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관광도 인맥 기타등등

안녕하십니까. 

오늘 간만에 대단히 날씨가 따뜻했습니다. 며칠 전까진 한파가 와서 눈이 마구 내렸던 걸 생각해보면 날씨란 참으로 오묘하군요.


오늘은 일하면서 느끼는 한국에 대한 생각과 그 외의 잡다한 불평, 그리고 우울증의 정황과 의문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제 글은 거의 다 그렇습니다만 침침한 게 싫으신 분은 스킵 부탁드립니다.




1.

저는 일단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 오너가 바뀌기 전까지는, 일단 평범하달까... 그다지 유명하거나 손님이 많지 않은 다소 별볼일 없는(?) 리조트 시설이었습니다만... 오너가 바뀐 이후로 한국 손님이 굉장히 늘었습니다.

실상 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인이 되어 버렸죠.

이 지방 사람들에게선 그다지 좋은 평판이 아닌 듯합니다. 하긴 저라도 외국인이 잔뜩 늘어나 있으면 좋게 생각되지는 않겠군요.



한국에 살던 때도 느꼈는데, 한국 사회는 인맥이란 게 참 중요하구나 하는 겁니다.

낙하산 인사까지는 아니어도 누구누구의 소개로 일을 하게 되거나 하는 일이 흔하거든요...

물론 정말 재능있고 능력있는 인재라면 안 그러신 분이 많겠지만, 저같은 평범 이하에 외모도 수준 이하인 인간은 어디 가서 자력으로 일자리 구하는 것도 힘겨웠습니다.


근데 여기서 한국인 손님 예약이 들어오면....

우스운 것이, '모모의 소개입니다. 잘해주세요' 라든지, '모모 사장님의 지인입니다. 특별 서비스 부탁드립니다', '모모 씨의 친척인데 ㅇㅇ에서는 잘나가는 분이랍니다. 서비스해주세요' 라는 문구가 대부분이란 겁니다... 관광도 인맥시대군요. 참 우습달지 어이가 없달지 그렇습니다. 게다가 누군 잘해주고 누군 잘 안해주나... 뭘 이렇게 서비스해달라느니 잘해달라느니 하는 말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2.

누구나 자기 자신이 속한 사회, 국가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알게 될 것이고 좋은 면만큼이나 나쁜 면도 잘 보일 것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비판하느냐 아니면 무작정 감싸거나 좋게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진보냐 보수가 갈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강한 편입니다.

물론 제가 사회에서 이렇다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아니거나, 사회의 좋은 점을 보기에는 뒤떨어진 자질을 가진 인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도 모자란 제가 살기에 한국 사회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릅니다. 그냥 제 눈에 띄는 불합리한 점이 많아서 그렇겠지요. 저 자신도 그다지 합리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여기 오시는 한국 손님들은 대체로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엔 안 좋은 점이 참 많지요.

확실히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보니 그런가 손님이 수퍼갑이 되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요구나 불평 불만까지 다 듣곤 합니다. 때론 술 따라 보라는 요구도 받는데 내가 이걸 당연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헷갈립니다.

물론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그냥 다 네네 하고 말아야겠지만...

말단 종업원에게도 상냥하게 대해주는 일본 손님하고, 소리부터 지르고 종업원을 종 부리듯 하는 한국 손님을 보고 있으면 왜 같은 인간인데 이렇게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깎아 달라는 요구는 왜 이리 많은지, 이것도 깎아줘, 저것도 깎아줘 하는 통에 안 그래도 엄청 싸게 판매하고 있는 관광 상품인데 대체 회사의 수익은 어찌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하는군요...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우선하게 마련이지만...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왜 내 눈에는 한국인의 좋은 점이 안 비칠까요.

제가 애국심이라거나 자긍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럴까요. 저는 자기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성별이나 외모 같은-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비하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치만 지금 이런 입장이 되니 대체 한국인이란 내 정체성은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이전에 그만둔 한국인 직원도, 지금 한국인 오너도, 그리고 저도 비슷한 점이 있거든요.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낸다는 것. 

