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탐험.

제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꽤 소외되고 있는 언어 - 그러나 넷 세계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언어 - 를 익혀 한국에서의 삶을 블로깅하는 것입니다. 딱히 우리가 여행자가 되어서야 타국의 일상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일상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비일상,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었던 기묘함을 제가 살고 있는 지역 탐험을 통해 느꼈습니다.


어떠한 계기가 없다면 자기가 살던 지역을 바라보는 익숙함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고향이라는 것은 타지에 가서야 그 비교에 의해 낯섦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타지인이 되어서야 고향의 익숙함/낯섦의 차이를 느끼며 오만가지 생각과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게 있었던 시간과 관계없는 계기는 오래전부터 구매를 망설여왔던 디지털 캠코더를 삼으로서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시각하에 물체를 바라보게 되면, 이미 알아왔던 얼굴에서도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할 수 없지만 자신의 인식의 범위를 억지로 넓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흥미로움을 꽤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집 주변에는 강변이 있는데 그 강변 넘어에는 신도시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토목 공사가 주는 콘크리트의 횡량함은 언제나 제게 으슬한 감정을 새겨넣어줍니다. 그것은 도시가 세워지는 것과, 도시에서 사는 것은 서로 전혀 다른 일이며 우리가 어떤 곳에서 살아갈 때 그 곳의 형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관심 받지 못하는 것은 버려진 고양이이든, 세워지는 콘크리트 건물의 외로움이든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에 일생에 있어서, 눈으로 영상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삶이 아름다웠었노라고 부러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었습니다. (또한 실제로 눈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순간 순간이 잊지 못할만큼 중요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간절히 원할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촬영만을 위한 매개체를 구매하고 나니, 그것은 가능성의 문제였습니다.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아름다운 (또는 제 감성에 와닿는 부분) 것을 찾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가끔은 휴대전화의 내장형 카메라가 있는데 그것을 활용 거의 안 하고 있으면서 무슨 디지털 카메라인가, 하는 식의 원시안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고, 제게도 그러한 경험적 근거에 의해 캠코더의 구매가 최대한 늦춰졌었으나, 실제로 어떠한 기기가 단일한 목적만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면 그런 기기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주변 지역의 디지털 지도를 참고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까지는 직접 손으로 지도를 만드는 헛된 짓을 할 것이고, 그에 대해서 불만은 없습니다. 돌아오는 동안에도 버스가 어떤 식으로 이동하는지 참고하지 않고 헤매며 정말 외딴 곳에 왔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다음 번에는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중간에 2번 정도, 또는 한 번 정도 호텔에 쉬면서 제가 보았던 산까지 가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간의 알 수 없는 숲도요.


영상도 사진도 부끄럽지만, 사진 2 장 올려봅니다. (왠지 아침에 쓰니 듀게체로 글이 안 써지는군요)




    • 재미있는 발상인데요? 다음 탐험도 기대합니다
      • 감사합니다, 댓글이 달리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는데 달아주셨군요.
    • 자기가 사는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녀 보는 것...저도 한번쯤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익숙한 도시 속의 방랑이랄까요. 늘 생각만 막연히 했었는데 실제로 실행하셧다니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올려주신 사진 보면서 잔인한 오후님이 체험하신 탐험에 대해 혼자 상상하고 있어요:)
      • 역시 여행이란게 다 그렇듯이, 거의 8시간 동안 걷거나 촬영을 하거나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촬영하는 것들이 사람들이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지라 (굳이 따지자면 싫어할만한 쪽) 사진도 마찬가지이더군요. 정말 예상외로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성과는 걷기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같이 걸을만한 여러 지역들이군요. 낭랑님도 기회를 잡아 한 번 해 보세요.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을 많이 보실 수 있을지도요. (눈에 보이는 대로의 촬영과 실용적인 것은 차이가 있으므로, 눈에 아름다운 것이나 감정에 혹하는 것을 찾으려 해보는 게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몰라요. 마치 과거의 탐험가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에서 돌아올 길을 알기 위해 자신이 다른 것들과 쉽게 차이를 알 수 있는 기묘한 것에 이름을 짓는 것처럼)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