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녀들은 어떻게 친구가 되고, 왜 등을 돌리는가?



인터넷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게시물 중 하나는, 남녀의 언어적 차이에 대한 것입니다. 
대체로 남자의 말은 직설적이고 함의하고 있는 바가 없으며, 여성의 것은 좀더 은유적이고 심지어 반어적이며 복잡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하지만 왜 여자들은 서로에게 칭찬을 하거나 맘에도 없는 말을 할까요?

여성학&정치학 전공자인 레이철 시먼스가 저술한< 소녀들의 심리학>은,  '그들은 어떻게 친구가 되고 왜 등을 돌리는가'라는 부제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따돌림을 견뎌냈던 경험을 떠올리며, 1년이 넘는 시간동안 10개 학교와 작업한 것을 이 책으로 펴냈습니다. 
따돌림의 주축에 서 있는 소녀들은, 왜 다른 소녀들을 괴롭히는걸까요? 

 

 

 


"소녀들의 경우, 공격의 사회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공격의 부재다.

소녀들은 공격을 표출할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표출하지 않는 법을 배울 뿐이다."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교실을 몇번 관찰하기만 해도, 이들의 갈등 해결 방식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똑같은 갈등이 생겨도 이들은 성별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태도에 따라 각자 다르게 반응하죠.
 

일반적으로 우리의 문화는 소녀들이 갈등을 공개하는 것을 가로막고, 공격의 형태도 비육체적이고 간접적이며 은밀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회는 여성들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이를 '기가 세거나,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억압하고

자신의 장점을 겸손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자기 혼자 잘난 줄 아는 재수덩어리'라고 구분짓습니다.

우리의 책과 영화에서 '착한 소녀'는 모두와 두루 친하게 지내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따뜻함이나 미소 같은 양육자로서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시선은 소녀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때문에 여학생들의 문화는 결코 갈등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요.

소녀들은 뒤에서 흉보기, 따돌리기, 소문내기, 욕하기. 조종하기 등을 통해 표적으로 삼은 대상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줍니다.

이들은 주먹이나 칼 대신 몸짓언어나 관계를 이용해 싸웁니다. 우정은 무기가 되며, 주먹다짐 대신 끝없는 침묵과 소외가 시작됩니다.
이유를 물어도 '화나지 않았어', '아무 문제 없어'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난다거나,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나 연구자들의 관심에서도 소외되어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감정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확신할 수도 없기에 인기가 있는 아이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모두에게 교실은 지뢰밭과 같죠.
 

게다가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하며(쌩얼도 화장한 모습도 예뻐야 함), 자신의 장점은 정치적으로 잘 포장해야 하죠.
'아냐 이건 별거 아닌걸, 네 --가 훨씬 부러워'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미움을 사고 맙니다.
 
여자들의 뒷말은 남자들의 육체적인 폭력보다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데 훨씬 탁월한 방법입니다. 
주로 대상에 대한 흠집내기는 그녀가 ‘걸레’며,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이는 이 여성이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공식적이고, 확인된 사실로 만들어 버립니다.
즉, 적이 성공적인 짝짓기를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죠.

대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몇 대 때리고 꼬집어서 멍자국 좀 남기느니 이것이 훨씬 더 어마어마한 복수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현상은 '여자들은 믿을 수 없고 교묘하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오히려 편하다' 생각을 가져오고,
성인이 된 뒤에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문화에서 성장한 여성들은 직장 생활에서도 개인적인 관계에 초점을 잘못 맞추게 됩니다.

게다가 강한 리더의 자질들은 반감을 일으키는 소녀의 특성과 같았습니다.

(똑똑하다, 고집이 세다, 요구적이다. 전문적이다. 진지하다. 강인하다. 독립적이다. 자기중심적이다. 거리낌이 없다. 예술적 조예가 깊은 척한다 등)

여자들은 동료나 상사에게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이를 대인 갈등의 신호로 해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아니'라는 대답이 예상되는 질문은 피하고,

그런 대답은 '상사들과의 관계가 실패한 표시'로 여기죠.
 
