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를 즐기지 못한 자의 슬픔

문득 왜 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즐기지 못했을까, 그리고 <호빗>을 충분히 재밌게 보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소위 '판타지세계'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판타지소설 열풍이 엄청 불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이상하게 그 분위기에 끼여 들지 못했어요. 그때도 왜 그럴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가만히 보니 주변 친구들은 어렸을 적부터 RPG게임을 해온지라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 사가, 창세기전 등등..) 판타지세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쉽게 판타지 소설을 잘 받아들이는 듯 했어요. 전 어렸을 적 컴퓨터가 없었거든요. 스타크레프트의 출시 이전 거의 모든 컴퓨터 게임은 각자 집에서 하는 게임이 대다수였는데 주로 롤플레잉 게임이 당시 초중고생들에게 큰 인기였어요. 친구 집에 가면 맨날 공략집 펴놓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들 뿐.. 컴퓨터 없던 어린 시절에 처음 느낀 소외감이었지요 .

 

뒤늦게 저도 나중에 부랴부랴 드래곤라자 정도는 읽어봤습니다만 크게 판타지소설에 흥미를 붙이진 못했죠. 소설 속에서 발록이 등장하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바스타드소드는 어떻게 생긴 거고 롱소드랑 어떻게 다른 건지... ‘드래곤은 드래곤볼에서 본 용하고 비슷하게 생긴 건지.. 등등 당최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으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요. 그런 거 다 무시하고 스토리텔링을 쫒아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그러질 못했어요. 그래서 판타지 세계를 다룬 영화가 등장해도 충분히 즐기지 못했나 봅니다.

 

 

글 쓰면서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각났어요. ‘호빗은 어떤 종족인가요?

 

제가 대략적으로 파악하기엔 

드워프족은 키작고 다소 다혈질이나 물건 만드는 손재주가 좋고

엘프족은 긴 귀를 가진 마법에 능한 신비로운 아우라를 풍기는 종족? 그리고 매우 긴 평균수명을 가졌고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뭐 이런 대략적인 판타지 세계의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는데 호빗은 어떤 종족인지 잘 감이 안 잡혀요. 도대체 어떤 특징을 공유하는 종족인 건지 잘 모르겠어요. 왜 얘네들은 절대반지를 갖고 다녀도 아무 일이 안 생기는 건지도 궁금하구요(영화에서 설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을 못하거나 놓쳤나봐요).

 

갑자기 판타지 세계에 대해서 많은 것이 궁금해지는군요. 어렸을 땐 이런 것쯤은 몰라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 <호빗>을 보고 난 뒤 절반밖에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참 묘했어요

    • 에스에프는 좋아하는데 판타지는 전혀 관심이 안가는 1인. 덕분에 온라인 게임을 안함.
      • 저도 에스에프도 좋아해요. 근데 저는 이해를 위해 판타지 게임은 약간 해본 적이 있었죠;;
      • 그렇다면 이브 온라인을...
      • 저도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좋고 싫고의 문제 이전에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로 느껴졌거든요.
    • 가물하다못해 먼지만큼도 남아있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호빗은 발이 크고 발바닥에 부텁고 푹신푹신해서 발자국 소리가 좀체 나지 않는? 신체 특성이 있었을걸요 호빗이 도둑역활을 맞는게 당연하다는 인식도 여기에 의거한걸로 알아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무해하고 소소한 삶을 추구하며 흥이 많은 유쾌한 종족이었던 것 같아요 호빗 초반에 집을 보면 그렇잖아요 양식 잔뜩 쟁여 놓는 성실함과 그게 약탈(?)당해도 강하게 항의하지 못하고 머뭇머뭇, 역사에서 절대 튀는 역활 할만한 종이 아닌데 톨킨 때문에 고생이 많죠 (일부러 갭을 위해 호빗이란 종족을 만들고 고생을 시키는 톨킨의 심뽀도 꼬.. 꼬였..)
      • ㅋㅋㅋ 그렇군요. 뭔가 이제야 좀 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리 이런 정보를 알았더라면 더 재밌게 영화를 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 호빗은 포도주나 치즈등 여러가지 식량을 집 창고에 저장해 두고서 저녁에 먹는걸 즐기는거 같더군요. 그리고 발이 몸집에 비해 커요.
      • 호빗 참 귀여운 종족인 것 같아요. ^^ 알면 알 수록 매력 있군요.
        • 호빗의 하루는 다섯끼의 식사와 중간의 티타임과 담배 피우는 시간과 맥주 마시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 드워프가 흔히 맥주에 환장한 먹보들로 나오지만 호빗도 만만찮죠...=_= 최강의 처묵처묵 종족 중 하나. 고향인 샤이어가 워낙 기름진 땅에 인구밀도 낮은 곳이라 이렇게 게으르게 살면서도 잘먹고 잘산다는게 참 부러움.
    • 판타지와 게임은 사실 별로..

