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로봇이야기

 

 

 

1.우연히 만난 그녀는 나의 이상형.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녀를 두고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듯 하다.

후회없이 그녀를 사랑했다고, 괜찮은 인생이었다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는 즈음 그녀가 나의 귀에 속삭인다.

 

"나는 로봇이에요."

 

 

2.한번쯤 온다는 성인 남자의 사춘기로 사흘쯤 방황하고 집에 가보니 나와 꼭 닮은 놈이 나의 행세를 하고 있다. 로봇이군.

나는 그다지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무뚝뚝했고 어쩌다 울컥 화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끔은 룸에 가서 밤을 새기도 하고, 아내의 생일은 잊은 지 오래.

아이들과 대화해본지도 가물하고, 한 두번 손찌검도 한 것 같다.

 

나 자신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달을 지켜보니 그 로봇은 다정다감하고, 회사에서도 칭찬을 꽤나 듣는다.

집안일도 거들고 아이들 숙제도 챙겨주며, 주말이면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나가서 추억 한 웅큼은 챙겨 돌아온다.

 

가족들 앞에 나서서 "저 놈은 로봇이야!" 라고 해야 할까?

 

 

 

    • 그다지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완전 나쁜 남편인데. 로봇이 낫겠다.
      • 쓰다보니 강도가 좀 셌나보네요.
        그냥 흔한 결혼 10년차 중급 남편정도
    • 근데 대개는 감쪽같이 평생 속기 전에 고장이 한 번씩 날 것 같아요.
      • 기술력으로 감쪽같이 속게는 가능해도 고장 안나게는 정말 불가능하겠네요. ㅋ
        -우리 남편 블루스크린 떴어요.
    • 호오 돈 잘 벌어오는 로봇이라면 한대 가지고 있고 싶은데
      • 누군가 인류 역사의 진보란 놀고 먹을 수 있는 인간의 비율의 증가라고 거칠게 정의했던게 떠오르네요.
    • 접대부 로봇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웃었다. 저런 게 무슨 장사가 되겠느냐며. 로봇이 할 일은 따로 있다고.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접대부 로봇은 '없어서 못 파는' 히트상품이 되었다. 완벽한 외모는 물론이고 자존심도 없고, 불만도 없고, 피로도 모르고 성병마저 프리한 존재에 남자들은 열광했다.
      반면에 일자리를 빼앗긴 여성들은 거리로 나왔다. 이미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며 위기를 느끼던 노동계는 그녀들을 반겼다. 사상 처음으로 노동쟁의 전면에 쭉빵 언니들이 튜브탑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러는 사이 법조계에선 접대부 로봇에 의한 성매매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 논란이 일었다. 로봇들을 기존 성매매여성들의 위치에 두어야 할지, 아니면 잠시잠깐 유행했던 인형방의 인형들과 비교해야 할지
      법리 해석에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는 동시에 인간에 준하는 지성을 가지기 시작한 로봇들의 권익에 관한 문제와도 얽히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남자들은 즐거웠다. 당분간은 단속의 걱정도 성병의 걱정도 없었고 자기 카드로 마구 결재해도 쌍심지 켠 집사람에게 할 말도 생겼다. '그건 로봇이야, 지금 당신 냉장고에게 질투를 느끼는 거야?'
      부가적으로 성적 기쁨의 제공에 특화되어 주문제작되는 접대부 로봇의 신변안전도 이슈로 떠올랐다. 성욕을 주체 못하는 어린애들이나 경제적으로 빈곤한 노숙자들이 몰래 접대부 로봇을 납치해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질펀하게 노는 일들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덕분에 한동안 일거리가 없어 난감하던 어깨들도 다시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게 되었다.
      몇 년이 흘렀다. 유흥업계엔 다시 '인간 접대부'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태혜지 같이 생겼어도 로봇은 로봇이더라...'라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아저씨들은 옛 지도자의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더 좋다'라는
      명언을 곱씹으며 다시 진짜 인간의 체온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로봇 접대부들은 처분되기 시작했고 헐값에 암시장으로 넘어간 접대부 로봇은 이제 업자들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위기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 사무실에 로봇을 출근시킨다면 , 기업은 직원들 다 자르고 무인오피스를 만들갰군요. 무인공장으로 이미 현실화된 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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