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캐슬린 비글로우

요즘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 Zero, Dark, Thirty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2년 전 쯤에 봤던 그 감독의 전작 Hurt Locker가 떠올랐는데요,

당시 그 영화를 보면서 기분 나쁘다, 반전 영화인 척 하지만 결국 미국인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 군인에 대해서는 애틋한 시선을 보낼 줄 알지만 그저 그런 한에서만 전쟁을 비판할 뿐

미국인이 아닌 관점에서 전쟁을 비판할 줄은 모르는, 그래서 더 기분 나쁜 영화다,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폭탄 테러에 활용되는 아이의 시신이라는 소재, 폭탄 해체반만이 주로 부각되는 미군의 활동을 보며

'그래, 영화가 전쟁을 모두 다룰 필요도, 그럴 수도 없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보는 내내 찝찝하기 그지 없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듀나게시판에서였던가, 반전 영화로 이 영화를 평하는 글을 보고 뭐라도 덧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저 눈팅하던 처지라 그러지도 못했던 때였어요. 

게다가 오스카 감독상을 받는 시상대에서 그 감독이 혹시나 했던 기대를 저버리고 '나는 미국 군인을 응원해요' 였나요,

그런 발언을 하는 걸 보고 허트 로커에 대한 제 인상을 재확인 했는데요, 

Zero, Dark, Thirty도 소재부터가 그런 감독의 관점을 이어받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의심스러워 하던 차에

이 영화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 전에도) 영화계의 초점의 대상이 되고, 이제는 고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저야 모든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입장을 갖춰야 하는 입장도 아니고, 가능한 모든 논란에 참여하는 걸 즐기지도 않으며, 

그저 영화 나오면 보고 시간 잘 보내면 좋은 관객일 뿐이니 이번 영화는 안보려고요. 볼 영화도 많은데.


다만 허트 로커는 혹시라도 제 생각을 뒤엎는 평을 보게 되면 다시 한 번 볼 생각입니다. 

    • 저는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Zero Dark Thirty
      • 헛, 고맙습니다. 계속 잘못 알고 있었네요.
        어떤 점에서 기대가 크신가요?
    • 감독의 전작도 나쁘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가 궁금합니다.
    • 한국제목이 빈라덴 암살작전이었던가요...



      미국서도 물고문을 정당화했다면서 논란이 꽤나 있더군요...



      사실 허트로커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기때문에(최근 몇년간 작품상은 다 별로였던거 같아요..)

      별 기대는 안되더라구요..
    • 전 허트로커 재밌게 보긴 했는데
      반전영화라기보단 전쟁은 그냥 소재고 아드레날린중독 걸린 사람 이야기로 봤어요
      딱히 전쟁에 대한 비판으로 와닿지 않긴 했는데..
      꼭 전쟁을 소재로 다룬다고 해서 전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영화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 캐슬린 비글로우의 영화가... 그저 또 한 편의, 반전 영화이고 미국인의 시선을 벗어나 비판한... 단지 또 한 편의 그런 영화가 아닌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봅니다.
    • 제가 생각하는 한 허트로커는 반전영화나 미국,미군 만세류의 영화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라크전쟁, 폭발물 등은 붕괴되기 직전의 근대적 세계(관)의 상징이라 보며 폭발물 해체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은 통제가능할 줄 알았던 근현대 문명,물질이 사실은 전혀 통제 불가능하며 결국 불안과 공포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현실회피이자 종독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글로우는 허트로커에서 이걸 잘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엄청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예전에 씨네21에서 기자들의 대담글을 읽었는데 어느 기자가 "전쟁영화는 무조건 나쁘다, 그래서 블랙호크다운은 정말 최악의 영화다. 군인 몇명 죽은걸 가지고(현지 주민들은 수백명이 죽었는데...) 그렇게 희생자인척 영화를 만들다니... " 라는 식으로 썼더군요.
      지금 그 글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드네요.

      전쟁을 다룬다고 해서 전쟁영화가 전쟁에 꼭 적극적으로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건 너무 교조적인거 아닐까요. 문제의 단면만을 바라보는 거죠.
      허트로커처럼 그 안에 담긴 한 인간을 그런식으로 다룰 수도 있는거고, 군인 조직의 불합리와 폭력성을 다룰 수도 있는거고.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전쟁영화는 찬전영화나 반전영화만 있는게 아닙니다...-_- 허트로커는 그냥 전쟁의 한 조각을 잘 보여준 영화죠.
    • 저는 허트로커는 전쟁보다는 캐릭터 탐구 영화로 봤는데,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감정적 거리감을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ZD30는 묘하게 자축적인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별로 였어요. 이건 우리가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것 같기도 해요.
    • 그닥 일관되지는 못하지만, 이 경우 허트 로커에 대한 제 인상 비평이 영화에 보여주는 듯한 전쟁에 대한 입장에 크게 좌우된 이유는, 제가 위의 덧글 달아주신 여러 분들과 다르게 이 영화를 일종의 반전 다큐멘터리로 기대하고 봤기 때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의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도 하고, 이 전쟁을 멀리서나마 반대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더 그런 듯 합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굳이 전쟁 자체를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 옳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이 경우 저는 그런 거리두기가 잘 안되어서 생각이 굳어 있는 건 맞습니다.

