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함의 올드함
이번 주 K팝스타에서 보아 양은 예전에도 한번 언급했던 한마디를 또 던집니다. "발성이 너무 올드하다"
무슨 말 일까요? 예전 참가자의 선곡 혹은 노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 말을 했었죠. "너무 올드해"
보아의 이 말의 전제는 곧 올드하지 않은 것이 좋다. 신선한 것 요즘 시대에 맞는 선곡과 발성이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올드하다는 말 자체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함의하고 있죠. 한국 대중 음악 씬에서 짬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보아의 이 말에서 저는 김이 빠졌습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신곡이 나왔습니다. 예 올드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곡이죠. 그런데 사실 저스틴의 선곡은 아주 예전 선배들의 음악을 계승하거나 발전시킨 경우죠
60,70년대. 그런데 이게 저스틴만의 선택은 아닙니다.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앨범 중 가장 좋은 인정을 받은 앨범 Back to the basic 의 그 베이직도 아주 옛날 이죠.
5년 전에 락음악씬에서 유행하던 게러지 열풍 도 60년대의 언더그라운드 씬 게러지 음악의 계승입니다. (장르구분 자체가 "게러지 리바이벌")
또 마돈나의 21세기 싱글에서 가장 대박을 친 것은, 가장 트렌디한 선곡이 아니라, 30년도 더 된 디스코로의 복고적 회귀 였습니다. 아에 복장부터가 70년대였죠.
"POP"이라는 대중음악 최신 유행의 끝에 위치한 최전선의 뮤지션들이 왜 이런 올드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선곡이 너무 올드하고 장르도 너무 올드한데
그 올드함이 가장 최신의 트렌드가 된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위 보아의 말에서 그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 그리고 더 나아가 (오바스러울지 모르지만) 한국 대중 음악 의 한계를 느낍니다.
그래미와 한국 음악 방송축제를 보면 저 위의 비교가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미에는 30년전의 뮤지션부터 지금 가장 핫 한 뮤지션까지
모두 나와 동일한 선상에서 노래하고 ( 조상님이 오셨어요 같은 무대가 아니라 같은 현역 뮤지션의 대등한 공연 ) 어떤 장르에서 획을 그은 뮤지션이
작고하면 그들의 노래를 젊은 뮤지션들이 다시 부르며 추모하죠. 그 추모는 단지 선배나 전통에 대한 존중이라기 보다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들도 없었다는
어떤 역사적인 계보와 대중음악의 흐름으로부터 우리가 있다는 분명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밥딜런은 한국의 조용필,대 선배님이
아니라 자신에게 음악적 영향을 끼친 지적 동료이자 현 시대에 나와 함께 활동하는 뮤지션 중 하나죠. (그의 앨범 템페스트 가 받는 평가를 봐도)
그런데 현재 가장 트렌디하며 한류 라는 흐름에 자랑스럽게 탑승할 만한 세련된 음악을 하는 한국 젊은 뮤지션들은 그런 음악적인 전통성이나 계승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너무한 평가일까요? 극단적인 악평이거나 사대주의로부터 비롯된 자기 비하일까요? 사실 한국 대중 음악의 역사는 흑역사에 가깝다고 봅니다.
80,90년대에는 일본 가요의 영향이나 심지어는 표절에 가까운 계승이 있었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최신 빌보드 차트에서 유행하는 음악에 대한 강박이 있었죠. 더군다나
음악 자체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도 MP3로 가벼워지면서 음악 그 자체에 굉장히 무게감을 두거나 자신만의 색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최신 유행에 맞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니면 기존의 전법을 자기 복제 하는 정도죠. 분명 80년대에는 유재하와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이 있었고 90년대에는 하나음악을 필두로 한 언더그라운드 씬이 있었지만
이제 그들의 노래는 보아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올드"한거죠. 그 최신이 최고다 라는 것. 트렌드가 곧 최선이다 라는 강박 (마치 패션처럼)
이제는 대안의 성격을 지녀야할 홍대 인디씬 조차도 어떤 트렌디한 전법이나 키치적인 관심을 유발하거나 그냥 미국인디씬에서 인정받는 장르들을 한국적으로
재소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죠. 해외 권위적인 평론 을 강박적으로 답습하는 한국 음악 평론가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K팝스타에 심사위원으로 앉아있는 세 사람 모두 그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YG-빌보드 흑인음악 장르 / JYP - ....)
그들은 미국 팝씬 특히 너무나 한정된 주류 씬의 너무나 협소한 장르 밖의 음악에도 귀기울여본적도 없는 것 같은 편협한 시선으로 너무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다양한 음악을 시도 해볼 수 있는 '새싹들'에게 최신 유행만을 강박적으로 가르치고 주입시킬 뿐이죠.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장르가 너무나 다양한 발성이 있고
심지어 노래를 하지 못해도 가능한 음악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그런 음악들을 들려줄 스승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가수다'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휩쓰는 노래들 대부분이 가장 올드한 선택들이 가장 잘 먹힌다는 것이 큰 아이러니지만..
오히려 그 힙스터스럽게 스웹 스웹 하는 음악 이전에 가능한 수많은 줄기들의 음악을 함께 즐기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장르와 방식의 음악들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이제는 한국 대중 음악 마저도 주입식교육과 오직 하나의 정답 (선생님에 가까운 심사위원의
권위를 따르며 )으로 수렴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우리는 항상 '강남 스타일'이 가장 '최신'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정답과 유행이전에, 개성을 자신만의 취향을. 강박적인 가르침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보는 저는 너무 이상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