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0.

처음 기대는 잡학다식한 지식인의 시니컬한 인간 까대기였습니다만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떠오르는 책은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네요.

 

1.

초반부에 너무 묵직한듯 이런저런 철학자를 깔때는 선입견과 달라서 그냥 책을 덮을까 싶었는데

읽어갈수록 빠져들면서 정신을 못차리겠습니다.

 

책은 도끼다 - 라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제 머리를 수백번 휘갈기는 도끼였습니다.

칸트, 헤겔, 하이데거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에 자본주의, 진보, 휴머니즘 등등 전방위적으로 때려댑니다. (까지 않는건 쇼펜하우어, 흄, 노자, 장자 정도?)

그런데 '하찮은' 제 머리로는 그대로 두드려 맞을 수 밖에 없네요.

 

열심히 살겠다. 진보를 믿겠다. 역사를 믿겠다

-라는 마음을 여지없이 뭉게 버리는데 반론할 엄두가 안납니다.

 

2.

고수분들의 독후감을 검색좀 해봐야겠습니다. 도저히 제 머리로는 벅찹니다.

진중권이나 한윤형 같은 분이 읽고 독후감 써주시면 재미나게 읽을텐데 싶네요.

아니면 관련 서적이나 이 분의 책 한 두권을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3.

다 까니깐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살까? 싶으니 책의 마지막쯤에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삶은, 과학과 기술을 한껏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온전한 정신을 주리라는 환상에는

굴복하지 않는 삶이다. 평화를 추구하되, 전쟁없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삶이다.

자유를 추구하되, 자유라는 것이 무정부주의와 전제주의 사이에서 잠깐씩만 찾아오는 가치라는 점을 잊지 않는 삶이다.

 

좋은 삶이란 진보를 꿈꾸는데 있지 않고 비극적인 우연성을 헤쳐 나가는 데 있다.

우리는 비극의 경험을 부정하는 종교와 철학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는 '행동'이 주는 위안에 기대지 않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면, 너무 무식하고 게을러서, 그런 삶을 꿈꾸지도 못하는 것일까?


 *노회찬과 X파일,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휴대폰 고리 사진,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안수기도 이야기들을 접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니 몰입도가 쩌네요.

 

 

 

 

 

 

    • 저도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후련해지는 느낌이었어요 ㅋ
      쓸데없이 한아름 들고있던 몇몇 고민이나 생각들을 내려놓는다랄까요.
      결국은 세상사,인간사 모두 '생각보다' 중요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좀 더 가볍게 살아가는데 필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 그 흔한 알을 깨고 아프락사스에게로 날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백배가 된 느낌이랄까요?
        기존에 제가 쌓아왔던 모든것에 딴지가 걸리고 거기에 제가 반박을 못하기에
        그냥 후련해지기에는 책을 읽은 이후의 실천을 해야지 않나 하는 마음이 부담감이 된 듯 해요.
        그동안 책읽고 긍정하고 짜놓았던 제 생각들을 버리기 아까운 것도 있을듯해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8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0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