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 -김연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그 전차들. 포도 위의 사람들, 놀렌도르프 광장역(驛)의 보온용 덮개 같은 둥근 지붕은 야릇한 친밀감을 엿보이고 있으며, 아주 훌륭한 사진처럼 정상적이고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되고 있는 지난날의 어떤 것과 놀랄 만큼 닮아 보였다. 그렇다. ――나는 지금도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는 것을 송두리째 믿을 수가 없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베를린이여 안녕」
해안이 빌수록 내겐 항상 더욱 가득한 것 같다. 물개들은 바위 위에서 입을 다물고 있고,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고는 그들 중에 한 마리가 가만가만 내게 다가오는 것을, 갑자기 내 뺨 혹은 어깨 사이에 그 다정한 콧마루가 느껴지는 것을 상상해본다…… 나는 살아냈다.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나 자신을 향해 중얼거렸다. 냄새에는 선악이 없다고. 나는 이제부터 죽음과 부패의 냄새를 맡아도 구토하지 않을 것이다. 무릎에 손을 대고 일어섰다. 점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가볍게 잔의 어깨를 잡으며 재촉했다. 자, 이제 계사의 똥을 치우러 가자. - 하나무라 만게츠, 게르마늄의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