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두 번 봤어요 (스포 포함)

 

 

확실히 두 번 보니까 전엔 못 봤던 게 보이네요.

 

원빈이 처음 나올 때 소시지를 고르잖아요.

처음 볼 때는 30대 남자가 좋아할 반찬은 아닌데 혼자 사니까 그냥 해먹을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대충 먹는 건가 했는데,

소미를 위한 반찬이었나봐요.

mp3랑 천원이랑 바꾸고나서 소미가 가려니까 소미 부르면서 슬쩍 소시지가 보이게 하더라고요.

소시지 본 소미가 바로 "나 소시지 좋아하는데!" 하고

밥 먹을 때 소미 숟가락에 얻어주는 소시지 반찬.

 

소미가 mp3를 맡기니까 차용증도 안 내주고 돈 천원 주고 마는 것도 

처음부터  물건 받을 생각 없이 그냥  용돈 줄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원빈에게 소미는 '오늘'을 버티게 해주는 위로이지 않았을까나요.

 

친한 척하고 싶어질수록 모르는 척하게 되는 소심한 남자, 원빈 

아저씨, 아저씨 맘 내가 다 알아요ㅎㅎㅎ

 

원빈 비주얼도 좋지만

칼을 들고 있는 상대방의 팔을 단번에 꺽어서 어깨를 찌르는 장면이나

터키탕에서 악당들 동맥 썩썩 베어내는 장면,

태국오빠의 손을 물어서 단도를 떨어뜨리는 장면 등등 액션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소름끼칠 정도로 효율적인 전투방법에 정말 전율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두 번 보니까 확실히 전성기 시절의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면 골프장에서 안전그물 위로 내던져지는 장면이나,

요원시절 원빈을 급습하는 암살자가 트렌치코트와 서류가방으로 무장하고 있는 장면 등등.

 

전 그 시절 홍콩영화라고는 곽부성의 천장지구밖에 못 봤고,

영웅본색이니 첩혈쌍웅이니 하는 영화는 가끔 티비에서 흘러가는 장면으로밖에 본 적이 없는데

옛날에 홍콩영화가 왜 그렇게 인기였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요.

 

참, 원빈이 머리를 쓸 줄 모른다고, 왜 전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안 하느냐는 비판이 많던데

다시 보니까 원빈이 과거의 사건 이후에 삐뚤어진 것 같아요. 주변의 도움은 최대한 받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들더군요.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경찰이 안 믿으니까 미련없이 끊고 스스로 해결하려 들고,

총 맞고 동료한테 치료받을 때도 원빈이 스스로 찾아간 게 아니라 원빈 집 입구에 쓰러져 있는 걸 동료가 들렀다 보고 픽업해간 거고,

경찰이 소미 살아있다고 정보교환하자고 할 때도 먼저 전화 끊어버리고...

 

과거의 사건이 자신의 직업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연락을 받았음에도 전혀 막지 못했고,

나라를 위해 힘썼건만 그 결과 자신의 눈 앞에서 허무하게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가족이 죽고

뭐 이런 것 때문에 공권력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원빈이 전당포에서는 엄청 강한데,

오사장에 마약 배달하러 가서는 얌전히 얻어터지잖아요.

그것도 두 사람을 구할 생각에 그냥 순순히 따랐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비명소리를 들은 시점부터 차 몰라면 몰고, 핸드폰 버리라면 버리고, 마약 전달하라면 전달하잖아요.

전직 요원인 원빈이 마약 확인하고 한숨 내쉬면서도 하라는 대로 하잖아요. 오사장 만나서는 분명히 전달했으니까 두 사람 돌려내라고 확언을 받으려 하고.

그런데 자기가 몰고온 차에 소미 엄마 시체가 있었으니....  원빈 눈이 풀리고 다시 봉인해제! ㅋㅋㅋ

 

태국오빠는 첫 대면에서 원빈이 눈앞에서 총을 쏴도 눈도 깜짝 안 하니까 호기심이 생기고,

클럽 화장실에서 싸우면서 호승심이 생기고, 클럽에서 헤어질 때도 의미심장하게 헤어지더니

터키탕에서 소미 눈(이라고 생각한 의사 눈)을 주으려다 권총 탄창을 못 갈아서 단도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결정적으로 뿅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원빈이 총 쓰다가 단도 드는 부분부터 태국오빠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라고요. ㅋㅋㅋ

 

근데 원빈한테 반한 이유는 알겠는데, 수많은 아이들 해칠 때는 가만히 있던 태국오빠가 소미한테만 움직인 이유는 확실히 부족하군요.

갑자기 그동안의 조폭 용병노릇에 회의라도 느낀 건가...

만일 원빈이 졌으면 통나무장사 형제들이 나중에 의사 죽인 거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시점에서 이미 용병은 때려칠 마음이었을까요?

어느분 말대로 소미야말로 진짜 팜므파탈? ㅋㅋㅋㅋ

 

사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부연설명해봐야,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지 못하면 다 말짱 꽝이죠, 뭐.

소미가 살아있는 걸 알면서도 협상시도를 안 하고 막 나가는 것도 좀 무리가 있고...

