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타인에게 들었던 심한 말 4 - 초등 교육 담당하시는 분들께.

아래 본 주제글의 글타래에서는,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망각의 늪에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생각이 났고, 많이 괴로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비만이었어요.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데, 많이 뚱뚱하고 둔하고 부한 표정의 어린 소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가 세상의 전부에요.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철없는 같은 반 남학생들에게 외모 놀림받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자질 없던 어떤 초등교사에게까지 비만인 외모 관련해서 폭언을 듣는다면

정말 그 아이의 평생의 자존감, 소극적인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반아이들 모두가 듣는 앞에서 "돼지처럼 맨날 쳐먹기만 하니까 그렇게 살이 뒤룩뒤룩 찌지" 라고 호통치듯 말하던 늙은 남자 담임교사의 얼굴, 

당시 교실의 분위기, 아이들의 와르르 터지던 비웃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당시 어린 내 모습,

고스란히 다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우울해 졌습니다.

지금도 사실, 자질없는 초등 저학년 교사들이 대놓고 촌지 요구하면서 아이를 괴롭힌다는 글들은... 마음이 아파서 잘 못 읽습니다. 

그 어린 아이가 혼자서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잘 알거든요.


초등 교육을 담당하시는 분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그 분들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인성, 성격, 무엇보다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입니다.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정말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나 아이의 외모, 장애와 상관없이요.
어릴때부터 집에서 부모님, 조부모님에게서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절 정말 예뻐하셨어요. 애기가 밥 투정 절대 안하고 뭐든 복스럽게 잘먹는다고...ㅡ.ㅡ;;;)
최초로 자기자신에 대한 모멸감, 부끄러움, 수치심, 자괴감이란 부정적인 감정을 그때부터 배웠습니다. 

(꼬마 남자애들이 제 외모를 놀리는 것과, 담임 교사가 저렇게 대놓고 어린 학생의 외모에 대해 폭언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내 바닥을 치는 자존감은
너무 어릴때부터 이미 낮아져 버린 것 같습니다.


    • 글타래들 보고 있자니 정말 말은 칼보다 더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상대가 생각없이 뱉은 아직도 심장을 찌르는 말들...저도 그런 적이 없었는지 조심해야 겠어요.
    • 초등학교 1학년 때 애들 고사리손으로 하는 청소가 느리다고 머리통을 때려대던 무식한 선생

      중학교 1학년 때 매 교시 쪽지시험을 보고 평균 이하 (=절반) 아이들 발바닥을 때려대던 인간

      중학교 2학년 담임 상담 때 넌 뭘 믿고 이렇게 못생겼냐는 말을 웃으면서 해대던 인간

      우연찮게 전부 남교사군요..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행해지는 폭력은 생각보다 잦고 잔인하네요
    • 초등교사중에 개쓰레기변태 참 많았죠.
      저도 초딩때 선생들 생각하면 어휴 욕하는 시간도 아까울 지경이에요.
      • 애들 한 명씩 불러놓고 슬슬 만지는 선생도 있었어요. 중학생만 되도 애들이 뭔지 아니까 못 그러는데.. 참.. --;;;;
        제 동생 담임은 생활기록부를 제 동생에게 정리하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같은 반 애들 집안 환경을 다 알게 되었다는.. --
        도시락을 안 싸오는 애한테 엄마 없어? 왜 안 가져와. 이러는 선생도 있었답니다.. --;;
        • 전 중학생때 그런 교사 있었어요-_-;;;
          그래도 중고등학생이면 어느정도 상황에 대해서 인지를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그렇다고 그런 선생들이 덜 나쁜 건 아니지만)
          기껏해야 열살 언저리의 초등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짓거리를 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요.
        • 고딩 2학년 때 모 선생은 자기 생일이라면서 '모두 한 번씩 자기를 끌어안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죠. 반 아이들을 모조리 안아보고서야 그 짓을 멈췄어요. (안 하겠다고 했더니 화를 냈다고.) 나중에 애들이 입 바른 소리 잘 하는 가정 선생님한테 '그 선생 그렇게 변태짓 해요' 하고 일러주었죠. 가정 선생님이 분노해서 '자기가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겠다'고 해서, (정말로 그랬는지) 그 후로는 그런 짓 안 하게 되었더라죠. 쩝.
    • 저도 언니랑 같이 (집안 형편 때문에) 돈을 기한 안에 못 가져 왔다는 이유로 담임한테 공개적으로 '미친 X' 소리를 들었더랬어요. '집에 돈이 없다'는 것과 '미친 X'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그 소리를 들었던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 교육현장 문제 나올 때 마다 '그래도 일부가 그렇지 대부분의 좋은 선생님들..'이라고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반대인 듯 합니다. 일부만 좋은 선생님들이었고 거의 대부분 이상하거나, 그 이하였던 것 같아요. 집에서 배운대로 그래도 선생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자라고서 돌이켜보면 '교육에 뜻이 있어서'보다는 '안정된 직장일 뿐이어서' 선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듯.
    • 라곱순님 꼬옥 안아드리고 싶어요. 어린 시절 상처는 참 오래가요. 전 어릴 때 촌지, 차별, 체벌 등등 모든걸 갖춘 총체적 난국인 담임교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일화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 글을 보고 떠오르는게 하나 있네요. 그 담임이(지금도 절대로 이 사람만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고싶지않아요) 하루는 갑자기 자습시킨 애들을 다 멈추게하고 누군가의 일기를 읽어줬어요. 평범한 일기였죠. 그런데 갑자기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웃더니 마지막 줄을 읽었어요. '그런데 E.T는 우리반 홍옥이를 닮았다' 20년도 넘게 지난일이지만 지금도 그 얼굴과 그 문장은 안잊혀집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 일기를 쓴 애는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였으니까요. 이 것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어린애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잘 때 이를 갈더래요. 부모님이 놀라서 절 깨우셨는데 무슨 꿈꿨냐니까 학교가..선생님이...이러면서 울더래요. 그 전에도 그 이후로도 제가 이를 갈며 잔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함부로하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확실히 어릴 때 교사의 말은 영향력이 더 크네요.
    • 국2때 학교에서 신체검사 할 때의 일입니다. 제가 그때 학급위원인지 뭔지였고, 선생님이 애들 키와 몸무게를 재서 불러주면 옆에서 받아적고 있었죠. 나지막이 저만 들리게 불러주다 반에서 덩치가 제일 좋았던 여자애 차례가 되자 온 반에 다 들리게 큰 소리로 "김ㅇㅇ 오십 키로!!"라고 외치는 겁니다. 당사자는 울었고, 저는 선생님을 증오함과 동시에 당시의 제 몸무게 27kg를 잊어버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노인대학을 만들어 자기가 우리를 괴롭힌 만큼 괴롭혀 주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틈도 없이 일찍 돌아가시더군요.
    • 리플 모두 감사합니다. 전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려워요. 아이가 나처럼 겪을 일들이요. 특히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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