈스럽고 짜증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열과 타협하고 그가 일해야 될 부분과 일하지 말아야할 부분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의식적으로 그런 것을 방해할 수 있게 되었죠. 모르겠습니다, 이 것은 저에게 통용되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검열과 타인 검열을 통해 다른 이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깝깝한 면을 이뤄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논리적-감정적 태클을 걸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검열관을 앞에 내세워 판단을 하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것은 매우 손 쉽고 깔끔한 판단이 될 수 있지만 옳은 판단이 되진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적인 면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은 꽤 좋은 일이죠.


3.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 또는 자신과 대화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 기기묘묘하지만 전 제 자신에 대해 이 도구를 통해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몇 가지가 더 있긴 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별로 큰 주제가 아닌 부분도 있어서 이쯤으로 줄여봐야겠습니다. 제가 성공을 구분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다면 그렇게 짧지는 않을거 같고 하지만 이 자체는 좋아서 글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작심30일정도 되어서 폭망하더라도 이 글이 부끄럽지는 않을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고로 한마디로 줄여서 '혹시 내일 아침에 시간 있으면 일어나자마자 줄있는 대학 노트를 펼쳐 생각나는 그대로를 3쪽만 써보세요, 그리고 그 다음날도'라는게 제가 전하고자 하는 전부입니다. 이것만 읽으셔도 되요.

    • 대학 노트에 3쪽이요? 왠지 전 아침먹고 3쪽 쓰면 곧 점심먹을 시간이 될 거 같아요.
      • 저도 사실.. 한 페이지 쓰는데 20분 걸리고 총 6 페이지를 쓰고 있는데 평균 2시간 걸리더라구요. 출근하시는 분들이라면 2시간 빨리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겠죠.. 시간 문제는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디져트 먹는 느낌으로 1시간이라니, 글에 거짓이 섞여있군요.)
        •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긴 하네요. 뭘 쓸 땐 항상 오랜 시간을 걸려 생각해서 한번에 후루룩 쓰는 타입이라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 ㅎㅎ 이거 아티스트 웨이의 모닝페이지를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전 이제 10주차고 꽤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티스트 데이트도 꼭 동반되어야 효과가 제대로 라고 생각합니다.
      • 10주차라 엄청 나시군요-_-;

        그게 맞아요. 하지만 방법론적으로만 듣고 해본 다음에 그 책을 읽어서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구요. 방해되는 부분도 있고해서 책을 추천하기엔 많이 꺼려지더라구요.

        지명님도 어떤 효과를 보시고 계신가요?
        • 기본적으로 창조성의 재활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책이고 제가 효과가 보고 있는 지점도 거기에요.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면서 야기되는 감정적 혼란, 그 단계가 지나면 솔직한 자기 표현(창조성)을 가로 막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을 마주하게 되고 그걸 점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전 친구들과 같이 하고 있는데 다들 좋다 나쁘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돌아 보면 예전에 비하면 움츠려 든 자신에서 벗어나 몇 보 앞으로 나가 있고... 그렇더군요.
          • 친구들이랑 할 수 있다니 많이 부럽네요. 제게 있어선 자기 표현에 대한 끝없는 검열과의 싸움이에요. 이미 할 이야기는 있는데 계속 그것을 헐뜯고 못하게 하고 거기에 상처받고. 그래도 분명히 나아가긴 하더군요. 꾸준히 잘 되었으면 합니다.
            • 예, 잘 되시길 기원해요 :) 마침 딱 쓰고 스맛폰을 켰는데 관련 글이 있어서 반가운 맘에 댓글 달았습니다. 화이팅이여요!
    • 3줄이 아니라 3쪽이라니 ㅠㅠ
      • 두.. 두려워 하지 마세요. 금방 써요. 해볼만한 일이에요 ㅠ
    • 연필로 글써본지가 몇년이나 되었는지 꼽아보고 있습니다. 글은 자판으로 치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서 말이죠.
      • 컴퓨터로 글을 쓰는건 만화책과 컴퓨터 뷰어 정도의 차이랄까요. 저는 컴퓨터로 글을 쓰면 컴퓨터 소음에 영향을 많이 받고 물리적으로 한정된 범위가 직감적으로 와닿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빠져나갈 공간도 많고 집중력이 막 새어나가요. 그래서 창작은 팬으로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글씨를 못 쓴다던가 못 알아본다던가 이런 것도 순전히 무시하며 글을 쓰고 있어요. 자판이 펜보다는 모든 손을 균등하게 사용한다는 장점이 좋긴 합니다.
    • 댓글쓸려고 로긴했어요. 흥미롭네요. 그런데 궁금한것이 이 작업을 왜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하나요? 아무때나 저녁에 자기전에 아님 점심먹고 쓰면 안되나요? 그리고 꼭 3페이지나 써야하는걸까요? 디저트 먹는 느낌정도만 한다면 해볼수 있을것도 같거든요.
      •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하는 것은 이미 일어난 일들에 영향을 미쳐 잡생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로 전 느꼈어요. 점심이나 저녁에 하면 그 때까지 있었던 일이 먼저 떠오를 것이며 그건 상상보다는 채록이 될 테니까요. 아침이라하더라도 전날의 연속성이 있긴 하지만 점심과 저녁의 상념보다는 약하고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게는 아침과 바로 일어나고나서는 별개로 다루어지며 후자가 더 적절한 표현이에요. 11시라도 일어난 직후에 쓰는거죠.



        그리고 분량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적어도 3페이지 정도 되어야 무언가 형성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도달하지 않고 끝낸다면 무의식적인 낙서 정도로 끝나는 기분이라 그렇습니다. 1쪽이나 2쪽으로는 너무 짧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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