근데 악당들한테 협상시도 안 하고 막 쓸어버리는 게 더 신나고 좋았어요 ㅋㅋㅋ

개연성이 부족해도 시원시원한 액션씬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이런 액션영화는 처음이네요. ㅎㅎㅎ

아웅, DVD 사야겠어요 ㅎㅎㅎ

 

 

    • 아우, 태.고님 마음이 제 맘..ㅎㅎ
      근데 전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원빈느님을 한번 더 영접하고 싶어도 통나무시체들 때문에 못 보겠어요.
      집에 와서도 잠자기 전에 3일동안이나 생각났거든요ㅠㅠ
    • 원빈느님이 영화속에서 멍청하게 행동하건 어쩌건 무조건 찬양입니다. ㅎ
    • 아, 급 로그인하게 만드셨어요 ㅠㅠ 태엽시계고양이님 너무 공감되게 글 써주셨네요! 저도 두 번 보니까 영화가 더 좋아서 세 번 볼까 고민중입니다. ㅠㅠㅠ 메이킹 필름을 조금씩 보면서 저도 DVD 꼭 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서플먼트도 참 깨알같이 재미있을 것같아요.
      그리고 태국오라버님은 소미가 뽀로로 반창고를 붙여줄 때 뭔가 마음이 흔들린 듯 싶어요. 소미의 마성에 홀린 듯이 쳐다보는 장면을 보면서 확신했...쿨럭.
    • 오렌지카밤/ 오늘 같이 본 제 친구도 그 부분을 좀 괴로워하더군요.
      근데 개미굴 할머니 따라가는 부분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마녀 같고, 태국오빠가 눈 바꿔치기하는 부분은 백설공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연상작용을 하다보니 처음엔 되게 촌시럽다고 생각했던 소미의 무적카드, '암흑의 기사'까지도 꽤 괜찮은 비유처럼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전 이 영화와 사랑에 빠졌나봐요 ㅋㅋㅋ

      푸른새벽/ 원빈느님은 어서 <아저씨 비기닝>을 찍습니다. 아직 아내를 만나기 전, 요원 차태식은 어떤 임무에 투입되는데...

      게시판용커피/ 저도 그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보이더라구요 ㅎㅎㅎ 근데 소미를 처음 만났을 때, 드라이기로 고문당하는 엄마를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는 것도 태국오빠더군요. 왠지 <의형제>에서의 강동원과도 오버랩되고... 사실 알고보면 다정한 태국오빠? ㅋㅋㅋ
    • 참, 그리고 보니까 원빈 머리 깍기 전에 헤어스타일이요, 아무리봐도 미용실에서 공들인 머리인데, 오늘만 사는 사람이 헤어스타일에 공들일 것 같진 않단 말이에요? 그래서 좀 거슬렸는데, 다시 보니까 왜 그런지 알겠어요.
      원빈이 미용실에 가면 그냥 머리 잘라주세요, 한마디만 해도 언니들이 알아서 해주는 겁니다. 어머어머어머어머! 이 비주얼을 그냥 냅두는 건 범죄야 범죄! 하면서.
      원빈이 며칠동안 주구장창 입고 다녔던 상복도 원빈 친구가 픽업해가서 상처치료해주면서, 넌 얼굴도 잘생긴 놈이 옷을 넝마같이 입냐, 하고 드라이도 해주고 다리미질도 한번 싹 해줬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세상 혼자 사는 원빈느님... 영화 좀 많이 찍어요...
    • 공감가는 글이네요. 저도 원빈은 뭔가 삐져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비오는데 그냥 비를 맞을 필욘 없으니까요 ㅎ 자기방어적 겉멋인데 자꾸 보다 보면 연민이 생기죠.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갈릴것 같아요.
    • 죽은 아이의 혼령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설정에 한표 던집니다. 그와 비슷한 대사를 치기도 했었죠.
    • 저도 급 로긴했어요~ㅋ
      정말...... 아무생각없이, 아무런 기대없이 무심코 봤다가...... 흥분하면서 영화관을 나왔지요...
      원빈이란 배우....사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던... 관심없었던 존재였는데.. 이영화보고 완전 반했다는~
      ' 소미를 구해도 , 너희 둘은 죽는다...... ' 꺄!!!!!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내눈에는 하트가~~ㅋㅋ
      ' 난...... 오늘만 산다...' 머시기 대사도 잘 안들리긴 했지만 두근두근~ㅋ
      개인적으론, 원빈이 머리를 깎고선 총을 귀에대고 철컹철컹 소리를 확인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장면 정말 최고예요!!
      액션장면도 기대이상이었어요!!!! 손발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빠르고~ 칼쓰는 장면들은 정말...!!!!
      손목 계속 그어가면서 질질 끌고 가면서~ 흔들림 없는 모습!! 방탄유리에 대고 계속 총을 쏘는 모습!
      정말 원빈은 다 이길거 같더라구요!
      장기거래라던가 아이들 개미굴 같은 소재는 사실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놀랬어요.
      그래서 더욱 원빈이 빛나보였던거 같아요~ 영웅처럼요....ㅋㅋㅋ
    • 아, 맞아요. 소시지 씬은 처음 볼 때부터 눈에 확 들어왔던 건데, 그것 때문에 별다른 부연설명 없어도 그냥 '좋아하는구나', 생각해주기로 했었어요. 어차피 빈느님이시니까 뭐. ㅋㅋ 원빈 머리 깎기 전 헤어스타일은 그냥 떡진 머리 아니었나요? ;ㅂ; 저는 그런 떡진 머리를 하고서도 용케도 아름답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터키탕에서 봉인해제된 원빈이 팔 물어뜯으며 단도를 꽂아넣고서 몇번씩 돌릴 때 '야아, 레알 실감난다'면서 감탄했어요. 저는 이 영화의 단도씬들이 다 좋은데, 특히 다른 영화에서는 한번만 찌르고 말던데 이 영화에서는 급소를 몇 번씩이나 '파바박' 찌르는 거라던가, 확실히 심장까지 찔리도록 깊이 넣고 돌리는 등의 설정이 아주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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