      저는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들 중 중세에 대한 것이나 '용'이 나오는 것들을 보면 대략 그런 것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걸 알 수 있겠던데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도 사실 중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취향의 문제일 듯 싶군요.

      호빗은 굴을 파고 산다거나 발이 푹신하다는 것과 이름에서 토끼에서 모티브를 조금 따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만으로 생각하기로는 거의 토끼인간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 아~ 그렇군요;; 저는 영화처럼 이미지를 그려나가면서 소설을 읽는 편이라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으면 소설읽기가 조금 힘들어서요. 모든 소설을 이미지로 그려서 보는건 아닙니다만 판타지소설쪽은 그래야 할 것 같은 강박 같은 게 느껴졌었어요. 그리고 그 이미지는 상당부분 RPG게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가 생각했었습니다.^^
    • 자 어서 엔하위키를 켜고 검색해보세요(...)

      신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바스타드 소드부터 호빗 드래곤 오크 페어리까지 몽땅.
      • 제가 엔하위키를 생각못했군요. ^^; 구술적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된 엔하위키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럴 때 유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현재 판타지 세계관이라면 톨킨의 LOTR이 모태가 되고 나중에 위저드 오브 코스트란 회사가 만든 TRPG(Table Role Playing Game. 말 그대로 플레이어와 DM-던전 마스터. 게임의 맵이나 여러 설정을 맡는 사람. 소설로 따지면 작가죠-이 테이블 앞에 모여앉아 캐릭터 시트와 주사위, 그리고 대화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던전마스터가 짜놓은 큰 스토리틀이 있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이 진행을 바꾸니까 일종의 실시간 인터랙티브 소설이라고 볼 수 있죠)인 Dungeons & Dragons(흔히 D&D)의 설정이 거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LOTR에서는 엘프가 좀 사기캐입니다. 외모도 뛰어나고 마법과 예술에 능하며(심지어 대장장이 기술마저 뛰어나 LOTR에 등장하는 네임드 무기는 모두 엘프제;;) 살해당하지 않는 한 불사죠.(즉 수명이 무한대) 드워프는 완고하고 손기술이 뛰어난 광부종족이라든지(이런 설정은 북구신화에서 가져온 것이기도 하죠), 호빗은 드워프보다도 덩치가 작고 낙천적인 종족이며 발바닥 가죽이 두꺼울 뿐 아니라 털이 무성해 신발이 필요없다든지 등의 설정이 LOTR에서 나온 것들이죠. D&D에서는 각 종족의 성격을 좀 더 구체화하고, 밸런싱도 이루어졌습니다. D&D에서의 호빗은 덩치가 작기 때문에 힘이 약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도둑이 선호클래스이며, 특히 슬링(돌팔매)을 잘 다루는 종족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LOTR에서 개고생한 프로도와는 달리 선천적인 행운 보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LOTR에서 유독 호빗 종족만 절대반지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천성이 낙천적이고 권력에 대한 욕심이 워낙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로도와 빌보는 그 중에서도 특별히 정신력이 강한 인물들이었고요. 한 때 호빗이었지만 타락한 골룸같은 케이스도 있는 반면, 중간계의 모든 종족을 통틀어 가장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은 걸로 묘사되는 인간 중에서도 파라미르처럼 반지의 유혹을 뿌리친 케이스가 있으니 꼭 종족 특성이라기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도 될 듯.

      ...그리고 롱소드와 바스타드 소드의 차이라면,

      1. 롱소드 : 전체길이 120cm 내외, 블레이드 길이 90cm 내외이며 블레이드 밑둥이 두껍고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형태의 한손검. D&D에서는 1d8 데미지

      2. 바스타드 소드 : 한손검(롱소드)과 양손검(그레이트소드)의 중간 정도 길이라서 바스타드 소드(바스타드는 혼혈 또는 서자라는 뜻)라 불림. 한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양손으로 사용할 수도 있음. 전체 길이 150cm 내외, 블레이드 길이 110cm 내외. D&D에서는 1d10 데미지.