많은 여자들이 실제로 아는 만큼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상황, 즉 허세를 부리는 상황을 두려워하므로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습니다.
남성에게 자신감은 미덕이지만,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아이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녀들처럼
여성 직장인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로 비칠까봐 두려워합니다.
 
또한 '데이트 신청을 받기를, 수업에서 지명되기를' 기다리는 소녀들은 성장해서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는 사람보다 거기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기다리는 사람이 됩니다.
행동과 말이 아닌, '단서'를 통해서만 친구들과 의사소통 하는 소녀들은 훗날 어른이 되어

그들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상사가 알아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여자가 되어버려요.
 
 

 

소녀들이 자기주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거나 전혀 배우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정도 힘밖에 발휘하지 못합니다.

리더 대신 조력자가 되고, 무대 중심 보다는 무대 뒤에서 일하게 되죠. 사장이나 회장이 되기보다, 부사장이나 부회장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신감 있고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싸울 줄 아는 여자는

종종 '남자답다' '독하다' '냉정하다' 여자가 아니다' '공격적이다' 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애써온 소녀들이 미래에 부당한 취급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 책에서는 가장 후반부에 부모와 아이자신, 교육계에 가이드를 제시해요.
부모를 위한 조언에서 몇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내 아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아이에게 '인기 없는 아이'라고 실망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방관하지 말라는 것
(사례에서 본 가장 최악의 태도는, '기도하면 나아질거다.  이 모든 시련도 나중엔 하나님이 좋게 사용하실거야'라고 말한 부모-_-;;)
그리고 학교에 분노한 상태로 전화하거나, 따돌림을 주요 화제로 삼아 찾아가선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소녀들에게 '모든 사람과 친절하게 지내라'고 말하는 것은 '친절하고 상냥함의 폭압을 강요'하는 꼴입니다.
여자아이를 '착하고 얌전한' 틀에 끼워놓는다면,  갈등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힌트에 의존해 인간관계를 맺는 소녀들과 그렇게 성장한 여성들이 사라지지 않겠죠.

 


 

    • http://onlineif.com/main/bbs/memo.php?wuser_id=new_femlet_columnx&u_no=1094&no=11666&sn=

