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상상을 어떻게 하시나요?

제가 정말 궁금한 것 중에 하나에요. 다른 사람의 상상의 형태는 어떻게 생겼을지 말이죠. 생각과 상상은 두 개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생각은 논리나 언어적 형태를 만들어야 할 때,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창작할 때 머리 속에서 구현되는 형식이고, 상상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설명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그것이 설명하지 않는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개의 명확한 차이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차이가 있으므로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서 물어봅니다.


저의 생각은 언어적 형태로 되어 있는데, 가끔은 이미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미리 머리 속에 정리된 것을 쓰는 것이 아닌,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들을 긁어다 모으는 느낌으로 제 머리 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주워서 정육면체의 나무조각 형태의 블록을 쌓아 올리는 느낌으로 씁니다. 그리고 평소에 기억해놓는 글의 소재들은 매우 엉성하고 뼈대만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 글을 쓸 때가 되어서야 그 블록 들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인 글은 그럭저럭이지만 논리적은 글은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엉성하게 유지됩니다. 첫 번째 블록과 다음 블록의 공통점은 제가 느끼는 유사성 밖에는 없고, 그것을 통해 논리를 형성하려면 그 때 그 때 설명을 붙여야 되거든요. 그것이 제 생각의 형태입니다.


제 상상의 형태는 이미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각적인 것은 거의 없고 청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언어적인 청각이죠. 그래서 글을 읽을 때 딱히 시각적인 묘사를 신경쓰지 않고 읽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책이 영상이나 만화로 나왔을 때, '으잉? 저게 저렇게 생겼었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의 형태가 저렇게 생겼다니 말도 안돼!' 하고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것을 만든 쪽에서 최대한 책의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노력할 때가 많더라구요. 책을 읽으면서 목소리가 들리시는 분들은 많으리라고 생각하구요. 채팅을 할 때도 목소리를 상상하며 채팅을 하게 되고, 글을 읽을 때도 목소리를 상상하게 됩니다. 채팅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누가 '제 목소리 어떻게 들려요?'라고 물어봤는데 제가 목소리를 묘사하는 것에는 완벽하게 잼병이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입니다. 들리는데, 목소리를 묘사를 하질 못하는 그 끔찍한 답답함!


누구는 책을 읽으면서 색감이나 그런걸 보면 눈에 보인다던가, 명확한 이미지가 없으면 책을 읽을 수 없다던가 한다니 분명히 다들 상상의 형태가 꽤 다르겠죠. 생각의 형태도요.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그리고 혹시 이러한 것에 대해 인간 개개인에 대한 연구가 있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아무래도 '심상'이라는 단어가 이쪽 계열일 듯 싶은데 그 계열에서 적절한 책을 본 적이 없지 말입니다ㅠ.

    • 저는 생각을 가지 뻗어나가듯 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무한대로 가지를 칠 수 있고 새로운 가지에서도 역시 무한대의 가지가 가능하단 전제를 열어 놓고 있습니다. 주제에 대해 제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보는 식으로 합니다. 상상은 하겠다고 하는게 아니니 패스,
      • 가지라.. 상상이 안 되는군요. 접합점이 있고 쭉쭉 늘어나는 다리들이 많은 형태일까요. 플렉탈과 흡사할까란 생각은 하나 역시 다른 사람의 생각은 들어도 전혀 모르겠네요. 이래서야 수집하는 의의가 없군요..
    • 제 상상은 지극히 시각적 이미지 위주입니다.

      청각쪽은 거의 떠오르지가 않아요.

      그래서 어떤 상상을 할 때 보다 디테일적인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음악이 필요하죠. (덕분에 재생목록의 90%가 사운드트랙;;)

      그러고보니 궁금해지네요. 시각이나 청각 외에 후각이나 촉각으로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 저는 청각적인 상상을 하는통에, 목소리가 있는 음악 들으면 상상력은 저 아래로 곤두박질칩니다. 없는거면 그나마 낫구요.
        상상력은 아니지만 후각적 생각(이라고 해야하나)에 집중한 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로 상상하시는 분들이 못내 부럽습니다. 상상의 형태와 기억력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그런데 제 기억력은 왜 ㅠㅠ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전교1등이 청각형 타입이었네요. "교과서를 보면 막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니?"라고 하면 다른 애들이 너만 그런데, 했던 기억이 나네요.
          • 아니 그렇다면 제 학창시절 공부실력은 왜 ㅠㅠ

            생각의 형태와 다른 요소는 그리 연관관계가 없나보군요..
    • 저는 시각이에요. 교과서를 읽거나 소설을 읽을 때는 항상 이미지로 인식해요. 그런데 목소리는 들리지 않네요 ㅋ
      • 다들 그렇게 읽는거 아니었나요! ㅠㅠ 목소리, 들어본 적 없습니까!
    • 이런 글 참 좋아요.
      글 잘 쓰시네요! 생각과 상상의 과정을 그 정도 표현하실 수 있다는게 대단해요! 또 글로 쓰시려고 시도하신 발상자체도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네요.
      외국어를 현지에서 배우면서 생각을 그 나라 말로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막상 시도해보니 저의 생각은 어느 언어가 아닌 느낌의 덩어리들이더라고요. 작은 생각들이 구름이나 연기같은 기체 덩어리로 머리 속을 구석 구석을 차지하다가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의식적 단계를 거처서 음성화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상상을 하는지는 앞으로 관찰해봐야겠어요~
      • 느낌의 덩어리라니, 역시 다른 분들의 머리 속 형태를 이해하는건 매우 어렵군요. 아무래도 이런 계열에 대한 연구가 없는 이유는 서로 너무 다른 내적 인식 능력과 방법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떻게 상상하는지 더 자세히 아셨으면 더 가르쳐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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