      ...라고 합니다.
      • 우와~ 구체적인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점점 빨려들어갑니다. 판타지 세계로.. ^^
        • 발더스 게이트나 아이스 윈드 데일, 네버윈터 나이츠 시리즈 등과 같은 AD&D(Advanced D&D. 상급자 용으로 D&D의 룰을 구체화한 것) 기반 RPG 한번 즐겨보시면 이쪽 세계 이해에 큰 도움이 되실 거에요. 온라인 게임스토어인 GOG란 곳에서 네버윈터 나이츠 2 컴플릿 팩 할인판매하기에 당장 지르고 요즘 달리는 중이라 판타지 관련 글이 올라오니 불타오르는군요...+_+
      • 무기 묘사를 보니.. 한 때 TRPG 던전마스터를 주로 담당하셨구나하는 의구심이 드는군요.
        이것은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알아듣기 쉬운 아이템 설명..
    • 저도 RPG 게임류는 그다지 즐기지 않고 전형적인 판타지물의 소재나 개념도 대략적으로 알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장르는 좋아합니다. 결국 제대로 된 판타지 장르는 거의 현실의 반영이거든요. 게다가 이를테면 게임에 나오는 마법사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더라도 우리가 어렸을 때 보던 동화에 나오는 마녀나 마법사의 이미지만 가지고도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잖아요. RPG라는 것도 결국 많은 부분이 유럽의 신화나 전설 등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고요. 다만 보람이님 특별히 판타지 장르의 이해가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아마도 좀 분석적인 성향이 있으셔서 어떤 사물이나 개념을 명확히 알아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저도 판타지에 몰입 못하는 타입인데, 이해는 못하진 않지만 재미를 못 느끼는 쪽이죠.
      과하고 복잡한 상황설정등등을 굉장히 지루해 하는 편입니다(..)
      근데 왕좌의 게임은 너무 재밌더라구요. 판타지지만 현실적인 설정, 스토리진행이 많아서인듯 해요.
      시작을 왕좌의 게임(소설말고 미드요)으로 시작해보시면 조금 발 들이기 편하지 않으실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얼음과 불의 노래 서적판은 '과하고 복잡한 상황설정등등'이 취향차가 꽤 있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
        왠지 언급하시는 판타지에 몰입 못하는 이유와 실제 좋아하시는 책과의 갭이 심해서 댓글을 안 달 수가..
        아, 저도 얼음과 불의 노래 좋아합니다. 드라마는 안 봤고 책으로는 보다가 끊겼더니 다시 손대기 어려워 못 보고 있지만요..
        • 그러니까 제가 괄호안에 소설말고 미드라고 했잖습니까~ ㅋㅋㅋ
          저도 소설은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진행 안된다는 악명이 좀 높아야말이죠(..);;;
          저는 첨부터 미드로 시작했고 소설은 절대 읽을 생각없고 엔하위키로 스포일러만 봤어요 ㅋ
          그치만 미드가 조기종영이라도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미쳐버려서 소설에 손을 댈지도 모르겠습니다-ㅅ-;;;
          • 아닛! 제 눈이 잘못입니다. 제가 못 봤어요. 죄송해요. 저 괄호가 원래 있었던 것입니까? 진정?
            아, 창피해. 소설 재미있어요 소설. 작가가 정말 무심하게 글을 써서 더 재미있어요, 소설.
            진행이 느리게 되도 좋으니 이야기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그런 상황이죠. (그런데 한국어판은 오역 때문에 말이 많긴 합니다..)
            작가가 개개인을 너무 잘 잡은데다 그 각각 중에 어느 누구도 버리기 아쉬운 그런 소설이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그럴때가 있죠 ㅋ

              아니! 소설 절대 안 읽을라고 그러는데 이렇게 꼬셔버리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 판타지 게임 좋아하고 d&d 룰도 조금 알지만 반지의 제왕은 재미없게 봤고 호빗은 반쯤 자면서 봤습니다. 무려 만칠천원 내고 갔는데 말이죠.
      일부 부류에게는 재미없게 만든 영화여서 그런 거 같네요.
    • 뭐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봐야되는건가요...

      전 그냥 상상의 이야기 쪽은 공감이 잘안돼요

      근데 나이들면서 약간 취향이 바뀌기도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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