      저는 작년부터 국민대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형강의이다보니, 여성학을 때로 주입식으로 가르쳐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보고자 가끔 학생들을 나누어서 토론을 하고는 합니다. 한번은 여성과 남성이 관계맺는 방식에서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길리건의 "하인즈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인즈는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훔쳤습니다. 이에 대해 남자아이는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훔쳤으므로 법이 정상을 참작해야한다고 대답한 반면 여자아이는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훔쳐서 감옥에라도 가면 부인의 마음이 너무 좋지 않을 것이고, 또한 부인의 병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남자아이는 당장 닥친 상황에 대한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반면, 여자아이는 관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고민들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길리건은 분석하고 있지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생들은 일견 끄덕이면서도 갸우뚱하는 눈치였습니다. 질문을 했습니다. "절대 왕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뭐예요?" 여학생들은 "단짝 친구가 있으면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남학생들은 "힘이 세면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더군요. 여학생들은 왕따를 관계의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남학생들은 힘과 권력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왕따는 어떤 문제일까요? 관계의 문제로 접근하면 왕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됩니다. 힘의 문제로 접근하면 왕따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됩니다. 여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기력하고 남학생들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흐음...그렇다면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대부분 관계를 "힘"으로 이해하는 것때문에 왕따라는 문제가 생겨나는 것을 감안한다면, 흐음. 결국 남학생들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힘"은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군요. 쉬운 해결책들은 대부분 자가당착이게 마련인가 봅니다.
    • 레이철 시먼스는 위에 언급한 길리건 등의 연구도 '양육'에 의해 만들어진 왜곡이라고 보나요?
      • 음 길리건의 연구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서 좀 부정확하지만, 제가 이해한대로 말씀드리면 이 책에서 피해자가 된 소녀들은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요(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들은 그녀의 부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억압에 맞서라고 교육받아서, 갈등을 힘의 문제로 인식해 직접적으로 싸우는 경우도 있었어요. 책에서 강조하는 것도 여성이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한다는 거였어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녀들이 용기내서 이유를 물어봐도, 아이들은 '아무 일 없어'라거나, '딴청피우기'식으로 갈등상황을 회피해버리기 때문에 반복되는 좌절을 겪더라고요. 결국 학습된 무기력과 비슷한 상황에 빠지고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계속 심해지고,뚜렷한 이유도 알 수 없고.. 뭐 그런 늪이죠.
    • 여중 여고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본문만 읽어도 고스란히 그때 느낌 살아나요
      • 사례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맘 아프더라고요..
    • 여자남자 친구 별로 없는 어웃사이더여서 그런지 본문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겠네요
      • 전 요즘 여학생들 왕따문제 떄문에 머리가 아파서,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그런데 또 이런걸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고 하니 답답해지기도 하고 ㅠ
    • 아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직장 여성이 되었을때의 부분은 다소 부정적으로 그려졌지만 외부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주장 대신 언어 외적인 소통으로 알아서 인정받거나 선택되어지길 바라는 태도의 모순만 자각&보완한다면 오히려 관계를 이해한다는 점이 큰 무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장단이 있죠..
      • 네 그런데 여성들의 관계가 문제가 되는게, 확실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거나 갈등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게 아니라 가해자도 따돌리면서 분이 풀리지 않고-_-;; 피해자는 무슨 일인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당하고..뭐 이렇게 되는 =ㅁ=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관계중심적인건 좋은데, 자기주장도 펼치고 자신의 장점도 자신있게 드러내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 왕따 부분에 대해선 가정의 분위기와 교육이 크게 작용하겠죠. 부모가 본문과 같은 인과 관계를 인식하고 사려깊게 자녀를 대해야 한단 평소의 생각에 근거만 점점 쌓입니다. (그러나 결혼을 안할 수도 있다는게 함정? 떡도 없는데 샹각으로 김칫국만..) 우리 사회가 남자 아이를 교육하는 잘못된 관습엔 어떤게 있는지 또 것도 궁금해지네요.
        • 남자아이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책에 있었는데, 다음에 올려볼게요 :)
          • 오.. 남자아이들에 관한 책도 있나요? 책 이름부터라도 좀 알려주세요..^^ 소녀들의 심리학이랑 같이 사야겠어요.
            • 딱 남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책은 아닌데, 이 책도 참 좋았어요.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마이클 톰슨-'입니다 :)
              • 이 분 책으로 아들 심리학도 있군요. 이것도 흥미가 생기네요.
                부모가 되고보니 어찌 키워야 되나 걱정만 느는군요.
                • 오 아들심리학도 나와있군요. 책 읽으면서 언급된걸 봤는데, 저도 사서 읽어야겠네요 :)
    • 제가 말씀드리려는 건 남녀는 약간의 성차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문안한애긔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어떤 특질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길리건은 그 점에 대해 장점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했죠. 책을 직접 읽지않아 확실치 않지만 쓰신 내용의 어떤 부분은 여성이 남성처럼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어서 질문드려봤어요.
      • 아 이 책은 성차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아요. 남성들은 여성과의 비교대상으로만 등장합니다.(물론 남녀간의 성차는 존재하겠지만) 책의 초점 자체가 왜 소녀들은 이들을 따돌리고, 남성과는 다른 '비육체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처럼 되는걸 바란다기 보다는, 여자아이가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소년들처럼 소녀들도, 공격성, 경쟁심, 질투,분노가 있는데 이를 적절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무작정 억눌러서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거든요.
    • 딸가진 엄마는 아니지만, 당장 저의 행동 패턴, 제가 회사에서 겪는 일들, 제 자식의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이네요. 이 책 꼭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네 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여학생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제 자신이 여자인데도 남학생들의 것보다 더 풀기 어렵더라고요. 데려와서 이야기를 해도 말을 하지 않거나, 회피해 버려요. 드러내질 않으니 계속 관찰하지 않으면 눈치채기도 어렵고요. 깡깡님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 잘읽었습니다.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여학생들사이에서는 따돌림이 가장 큰 문제인것같습니다. 따돌림에 동참하는 여학생중에서 자신이 잘못을 인지하면서도 친구들에게 옳은소리를 내지않습니다.
      • 10-14살 사이가 소녀들의 따돌림이 가장 정점이 되는 시기라고 해요. 동참하는 아이들은 옳은 소리를 내면 자신도 따돌림을 받을까봐 말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회피해버리죠. 갈등을 드러내놓질 않으니 해결하기도 어렵네요..
    • 보통들 중딩때까진 양심과 현실, 윤리-도덕과 암묵적이고 실질적인 규칙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고교쯤 가선 다들 그런 현실에 적응해버리고 누구 하나 피 보기 전까진(사실 피를 보고 나서도)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로 치부해버리죠. 다들 커버린달까... 희생양은 '암묵적이고 실질적인 규칙'을 미처 다 익히지 못했거나 이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고요. 아니면 운이 없는 애.
      뭐 환경... 입시 분위기라던가 그런 게 좀 느슨할 수록 애들도 좀 더 착해지는 경향이 있긴 한 것 같긴 한데요...
    • 100%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성의 부재를 공격의 무기로 삼게되어버린 여학생들의 방식도, 힘으로 관계의 수직성을 확인하거나 재편하고자 하는 남학생들의 방식도 모두 마음아프네요.
      사회화 된 성 역할에 '인간성'에 대한 진지함이 부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온전히 자신으로서 인간성을 지키고 타인의 존재를 건강하게 인정하기 위한 교육은 너무 오랜기간 미미하거나 없었던것 같아요.
      여학생들에게 사회적으로 고정된 남학생에게 기대되는 것들을, 또 남학생에게 역시 여학생에게 기대되는 것들을 단순히 절충시키거나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인간, 자아와 타자에 대해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 긍정적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
      댓글을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가봐요.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시는 분이 계셔서 참 좋네요.
      짧은 생각으로 쉽게 말을 던진 것 같아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에 덧붙입니다 :)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남자여서 그런가 왕따 문제는 무리짓기의 하나로(특정 아이를 따돌림으로서 한 무리임을 확인함) 대상은 권력(힘,매력,영향력 등)이 약한 자에게 행해지므로 해결방식은 해당 약자가 권력(힘,매력,영향력 등)을 획득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써 놓고 보니 폭력적이긴 하군요), 여자들 사이에서는 역학관계가 다른가보죠?
      • 여자아이들 중 왕따를 시키는 구심점의 아이가 쥔 힘은 남자아이의 명확한 힘과 달리 다른 아이들의 지지나 인기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생각 없이 휘둘렀다간 한순간에 위치가 역전 될 수도 있는 위태로운 구조죠. 여자아이들의 권력은 다루기 까다롭고 몹시 미묘한 뉘앙스를 품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정치적 제스쳐에 상대적으로 둔하거나 얌전한 아이들이 무리 밖으로 밀려나며 왕따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여자아이들 중에서 권력을 잡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유도 및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아이는 또래는 물론 보통의 둔한 성인보다도 더 영특하기 때문에 문제를 표면 아래로 숨기고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끔 조정하는데도 능합니다. 왠만큼 문제가 붉어지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문제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죠. 문제는 이렇게 주동자가 쥐는 권력이 주동자 내부에 있는게 아니라 외부에 있는 만큼 몹시 불안정하단겁니다. 얼핏 보기엔 양 무리 안에 양으로 위장한 늑대가 다른 양들을 조종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양 무리의 여론 자체가 권력인 셈이라 (가능성 면에서) 늑대처럼 보이는 아이도 양에 불과하고,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힘의 관계인 셈입니다. 주동자도 스트레스를 받는 형태죠. 왕따 대상을 만들어 따돌림으로 자신의 권력을 무리에게 끊임없이 주지 시키지 않으면 언제라도 자리를 잃을 수 있는, 혹은 가장 아래까지 추락할 수 있는 불안함을 안고 있는 겁니다. 왕따 대상 다음으로 스트레스치가 높은 위치일 겁니다. 일상 생활 자체가 살얼음판 같은 예민한 세계인 셈이죠.

