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남기는 것_ 중국편(?)

저는 반찬 한가지로도 밥을 잘 먹는 편이에요.

집에서도 멸치볶음 한가지, 구운김 하나만 놓고도 밥을 촵촵 잘 먹어요.

 

몇 년 전에 중국 쓰촨지역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쓰촨은 특유의 맛있게 매운 요리와 국수를 실컷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한 곳이었어요.

밥을 먹을 때에는 채소볶음 같은 반찬 하나를 주문해서 쌀밥이랑 먹고는 했죠. (당시에 저는 채식중. 지금은..  -_-)

한국에서 못 보던 특이한 채소가 많아서 한 가지씩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마늘, 소금간만 해서 기름에 휘릭 볶아내기만 해도 하나같이 맛있었어요.

아마도 기름맛과 불맛이 얹혀져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하루는 동안거를 마치고 바람을 쐬러 나오신 한국스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날이었어요.

버섯, 채소 위주로 서너 가지를 주문하고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중국사람들이 윤기좔좔 알록달록 산해진미란 저런 것이구나~  싶은 요리들을 푸짐하게 쌓아놓고는 

요리마다 절반도 채 안 먹고 남기고 가는거에요. 

아, 고급식당은 아니었어요. 서민들이 가는 식당이라고 해야하려나요.

 

제가 스님께, "아이고,, 아까워요. 가져다가 먹고싶어요" 하자 스님께서는 먹고 싶으면 그러라 하시며 얘기해주셨어요.

중국사람들은 이런 곳(공개적인)에서 음식을 많이 주문하고 남기는 것이 부유함의 과시라서 음식을 다 비우지 않는다고요.

그러면서 농담쟁이 스님은 저에게,

"네가 제일 싼 채소반찬을 하나 놓고 밥을 싹싹 비우는 걸 보면 속으로, 아이고~ 외국에서 온 거지로구나~" 할거라고 장난을 치셨죠.

치워지는 음식접시들을 보면서도 먹고싶다, 아깝다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보통 중국사람'들의 외부에서 식사습관(?)이 스님이 해주신 말씀대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잘 아시는 분 계시면 말씀해주세요.

 

하여튼 저는 그날 이후에도 항상 제가 먹던 방식으로 식사를 했고요.

하지만 왁자지껄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저 사람들 지금 속으로 '아이고~ 외국에서 온 거지로구나~' 하고 있을까? 하면서요 ㅋㅋㅋ

 

음식을 먹는 행위는 허기짐을 채운다는 목적 외에도 참 여러가지 의미를 파생하고 있나봅니다.

 

 