      만약에 님이 평해주신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인데요, 덕분에 제가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봤구나 싶어졌어요. 여전히 감독의 의도는 거기에 있지 않았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리고 제가 말한 '미국인의 시선'이라는게 미국만세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이 영화를 만약에 님처럼 그렇게도 읽을 수 있겠어요. 만약에 님이 비글로우 감독의 최근 작을 보신 다음 여기 영화평을 올려주시면 찬찬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skyworker 님, 그 대담을 혹시 한 번 찾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굳이 변호하자면 그 영화의 소재가 된 역사적 사건의 맥락에 집중한 나머지 그런 평가를 내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를테면 광주의 공수부대를 그린 영화가 있다고 해보면, 영화적으로는 어떤 공수부대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해서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개인과 집단의 처참한 상황을 그려내는 것 또한 훌륭한 접근 방법 중 하나겠지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묘사되는 광주 시민의 모습에 어떤 특정한 측면만 부각되어 있다면, 설사 그것이 공수부대원의 시각에서 봤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영화적 설정으로는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영화 하나의 완결적인 서사 속에서 그렇게 재현되고 마는 시민의 모습이 부당하다며 분노하는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있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한 사건을 다룰 때 단면만을 봐서는 안된다는 말씀은 옳지만, 어떤 관점을 전제하고 그 사건을 그렸을 때 그 관점에서 배제되는, 혹은 당연하게도 그 관점에 따라 필연적으로 '맞춰져서' (왜곡되어서, 는 좀 센 표현이겠죠) 재현되는 대상이 있다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일 아닐까요. 문제는 그 '대상'이 그저 나를 그렇게 그려냈구나 그것 또한 사건을 바라보는 한 관점이지, 하고 넘어가지 못할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연결해서 말씀드리면 디나님의 말씀대로 전쟁의 한 조각을 보여준 영화 속에서 '한 인간' 혹은 그 사람이 속한 폭발물 해체팀이 아닌 '대상'들은 어찌 묘사되는지 돌이켜보면, 그 '대상'에 감정이입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만 하지 않겠습니까.

      전쟁을 다루는 영화가 전쟁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현대 전쟁이 참전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괴로운 것임을 보여주는 건 제 생각으로는 현대 전쟁 영화에서 람보 류가 아니고서야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인데 전쟁이 실제 진행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는 영화라면 그 전쟁의 괴로움이 누구의 어떤 괴로움이냐,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괴로움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거냐, 이 문제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거리두기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정도가 다를 거라고 봅니다.

      세로토닌 님의 말씀 또한 다른 분들의 말씀에 비춰 이해를 합니다. 허트 로커 개봉 당시 호평 중 하나도 이런 관점에서였죠. "식상한 반전 메시지가 넘치는 전쟁 영화들 속에 허트 로커는 새로운..." 으로 시작할법한 평가들요. 그러나 반전 영화에도 나름의 정치적 맥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진행형인 중동에서의 전쟁은 군인들만 경험하는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저야말로 '미국인'의 시각에서 영화에 접근하는 듯 하네요 ㅎㅎ

      이런 생각을 한 김에 딴 쪽으로 좀 더 나가보면, 비글로우 영화에 대한 1) 미국 반전론자 2) 참전론자 3) 별 생각없지만 우리나라 군대는 아무튼 지지한다는 사람 (애국심)의 평가는 어찌 나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이거 해당전공 미국 대학(원)생 중 누군가 수업 리포트로 한 번 조사해주었으면 좋겠다 싶네요. 찬반을 뒤로한 전쟁의 한 조각이라는 평가가 나올만큼 해당 전쟁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잘 지우는 성과를 보였다면, 그 '무맥락화' 자체가 문제라고 느끼는 집단이 분명 있을 법한데 그게 어떤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일지 아니면 정치성이 강한 모든 사람들일지가 궁금해집니다.
    • 소재도 독특하고 꽉 쥐었다가 놓아주는 긴장감도 좋았어요. 전형적인 면도 적고. 저는 주인공이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에서 역할을 몰라 겉도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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