        물론 반 전체가 한명을 따돌리는 대규모 형태는 상대적으로 드무니까요, 보통은 한 반에 여러 무리가 형성되고 잔잔한 무리에 속한 아이들은 왕따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죠. 모든 여자아이들의 관계가 꼭 따돌림으로 흐르는 건 아닙니다. 남자 아이들의 왕따가 힘을 과시하려는 주동자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여자 아이들의 왕따도 인기를 높이고 유지하려는 주동자로부터 발화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런 타입이 껴 있지 않은 무리는 미묘한 역학관계는 있겠지만 그게 따돌림으로 발전할만큼 크지 않을때가 더 많습니다.
        • 죄송하지만 오타 지적... 붉어지지(X)-> 불거지지(o) 입니다;
          문안한애긔 님 글을 보니까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화 <그남자 그여자>에 나오는 유키노 왕따 사건이 비슷한 것 같네요. 아이들의 여론이 주가 되기 때문에 결국 왕따를 주도한 애도 사실이 밝혀지자 바로 역관광을 당하게 되죠.
          • 오, 지적 감사합니다. 모르고 잘못쓰던건데 이제 안 틀리겠네요
    • 저도 이 책 관심있었는데 잘 읽었습니다.
    • 저는 이런 글이 지적하는 '불행' 이나 '문제'에 잘 동의할 수 없게 되는것 같아요.
      같은 폭력이라도 남성적 폭력과 여성적 폭력 중에 후자를 사회적 기능의 결과가 아니라 기능 불량의 결과로 보는 것 같아서요.. 그게 잘 납득이 안되요.
      • 남성적 폭력도 기능불량으로 보는 쪽 아닌가요

