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자존감이 낮은 편입니다. 특히 외모 컴플렉스가 심해요. 대학교 새내기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뚱뚱해서 늘 움츠러든 채 살았고, 15kg를 감량한 뒤에도 여전히 제 자신의 외모가 싫었어요. 외모를 꾸미기 시작한 뒤에 오히려 컴플렉스는 더 심해졌어요. 전 꾸며도 남들보다 못났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거울 볼 때마다 거울을 깨 버리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고, 아마 돈이 넉넉하고 얼굴에 칼 대는 데 대한 공포만 없었더라면 성형도 시도했을 겁니다.
이 컴플렉스 때문에 예전에는 '난 안 돼.'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 징징거리곤 했어요. 남들이 그렇지 않다고 다독여줘도 제 귀엔 다 절 약올리는 것처럼 들렸고, 그럴수록 더 움츠러들었어요. 그러다 문득 제 주변 사람들이 제가 제 컴플렉스를 토로하는 걸 불편해한다는 게 팍팍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제 외모는 정말 싫지만, 도움도 안 되는 한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건 더 싫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일부러 제가 잘생겼다는 자기 최면을 수시로 걸곤 해요. 딱히 큰 효과는 없어요. 거울 보면 여전히 못나 보이고, 길에 나다니는 수많은 잘생긴 남자들을 보면 내가 저들과 같이 이 길을 걷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요. 그런데 적어도 그 자기 최면이, 내가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는 인식이 제가 주변인에게 투덜거리는 걸 막아주는 정도의 효과는 있더라고요.
그 덕에 이제는 자존감이 낮더라도 제 스스로 몰래 자학할지언정 남에겐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니까 적어도 인간 관계엔 문제가 없어요. 가끔 자학 개그를 치긴 하는데 이걸 말 그대로 농처럼 던지는 데서 그치니까 또 괜찮더라고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저도 제 외모에 대해 웃고 잊을 수 있게 돼요. 이런 식이다보니 남을 만날 때 제 자신의 열등감을 스스로 지속적으로 들추는 미련한 짓은 점점 줄고 그냥 제 자신을 인식하지 않는 자세를 점전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살게 된 이후로는 연애도 곧잘 합니다. 상대는 가끔 바뀌어도, 연애 공백기가 서너 달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맘에 드는 사람 앞에서는 그냥 제 자신이란 존재 자체를 생각하지 않아요. 내 외모가 어떻고, 내 조건이 어떻고 이런 거 다 머릿속에서 싹 지우고 상대방과 함께 하는 시간에만 집중해요. 내 자신을 머릿속에서 지우니까 괜히 열등감에 안달복달할 일도 없고, 그냥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취미를 지녔고 어떨 때 웃는지 그런 데에만 신경쓰면서 그 사람을 되도록 자연스럽게 많이 알아가면서 그 사람 말을 듣는 데 집중합니다. 사귀지 않게 되더라도, 까인 뒤에는 아픔이 있고 또 며칠간의 자학의 시간이 있지만, 적어도 대화하는 동안에는 정말 행복할 수 있어요. 그렇게 상대적으로 편하게 살다보니까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종종 찾아오고 그 기회를 서두르다 놓치는 일 없이 잘 낚아채게 되는 것 같아요
연애 과정에서도 늘 외모 컴플렉스는 따라 붙어요. 연애를 한다고 제가 컴플렉스에서 짜잔 하고 벗어나는 일은 없고, 저는 여전히 못났습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엔 최대한 외모에 신경쓰고 나가지만, 여자친구를 만난 시점부터는 바람에 날린 머리를 정리하거나 옷매무새를 정리할 때 최대한 일부분만 보려 노력하면서 거울을 볼 때 외에는 거울을 보지 않아요. 거울 속 못난 저를 마주하면 아무리 여자친구가 옆에 있어도 제가 못나보일 거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데이트가 지옥 같아지고 빨리 집에만 가고 싶어지거든요. 사진도 되도록 안 찍습니다. 여자친구가 어떻게.커플끼리 사진도 한 장 안 찍냐고 툴툴거려도 웬만하면 이 부분은 양보하지 않아요. 이처럼 여전히 컴플렉스를 껴안고 살지만 연애는 하고 있고 그렇기에 더더욱 제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또 덕분에 나름 대체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냥 저 같은 경우에 그렇더라는 바낭글이었습니다. 바이트낭비해서 죄송해요. 정리도 안 된 글을 주절주절 늘어뜨렸네요. 몇 시간 뒤 펑할게요.
저희 집이 진짜 부자는 아니고, 그냥 예시입니다. 차마 그런 웃기는 착각을 한 이유를 사실대로 고할 수가 없어서요.:_;
어렸을 땐 좋다는 남자들이 다 눈에 안 찼죠. 우리 집이 부자라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냥 예시입니다, 예시!)대접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전 남자들 상당수의 호감을 받으려면 남자들 상당수가 선호하는 여자여야 한다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왜 남자가 선호하는 여자여야 하는가하는 문제는 빼고 이야기합시다. 일단)그리고 그 선호에는 우리집이 부자인 점이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요.
그러고 나니까 괜한 빈정거림. 피해의식, 징징거림 기타 등등, 전혀 내 연애 활동에 도움 안 되는 단점이 저절로 많이 빠져나간 것 같아요. 연애 뿐 아니라 중 이가 아니고서야 이런 면이 강한 사람 좋아 할 리가 있나 싶습니다.
그나마 플러스로 작용할 만한 자산들을 다 가려 버리던 저 단점들이 없어지니까 훨씬 나아졌어요. 이십대 중반부터 '제가 만족할 정도의' 연애가 풀린 건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내가 절세미녀였거나 실제로 우리집이 엄청난 부자라거나 이런 장점들이 있었다면 분명 저런 단점들이 '어느 정도' 상쇄됐겠지만, 전 그냥 알량한 장점 하나에 칭찬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으니까요.
음 쓰다 보니 우리 집이 진짜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만 드네요. ㅎㅎ 그리하여 이 댓글은 에베레스트로.;;;
거울 속 자기가 못나보이는 사람과 자기가 예뻐보이는 사람, 이것도 심리적인/개인적인 문제로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거울 자체의 문제? 전 거울 속 저는 너무-_-맘에 드는데 길가다 얼핏 보여지는 제 모습, 사진 속 제 모습은 아 거울 속 아까 예뻤던 걔 어디가써ㅠㅠㅠ이 못난이는 누구여ㅠㅠ하면서 울거던여... 이건 제 문젠가...거울 속 자기가 원래 더 이뻐보이는거 아닌가여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