    • 음식 관련해서는 들어 본 바가 없고, 그 쪽 사람들은 대낮에 시내 거리나 백화점같은 곳을 러닝셔츠나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구요.
      중국에서 몇 년 살다 들어온 친구에게 들은 얘기였는데 본인이 대낮에 일 안하고 한가하게 놀러다닐 정도로 부유하다는 과시라고..
      • 아~ 상해에서 저녁에 와이탄 강가에서 파자마 가족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는거군요^^ 저는 그냥 잠옷이라는 것의 개념이 다른것일까.라고만 생각했었어요. 가족과 함께 산책이라는게 일단 보기 좋았죠.
      • 푸하하, 이 이야기 보고 완전 웃었네요. 이 댓글을 읽으니 생각난 에피소드 하나...
        몇년 전에 신사동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던 어느 노천카페에 가게 됐어요. 자주 가기 어려운 곳이라 저도 동행도 한껏 멋을 내고 갔고...
        또 그 동네가 그렇잖아요, 다들 한껏 치장하고 온 사람들뿐이었는데..
        한 중년의 남자가 파자마 아랫도리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넉넉하고 무늬진 반바지 차림으로 그곳에 들어서더라고요.
        그 털털한 차림새에 모두들 주목했고..다시 보니 유명 작곡가 K씨더라구요.
        저런 사람은 이런 데 딱히 멋부리고 오지 않는가보다고, 자주 올 수 있으니까, 하고 동행과 속삭였던 기억이 나네요.
    • 음식을 남기는 행위 관련.... 친구나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와 가족들끼리 식사하는 경우 조금 다릅니다. 보통 주최자 입장에서 음식이 남아야 충분히 제공을 했다는 예의를 차린 것으로 여기는 관습이 있는거지 '과시'의 의도로 보는건 나쁘게 해석하려고 작정하는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남은 음식 없이 다 비우면 더 먹을 수도 있었는데 주최자가 짜게 굴어서 모자르게 준비한 것으로 비춰진다는 논리이죠) . 한국의 경우 손님 입장에서 남기면 안되니 다 먹는 것이 예의일수도 있고 주최자 입장에서 손님이 남기면 음식이 마음에 안든다는 신호로 간주하는등 음식이 남는거 자체에 대한 바라보는 시각이 중국과 다를 뿐인거죠.
      제가 겪어본 지역의 중국인들도만 국한한다면, 가족들이나 절친끼리 어떤 허례가 필요 없는 사람들끼리 식사하는 경우에는 알맞게 보통 시켜 먹습니다. 때문에 남으면 싸가는 사람들도 제법 되고 그래서 식당에서 1회용 포장용기와 종이백을 잘 준비하고 고급 식당일 경우 포장비를 별도로 받기도 합니다.
      • 네, 시각이 작용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의 식습관과 다르다고 해서 그런 방식의 식사가 과시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어요. 만약 과시라고 해도 나쁘다고 보지 않고요. 식문화라는 것은 외부인이 짧은 지식으로 쉽게 재단할게 아니지요^^ 여행하면서 만난 중국인들과의 식사가 항상 즐거웠어요. 한국인들보다 더 열심히 끼니를 챙겨먹는 것도 재밌었고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른아침에 모여 국수를 끓여먹던 풍경은 정말 진풍경이었죠.
    • 이 남기지말고 다먹자는 서양손님 마인드와 넉넉히 대접하자는 중국주인의 문화적 차이를 코믹하게 그린 광고가 있었는데 정작 무슨광고였나 기억이 안나네요.
      • 궁금하네요^^. 장자크상페 그림책에서 봤는데 프랑스에서는 초대받은 집에서 음식을 남기면 큰 실례라고 하더라고요. 맛없단 의미에서요. 곁다리로,, 초대받은 시간보다 30분 이상 늦어줘야 예의라고. 음식준비항 시간을 넉넉히 주는 차원이이라죠.
    • 제 경험상으론 중국 본토가 아닌, 미국이나 홍콩 등지에서 만난 중국사람들도 다 그래요-많이, 가짓수도 골고루 시켜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는 거요. 그러고보니 중국식당에 갈때 그렇게들 하던데요.

      딱히 그런 관습의 기원?을 파보진 않았지만 그냥 꽤 오래된 문화려니 했지요. 근데 1/n 로 페이할때는 솔직히 아까워요ㅠ 난 첨부터 다 못먹을꺼 알고 있었다규ㅜ
      • 근데 정말 중국사람들 참 맛있게 잘 먹지 않나요? 한족이라고 하는게 맞을것 같네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 거하게 만들어먹고는 같이 안먹은 저한테 바오즈집 알려준다면서 같이가서는 또 먹더라고요. 물론 남김없이요. 하긴 체면차릴 상대가 아니니까요^^
    • 한국도 옛날 농촌지역에서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남기는 게 미덕이었습니다.
      밥을 싹싹 다 비우면 부잣집에서 컸구나, 하고 생각했대죠. 체면 안 차리고 먹는 집이란 생각에.
      우리 때는 그런 게 사라져가고 오히려 밥을 다 비우라고 교육받았는데,
      생각해보면 남의 집에서는 밥 남기는 게 좋다고 들었던 기억도 있고 아리까리합니다. 물론 요즘은 그런 거 없습니다.
      • 20여년전..맙을 남기는 게 예의이던 시절이 해석이 다양하군요.
        밥을 다 비우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럴까..라는 시선이 두려워서 그랬고,
        밥을 남긴다는 것은 나는 먹을 만큼 먹고 다니기에 많이 먹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들었어요.
        남은 밥은 재활용하거나 돼지, 개의 것이 되기에 부담도 없었다고...
    • 한국도 약간 그런 것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들끼리(뭐 4,50대 어르신들의 고등학교 동창회라던가) 놀민놀민 노실 때엔
      소갈비집이나 오리백숙집 횟집 같은 곳 가서 부족하지 않게끔 푸짐하게 준비해서 걸판지게 먹고, 깔끔하게 다 없어져야 한다는 강박 없이 일단 푸짐하게 차리지요.
      결혼식이나 각종 잔치를 봐도 그렇고요, 집들이에도 많이 남을망정 모자라지 않게 차리고, 어릴때 반에 하드 사서 돌려도 몇개 남게끔 사서 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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