        뭐 전 따돌림 주동자나 살인마, 성폭행범 등이 따돌려지는 것은 비교적 온건한 사회적 기능 작동으로 봅니다.

        다만 윤리도덕적으로 무엇 하나 잘못한 적 없는 누군가가 단지 다르다거나 순하다거나 처신이 어설프단 이유로 따돌려지는 건 분명 '사회적 기능 불량의 결과'겠지요. 그런 기능불량 현상이 지나치게 차고도 넘쳐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일 테고요.
        • 오 그럴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에 대해 소개 문구를 접할때마다 약간 미진한 느낌이 들곤 했었는데..
          사실 이건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는 속단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요.

          본문만 두고 보자면 제가 잘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은 소녀들의 폭력이 소년들과는 달리 은밀하고 직접적이지 않아서,
          나아가 그들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편하다' 라든지 '여자는 남자들과 달리 오묘하고 믿을 수 없다' 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부분 부터인데요.

          이런 시각에서는 여성적 폭력의 영향 속에서 여성적 문화자체가 가치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을 받게되요.
          사회적 기능불량의 결과라는 표현은 그런 맥락에서 써보았습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생각해보니 남성적 문화와 문명에 대한 비난은 페미니즘적인 맥락에서도 있군요. 가부장적 사회라는 표현이 있는걸 보면..
          뭐 저도 책을 더 읽어보거나 한 다음에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네요. ^^;
          위 댓글에 쓰신 내용도 같이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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