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 후기...
배우 주진모씨였던가요, 그분이 예전에 일본 배우들하고 극을 만들어 올린적이 있었는데 극중 이런 장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자신들의 모국어를 말하는 식으로 극이 진행 되었는데, 한 배우가 상대방 국가 배우에게 나는 다쳐서 가망이 없으니 어서 너라도 도망가라! 라고 말 하니까 상대 배우가 싫습니다! 여기 있겠습니다, 라고 (서로 다른 언어로) 대답이 오가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너나할거 없이 막 쏟아지더라는거에요. "불의전차"를 보면서 주진모씨가 말한 그 느낌을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편의 잘짜여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풍성한 한편의 선물세트를 맛본 느낌이었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 듯 하네요. 내용이나 소재 자체는 한일 합작 블록버스터(?)급 연극치고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불의전차"는 따지고 보면 허술한 구석이 굉장히 많았던 연극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보기에 너무나 당연하고 식상해서 클리셰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 연극에서 중요한 점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극에 깊은 감명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배우, 관객의 경계를 떠나 서로를 인간대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일제가 저지른 각종 만행들을 배우들이 꼼꼼하게 훑어주는데, 일본 관객들 그런걸 배웠을 리가 거의 없지 않았겠어요. 톱스타급 배우들이 그런 역사적 진실을말해주니까 더욱 임팩트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차승원씨의 연기야 뭐, 꼭두쇠(상쇠?)와 잘 어울리는 피지컬(...)에 연기도 자연스러워서 괜찮았구요. 히로스에 료코상은...그냥 감사하죠. 료코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 있을까 싶었는데 고마운 기회였구요. 카가와 테루유키상의 연기력은 이 작품에서 군계일학이었다고 봅니다. 10년째 한국어 공부를 해오고 있는 츠욘시큰보다 더 한국어가 자연스럽고 유창했어요. 한국 영화의 광팬이라는 걸로 봐서 한국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싶었어요.
일본 아주머니들이 정말 많이 오셨더군요. 차승원씨때문인지, 아니면 츠욘시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본 사람 기반 공연이 한국에서 오면 일본 관객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게 문화의 차이인가, 경제력의 차이인가 궁금했습니다.반대의 경우에는 그만큼 많은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갈 것 같지는 않거든요... 연극끝나고 로비로 나오니까 제복입은 아저씨들이 싱글거리면서 서있고, 일본아줌마들이 앞에 모여있길래 무슨 이벤트인가? 헉! 혹시 배우들 사인하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까 MK택시 기사 아저씨들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