그게 한국인이어서 있는 공통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변의 일본인 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신경질을 흩뿌리고 다니지 않아요.

저도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자주 신경질을 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또 우울해집니다. 나도 똑같은 놈이고 다를 바 하나 없구나 싶어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그 사람 안의 자신과 같은 점을 볼 때라고 하니까요.



여담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참 김치를 좋아하는군요. 저도 김치는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 오시는 손님들은 연령층이 30대 이상이 많아서 그런가 내내 김치 더 줘! 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괜히 딴 나라서 퍼킹 김치맨 소릴 듣는 게 아니었군, 하는 뻘생각만 납니다.




3.

우울증 약을 안 먹은 지 꽤 되었습니다.


여기 와서는 자신이 많이 밝아졌고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느낍니다.

모두들 상냥했고 제가 실수를 했다고 해서 인격을 비하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죠. 

가끔 바보같은 자신이나 고향 생각에 슬플 때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슬픔에 시달려온 때에 비하면 정말 대단히 상태가 좋아졌었습니다.

우울증이 심할 때는 늘 머리가 멍하고 피로감에 시달리고, 뭔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느낌도 상당히 완화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새 오너가 오고 나서, 매일매일 욕을 먹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나날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이제 일상이 된 고함소리를 듣고 나니 눈물이 주륵 흐르더군요. 

지금도 그냥 피로합니다. 

또 다시,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는 상태가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갑갑합니다. 

병원에 갈 수 없으니 약을 더 얻을 수도 없는데...

왜 이런 스트레스 상황이 자꾸 반복되는 걸까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임계치가 너무 낮아진 것 같습니다.

6개월간 좋은 직장 환경에 있었을 때는 내가 다 나은 것처럼 느껴졌는데....

다시 어딜 가서 일을 한다해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면 또 머리가 멍해지고 제대로 생각을 못하게 되겠죠.

나는 평생 스트레스가 적은 일만 찾아다녀야 하나, 하는 우울한 생각만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어디 있을까요.


우울증이란 건 평생 낫지 않는다고 어떤 의사 선생님이 말하셨는데...

보이지 않는 미래만큼이나 막막하네요..




4.

스트레스 때문인지 식욕이 급증했습니다.

뭐 뱃구리는 워낙 자주 굶었더니 좀 줄어서 먹고 금방 배가 불렀는데, 문제는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은데도 자꾸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피곤하네요....

머릿속이 잘 굴러가지를 않네요.



좋은 밤 되세요. 

    • 힘 내세요. 저도 요즘 우울증 관련한 책 읽으며 공부중입니다. 그래도 저보다 훨씬 더 나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요. 맛있는거 드시고 힘 내세요.
    • 일본에 비하면 아직 한국인들이 매너가 딸리는 건 사실이겠죠. 특히 오육십대가 심한거 같고..
      봄이 와서 날씨가 좋아지면 기분도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요? 겨울에 일조량 줄어 들어서 사람이 우울해지는 건 공통적인 현상이잖아요.
      힘내세요! 그 또한 지나 갈겁니다
    • 워킹 비자는 일자리를 바꾸면 안되는 건가요?
      제가 보기에 에아렌딜님은 한국 사회나 한국 사람하고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굳이 지금 이 직장을 고수하면서 괴로워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책임감이나 의리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신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느 직장 또는 조직에서나 나 없으면 잘 안돌아갈 것 같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고,
      저렇게 괴로워하시면서 일을 하시는 거는 에아렌딜님께나 직장에나 둘 다 별로 도움이 안될거예요.
      우울증이 있고 그걸 어떻게 해볼 생각이 있다면 우울증을 촉발할 수 있는 환경을 빨리 감지하고 빨리 손을 쓰는게 중요합니다.
      제발 다른 직장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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